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동장님은 나만 보면 뭐라도 해당되는 게 없나하고 항상 내 이름을 물어본다.

이 동네에서 산지 벌써 10년이고 그 중 6년은 중증 시각장애를 가진 상태였지만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어떤 것에도 지원받은 적이 없었는데 동장님은 그럴 때면 매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신이 미안해 하셨다. 지원여부를 떠나서 동장님의 마음이 고마웠고 감사했다.

많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은 경제적으로 복지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입학시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니라 수시 일반전형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성적장학금으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과 과제물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결과 계속 성적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부담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차피 장애인이라 등록금 낼 필요도 없으면서 다른 학생이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린다는 뒷말이 많았다고 한다. 오해는 풀어졌지만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삶을 공짜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사실 장애인들은 복지할인이라는 이름으로 수도세, 전기세와 같은 공과금에 대해서 정부차원의 할인도 받고 핸드폰 요금이나 영화관람료와 같은 민간차원의 복지할인도 받는다. 지하철의 경우는 완전 공짜이며, KTX나 국내 항공권에 대해서도 장애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몇 천 원씩 할인받은 금액을 합하면 적지 않은 돈이고 이러한 제세혜택을 받는 장애인들은 생활비가 적게 들겠다며 부러워하는 비장애인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실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살펴볼려면 동일한 조건에서 하나의 변수에 대해 인과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상생활에 대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활비를 살펴봐야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생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돈이 든다.

비장애인의 대다수가 장애인 활동바우처서비스가 정부차원에서 100%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장애인의 경제력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부여된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에는 부담금이 없지만 그 외에는 몇 만원에서 십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즉, 비장애인의 24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마음대로 사용하고 활동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하루 몇 시간을 돈을 지불해야만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처럼 24시간을 자유로이 편하게 보내려면 글쎄 얼만큼의 경비가 들런지....

게다가 활동바우처 선생님과의 외출에 있어서 발생하는 모든 경비는 장애인들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서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작년 여름 아이와 함께 워터파크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활동바우처선생님과 함께 가게 되었다.

우리는 3인 가족이지만 입장료며 식대 및 이용료에 대해서 모든 경비는 4인 가족으로 모두 우리가 부담했다.(바우처 선생님께 들어가는 경비가 아깝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오해하시지는 마시길....)

또한 이동에 있어서 비장애인의 경우는 자신의 상황이나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이 다양하지만 장애인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장애인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교통편은 지하철인데 지하철은 공짜이니 교통비는 별로 들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까운 거리나 노선이 어렵지 않을 경우에는 괜찮지만 환승을 해야 할 경우나 낯선 곳은 활동바우처 선생님과 동행하든지 그게 여의치 않으면 콜택시를 타고 가야한다.

처음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은 지하철을 2번 환승하고 학교셔틀을 타고 15분정도 올라가야하는 우리집과 매우 먼 곳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활동바우처 선생님과 통학을 할 경우 가사나 육아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그 대안으로 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장애인 복지할인을 받더라도 월 30만원의 교통비를 소요해야했다.

내가 비시각장애인이었다면 몸을 부지런히 놀려서 환승한다면 먼 거리라도 충분히 갈수 있었지만 몸은 열심히 놀릴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고 아무리 공부하고 싶다지만 한 달에 교통비로 30만원을 쓴다는 것은 주부로서 가계부 걱정에 그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내 장애를 탓해야하는 건지 30만 원쯤이야 할 만큼 넉넉하지 않은 가계 형편을 탓해야할지....

한편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원만한 사회활동을 위해서 정보보조기기나 의족, 의수등과 같은 장애인 보장구가 필요하다.

비장애인의 경우는 그냥 컴퓨터만 구매해서 사용하면 되지만 필자 같은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음성 입출력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구입해야하며 학교 강의를 위해서는 ‘책마루’나 ‘한손에’라는 보조기기가 필요한데 ‘한손에’는 100% 자비로 구매할 경우 500만원 정도이니 웬만해서는 구매하기 어렵다.

또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의수, 의족의 가격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특히 성장기의 장애아들은 발육 상태에 맞춰 교체해야하니 가계부담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정보보조기기나 장애인보장구에 대해 일정 부분 정부가 지원해주고는 있다. 그러나 정보보조기기의 경우는 기초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을 우선 지원하며 보급대수도 적어서 기초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면 정부지원을 받기 어렵다.

한편 장애인보장구에 대해서도 가격의 80%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80%라는 것도 항목 중 최하품질에 대해 적용된다고 한다. 의수라고 하더라도 디자인이나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최하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령 의수의 최하 가격 상품이 50만원인데 구매자가 200만원의 의수를 구매할 경우 50만원의 80%인 40만원만 지원되고 160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한다고 한다. 그럼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50만 원짜리를 사면되지?’ 그런데 혹자의 말에 따르면 그런 제품은 의수를 하는 의미조차 없는 거라고 하니 부담이 되더라도 의수 같은 의수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이외에도 장애로 인한 의료비나 소모품들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질병이니 그에따른 치료부분도 비급여항목이 많고 소모품의 경우 소량다품목으로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제각각 소요되는 생활비가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장애로 소요해야하는 기본적인 지출 항목만 살펴보아도 이상과 같다.

우리들의 삶이 비록 비정상적이고 불편해보이겠지만 우리도 생활하고 살아간다. 비장애인들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감을 느끼듯이 우리 장애인의 삶도 의식주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즉 비장애인들이 삶을 향유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정부나 사회로부터 할인 혜택을 받는 것 이상으로 우리도 사회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장애인활동바우처제도로 일자리가 늘어났고 택시를 이용하고 장애인보장구나 소모품을 수요함으로서 소규모 중소기업이 생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장애로 우리가 잃은 것은 신체적 기능의 결함이지만 그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경제력은 떨어지고 장애로 인해 소요되는 생활비는 늘어가고 이에 가계경제는 더 악화되고 삶은 피폐해져간다.

장애인의 경제적 생활의 어려움을 잘 알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게 부여되는 몇 가지 할인 혜택만으로 우리가 경제적 부담 없이 사회에만 의존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억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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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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