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살 딸아이가 언니들과 하룻밤을 보낸 후 나쁜 말을 배워온 적이 있다.

“엄마 꺼져!”라고 한 말 이였다. 필자에게 야단을 맞은 후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왜 자신이 혼이 나는지 모르는 표정 이였다. 필자는 집에 있던 ‘파란 새 기꼬’ 라는 동화책을 한권 꺼내 들었다.

파란 색깔의 늘 화가나있는 기꼬 라는 새가 있다. 이 새는 늘 나쁜 말만 쏟아내어 주인이 견디기 힘든 정도다. 그래서 주인은 마법항아리를 구해와, 나쁜 말을 담으면 항아리가 깨지지만, 좋은 말을 담으면 항아리에서 예쁘고 밝은 빛이 나와 좋은 말을 하는 대상을 온화하고 하얀색의 예쁜 새로 변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이 한말에 대해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그게 나쁜 말이야?”

어린 아이는 좋은 말이 어떤 것인지, 나쁜 말이 어떤 것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그 말을 들은 상황의 분위기로 단어의 의미를 추측을 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아이가 “꺼져!”라는 단어를 언니들에게 들었을 때에는 웃으며 즐거워하는 분위기였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래서 아이는 크게 나쁜 말로 인식하지 못했고, 재미있는 단어라 생각하고 사용하게 된 것이다.

저학년이나 고기능 자폐증 아동의 경우도 비슷하다.

‘좋고 나쁘다’는 추상적인 말로는 그 이미지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예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성향이나 정서적인 감정에 따라 나쁜 말로 표현하는 아동은, 스스로 나쁜 말을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나쁜 말 이미지 ⓒ김지연

많은 아이들이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도 모른 채 단어를 사용한다. 또래 관계 내에서 아이들은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사용을 하고,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에서 쉽게, 자주 접하기 때문에 나쁜 말이라고 알게 될지라도,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먼저 일러줘야 할 것은, 어떤 말이 좋은 말이고 나쁜 말인지, 그리고 그 말을 통한 감정이 어떠한지를 일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동화속의 기꼬를 보면 주인이 좋은 말을 항아리에 해보라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좋은 말인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 나온다. 오랜 연습 후, 좋은 말을 하기 시작할 때 감정이 크게 변화되는 것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우리 아이들도 이와 같이 고민하고 연습하고 시행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밝은 빛 항아리처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좋은 감정을 느끼는 등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학교생활 내에 또래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다.

말에 대한 행동수정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면, 부모님이 아이가 자주 하는 말을 메모 해둔다. 아이와 함께 좋은 영향을 끼치는 말이라면 ‘+’표시를 하고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말이라면 ‘-’ 표시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다. 간단히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등으로만 표현해도 좋다.

‘-’로 표시된 말들을 ‘하지말자’가 아니라 더 나은 표현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차이를 발견하고 더 나은 말로 표현했을 때의 기분을 느껴보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칭찬을 해보아야 한다.

대체적으로 나쁜 말하는 아이들의 특징 중에는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서 일부러 더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좋아하는 친구, 혹은 호감 가는 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스럽게 행동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로 관계형성에 도움이 되지 못해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고운 말은 꾸준히 연습하고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내입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차근차근 여유 있게 행동하며 감정을 길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좋은 표현법이다.

예를 들어, “더럽게 안 되네”라는 감정을 나쁜 말로 표출하는 것보다는 “잘 안되네. 괜찮아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말로 감정을 풀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좋은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파란 새 기꼬가 항아리에 좋은 말이 생각이 날 때마다 달려가서 외쳤을 때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잘했어. 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인정하고 응원해준 주인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말을 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 덕택에 더 노력하게 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족이 모두 좋은 말로 표현하고 서로 칭찬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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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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