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있는 일이 직업재활시설 운영이다 보니 복지와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할 일이 종종 있다. 그런데 요즘은 개발도상국의 공무원이나 장애인단체의 종사자 등이 한국의 우수한 장애인복지와 정책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왔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 장애분야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에 이런 보도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일견 뿌듯한 일인 듯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외국에 전파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본다.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삶에 비추어 볼 때 내 대답은 '어딘가에 자랑하고 전파할 만큼의 수준은 아직 아니다'이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서비스나 정책들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나 모순들에 대하여 지적하는 글을 적는 나에게 아직 무수히 많은 소재들이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는 갈길이 멀기만 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만 놓고 보면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여러 나라의 제도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장애인 복지를 실현해 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꺼플만 벗기고 살펴보면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그로 인해 차별이나 소외를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오늘은 이러한 주제들 중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 대해 쓴 소리를 좀 해 볼까 한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이 주관하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현재 발달장애인기능경진대회,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방장애인 기능경기대회의 금상 입상자가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경기직종은 CNC선반 등 정규직종 20개, 바리스타 등 시범 직종 14개로 구성된 기능 직종과 레저 및 생활기능 직종이다. 이 행사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정규직종 금상 수상자에게 1200만원, 시범직종 금상 수상자에게 6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참가 선수들에게 장려금을 수여하는 등 포상만으로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이다. 이렇다보니 행사에 대한 관심도 높고 해마다 이 행사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점이 많다.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오는 문제들도 있겠지만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참가자격을 살펴보았다.

2017년도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개최 안내문'에는 참가자격을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제2조와 시행령 제3조 규정에 의한 장애인으로 대회 개최일 현재 만15세 이상(2002. 6. 28. 이전 출생)인 사람', '장애인복지법 제2조와 시행령 제2조 규정에 의한 장애인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6조와 시행령 제14조 규정에 의한 상이 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 직종(뇌병변1급), 점역교정(시각1~3급), 번역(시각1~3급), 레저 및 생활 기술 직종은 중증 장애인만 해당 이라는 문구 이외에 다른 직종들에 대한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른 대회 방식의 차이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의아한 마음에 주관기관에 문의를 해 보았다. 다른 종목들에 중증이나 경증 등 장애정도와 장애유형에 따른 대회 방식의 차이나 예외 종목을 제외한 종목에 대한 대회방식의 차이 등이 없는지 문의 했는데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컴퓨터 관련 종목의 대회에 참여해 보았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장애유형 구분 없이 참여하여 경쟁하는 방식이었고 시간 추가 정도의 편의는 제공해 주었지만 제공된 문제지의 표 등을 시각장애를 고려하여 변환해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물론 차별없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러한 방식을 택하였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시간추가 등의 편의제공을 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공정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각장애 6급인 사람과 시각장애 1급인 사람이 제과제빵이라는 종목에서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시각장애 1급에게 과제수행 시간을 더 주었다고 해서 이것이 공정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지 않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장애 6급은 운전면허 취득도 가능하다. 장애로 인해 겪는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이다. 장애유형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자.

손에 장애를 가진 사람과 청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한복을 만드는 기능을 놓고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이 공정한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다. 각 직종별로 핵심이 되는 기능이 존재하고 이 핵심 기능들 중에는 신체의 특정 부위와 기술을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요인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공정하고 바람직한 모습이라면 장애인올림픽과 같은 체육관련 행사도 이처럼 장애유형이나 등급에 관계없이 단 한 개의 대회로 일원화 되어 있지 않았을까?

장애인올림픽은 주요 참여자들의 장애유형을 중심으로 크게 Paralympics, Special Olympics, Deaflympics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에서는 10년전쯤 여성시각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5개의 카페를 설치하여 운영중에 있다.

5~6년 전부터는 장애인바리스타대회들이 이곳저곳에서 열리기 시작했고 대회에 출전하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과 동행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결론 먼저 이야기하자면 시각장애인바리스타들은 만년 2~3위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대회의 운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떤 방식들로 대회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당시에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메뉴를 주문받고 커피머신이 있는 작업대 앞으로 와서 주문 받은 메뉴를 제조하고, 완성된 메뉴를 심사위원에게 서빙까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각에 제약이 있는 시각장애인이 타 유형의 장애인보다 불리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에 늘 2위나 3위에 머물러야 했다. 당시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문제를 지적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바리스타 종목이 지난해부터 기능경기대회에서 시범직종으로 채택되어 2년째 시행되었다. 마침 주변에 바리스타 직종의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참여했던 시각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있어 대회가 어떠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빙과 같은 부분들은 빠져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배려는 없었다고 한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과 함께 경쟁하는 대회인데 시간추가 마저도 없었단다. 특히 심사에서 작업 준비나 작업 후 정리 등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많이 불리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우승자는 어떤 유형의 장애인이었는지 물었더니 청각장애인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왠지 모르지만 이솝우화 중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DeafLympics를 왜 따로 하는지 거듭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 참여자가 평소에 사용하던 커피머신과 대회장에 설치된 커피머신이 달라 기기 사용법 등을 숙지하기 위해 기기의 각 조작부를 촉지하는 도중 위험하다는 이유로 진행요원으로부터 스팀관련부에 대한 촉지를 제지당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각자, 참여자가 준비해 와야 할 물품 등을 준비하지 않은 참여자 등에 대한 제제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진행 자체에도 장애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규정적용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 이것저것 이야기할 장애관련 이슈들이 많아 웬만하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대해서 칼럼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은 과정을 조금 생각해 보고 난 뒤에는 도저히 묵고할 수가 없었다.

시범직종 이기에 대회 운영과 관련하여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겠구나 생각되어 의견을 어떻게 제시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기능경기대회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공청회, 토론회, 설명회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았는데 해당 공지사항은 게시된 것이 전혀 없었다.

이 이야기는 대회의 시범직종 등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반대중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고 근래에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대하여 개선할 점들이나 문제점 등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내부적으로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기능경기대회에 직접 참여하는 장애당사자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해 줄 수 있었을 것인가 싶다. 충분히 대변할 수 있었다면 대회에 참여한 이로부터 불만 가득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 않았을까?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관련하여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도 어김없이 이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이해하기 힘든 대회를 만들어 놓고 그 대회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개선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한 토론회 한번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비단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정책의 다른 모습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이름과 취지로 많은 정책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장애 당사자의 입장이나 합리성 등에는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기능경기대회의 취지를 살리고 그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대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그 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직종에 대한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해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증장애인의 일반경쟁고용시장 취업이 경증장애인에 비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회 운영방식이 고용주들로 하여금 장애인의 보편적 직무능력이 경증장애인들의 수준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면 중증장애인의 취업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어쩌면 경증장애인들처럼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몇몇 특이한 인물들의 사례를 가지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치 장애가 극복해야 할 문제나 이상상태인 것처럼, 그 특이한 사람처럼 하려고 애를 쓰지 않는 이들이 게으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보도자료들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지적한바 있다.

또, 대회에 참여하는 중증장애인들도 이러한 운영방식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는 결국 한 마음으로 장애인복지 향상이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해도 부족한 현실 속에서 장애인계의 단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겠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웹사이트에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취지를 '장애인의 기능향상 촉진 및 사회참여를 실현하고 사회와 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여 취업기회 확대 및 고용안정을 도모하고자 합니다'라 소개하고 있다.

진정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운영방식을 찾아 가는 가운데 장애 당사자들의 생각을 아우를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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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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