국가암검진사업 홍보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암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서 암 치료율을 높이고 급격히 증가하는 암 발생과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5대(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암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도에 국립재활원이 발표한 ‘장애와 건강 통계’에서는 암검진율이 36.8%로 전체 인구에 비해 2.1%p 낮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기준으로 암검진율 48.3%라고 발표했다.

최근 가까운 척수장애인 회원들이 암으로 고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면서 척수장애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의 암검진율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각 장애유형에 맞는 암검진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척수장애인은 다친 부위 아래로는 마비가 되어 감각이 없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반대로 늘 통증이 있어서 그 차이를 모르다가 암이 악화되어 다른 부분으로 전이가 되고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척수장애인들은 몸의 컨디션이 수시로 오락가락하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몸이 붓고 황달기가 있어 병원을 가니 간암이 온 몸으로 전이가 되어 병원에서도 치료를 거부할 정도가 되었을 때까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배꼽부분에 구멍을 뚫어서 튜브를 넣어 소변배출을 하는(치골상부유치도뇨) 척수장애인의 경우에는 방광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온 몸에 열이 나고 혈뇨가 생긴 이후에 병원을 가니 방광암이라는 청천병력과 같은 의사의 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도뇨관이 늘 방광벽을 건드리게 되었고 그러한 이유로 방광암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 3년 전에도 고열로 병원에 가니 방광암 말기라는 진단에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돌아가신 척수장애인 회원의 경우도 보았다.

식생활의 변화와 패턴의 변화로 특히 대장암의 암발생률이 늘어간다고 한다. 더구나 배변이 원활치 않는 척수장애인의 경우에는 대장암에도 취약하다. 자율적인 배변활동이 안되니 변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늘 불안하지만 대장 내시경을 보는 문제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큰 결심을 하고 내시경 검사를 해서 용종을 8개를 제거했다느니 4개를 제거했다느니 하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비장애인들이 쉽게 장세척제를 먹고 간단히 장을 비우지만 척수장애인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괄약근 조절이 안 되어 장을 비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밤새 고생을 해도 장이 비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검사이후에도 실변 등의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니 대장내시경 검사가 두렵기만 하다.

또한 척수장애는 당뇨가 생길 확률이 많다. 의학적으로도 그렇다고 한다. 걷지를 못하니 유산소운동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오래된 척수장애인들은 대부분이 당뇨로 고생을 한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의 무서움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특별히 불쌍한 척수장애인이라고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암으로부터 자유롭도록 검진의 기회가 평등하게 있어야 한다. 검사준비 과정부터 진단장비의 개선과 그리고 의료인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장내시경을 위한 장세척이 어렵다면 시스템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입원을 해서 편하게 장세척을 하도록 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주말검사도 실시했으면 한다.

방광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정기적인 방광검사를 위한 시스템도 확대되어야 한다. 국립재활원에서 시행하는 2박3일짜리 방광검사의 예약이 2년이 밀렸다고 하면 이는 커다란 문제이다. 전국에 있는 권역별 재활병원이 이러한 일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전 국민 암검진 제도’로 미리미리 검진만 하면 안심이라고 홍보하지만 암검진을 받을 기회와 과정이 복잡한 중증의 장애인에게도 통용되는 일일까? 휠체어를 타고 비틀어진 몸을 거부하는 장비로 검진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 인간적인 모멸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이 시행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기대를 했지만 과연 그럴까 회의적이기도 하다. 국립재활원이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건강검진센터가 장애인에게 특화된 암검진이 가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통해 전국의 어디에서도 편안하게 검진을 하고 암을 예방하기를 희망한다. 중중의 장애인에게는 더 강화된 의무조항으로 암 예방을 해야 한다. 중증장애로 사는 것도 억울한데 암검진의 기회가 없어서 예방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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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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