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하면 불쌍한 사람,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 등 시혜와 동정의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장애패러다임이 시혜에서 권리로 변화하고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의 장애인 권리의식은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대국민 1000명에 대한 전화조사를 통해 각 연도별로 장차법 이행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지 장애인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비율이 2013년 56.5%, 2014년 60.7%, 2015년 60.0%로 나와 장애인차별은 정말 엄연한 현실임을 알게 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작년 남원 평화의 집 상습폭행 사건이나 올해 지적장애인 인터넷 비하사건, S장애아동 대안학교 사건을 통해 차별수준은 상당히 심각함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발달장애인 차별은 심각하며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장애인식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당하다. 최근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장애인식교육 노력, 교육 내용, 교육 실시기관 등의 내용을 법에 담는 등 장애인식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겼다.

이에 정부기관인 국립재활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공공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계 단체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그리고 사회적 기업 등지에서 시민, 공무원, 학생 등에게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식 강사활동은 지체장애인 중심이다. 그리고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부설 발달장애인극단인 ‘멋진 친구들’이 초·중학교 학생에게 장애인식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외엔 발달장애인이 장애인식 강사로 나서는 건 거의 전무하다.

올해 말이면 종료할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선 장애인식개선과 관련해 일반학교 학생대상 장애이해교육(연 2회 실시), 일반 초중학생 대상 「대한민국 1교시」 및 장애인식개선행사(각각 연 1회 실시)가 전부다. 계획이 제공자 중심이며 형식적이고, 교육 또는 프로그램만 받는 거나 다름없어 실질적 장애인식개선에 많이 미흡하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부설 발달장애인 극단 ‘멋진 친구들’의 모습 및 장애이해교육 장면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국립재활원의 장애체험교육 세부과정 ⓒ국립재활원 사이트 캡처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했으면 좋겠다.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본질은 같은 사람이고 평등한 존재임을 고려해 먼저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사람을 이해하는 교육을 받는다. 그 다음 장애이해교육을 받는다. 이런 과정들을 정기적인 정규교과과정으로 했으면 한다. 이 때 전제는 우리나라 교육체계를 입시가 아닌 사람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이해교육의 경우 전문가 또는 교사가 교육해도 되지만 그보다는 장애가 있는 당사자가 와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게 가장 좋고 설득력 있다.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사람 이해교육을 받을 시 교육만 받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토론한다. 장애이해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장애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토론한다. 여기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의사소통에서 어려울 시엔 의사소통 지원자를 붙여야 한다.

각 연령대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교육·토론해야 함은 물론이다. 초등생의 경우 그림, 동영상 등의 시각자료를 이용하고 쉬는 시간을 주면서 사람 및 장애 이해교육·토론시간이 너무 길지 않게 해야 하며 중학생일 땐 교육 및 토론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래서 사람 및 장애 이해교육·토론이 원활해지게 해야 한다.

물론 비장애학생, 장애학생 간에, 또는 비장애학생/장애학생 내에서 장애에 대한 생각이 서로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장애학생, 장애학생이 장애에 대한 생각들을 확실히 이야기하며 여러 다양한 생각들 중 부정적인 것은 줄이고 긍정적인 것을 살려 원활한 토론으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조정자가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시민, 공무원, 법원 등에게도 정기적인 장애인권리협약 및 장차법 교육과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장애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어려서부터 그리고 시민, 법원 등에 장애이해교육 및 토론을 꾸준히 실시한다면 장애인식개선과 사회통합에 한층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작년 12월 말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소식 전경 ⓒ이원무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소식 당시 현판식 모습(좌측), 제막 후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마크가 새겨진 현판 모습(우측) ⓒ이원무

장애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 비장애인이 어울려 실질적 통합교육 및 사회통합으로 가는 일환에서 장애이해교육 및 토론은 정말 필요하다. 그러기에 국가, 지자체에서 실질적 장애인식개선 및 통합교육, 사회통합의 환경구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실행했으면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보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마련했으면 한다.

중앙 및 전국 17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문단 I am을 구성한 다음 인권교육 실시 등 자문단의 역량을 강화하고 발달장애인 강사를 양성해 당사자 강사활동을 하도록 센터가 추진하는 것도 그 방안의 한 일환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차별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 장애인 행복사회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장애인당사자, 정부, 장애계 등이 함께 논의하며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서로 존중하고 사람답게 살며, 모두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회라는 최종목적지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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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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