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따뜻한 봄이 왔고, 새 학기도 시작되었다.

어린이집 앞에도, 유치원 앞에도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보이고, 그 아이들 보다 더 아파하고 자책하며 돌아서서 눈물 짓는 엄마들도 보인다.

요즘 블로그를 보고 있으면, 새 학기를 맞아 아이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어 적응기간을 함께 보내면서 자책하거나 심지어는 죄책감에 속상해 하는 엄마들, 안타깝고 마음 아파하는 엄마들의 글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면 돌 이후, 늦어도 36개월 전에는 어린이집이라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심지어, 가정형편이나 육아휴직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돌 이전에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욱이, 예전에는 동네 골목길이나 놀이터에만 가면 놀 아이들이 천지였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보니, 놀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집 입소를 빨리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두 돌 지난 이응이를 데리고 오전에 놀이터에 가면, 놀 아기들이 하나도 없어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요즘 유아들의 어린이집 입소는 내가 어릴 때에 일곱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가는 것이 당연했던 것과 같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통과의례가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쉬크한 강철멘탈의 소유자인 우리 엄마가 내 첫 유치원 입학을 어떻게 겪어 가셨을지 떠올려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았을 때, 엄마가 나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돌아서며 애틋해 하거나 눈물을 쏟거나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것도 비장애인 아이도 아닌, 시각장애 아이를 유치원에 뚝 떼어 놓고 오면서 말이다. 적어도 나 몰래 어디 가서 눈물을 보이셨는지 까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내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시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저 때가 되었으니 당연히 나는 유치원에 가야 했고, 엄마는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처럼 내 손을 잡고 그 시간을 겪어 가셨던 것 같다. 물론, 눈이 나쁜 내가 유치원에 받아들여지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해 가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치열한 물밑작업을 했으리라는 건 논외로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어린이집 입소 시기가 빨라졌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내 또래 부모들의 아이 어린이집 첫 입소에 대한 감회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조금은 힘을 빼고 가볍고 평안한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글에서 너무 짙은 자책감과 안타까움, 심지어는 죄책감 같은 것까지 너무 짙게 묻어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안타깝기 때문이다. 물론, 아기 같기만 했던 내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지낼 것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고 안타깝기도 할 거라는 맘, 나 역시 겪었기에 모르지 않는다.

이응이가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 ⓒ은진슬

이응이도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늘 유모차 타기를 강력히 거부했으며, 어린이집에 가까워 오면 ‘속상해!’라는 가슴 아픈 말을 던지곤 하여 내 맘을 아프게 했으니까.

비록, 나 역시 이런 상황에 늘 가슴이 아팠던 엄마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안정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늘려 갈 때면, 노트북을 들고 어린이집 근처 커피전문점에 가서 담담하게 어린이집에 간 아이 걱정이나 아이의 성장에 대한 내 소회 등을 써 내려갔다. 오랜만에 아이가 없는 틈을 타, 여유롭게 맛있는 브런치를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를 만날 시간이 되면, 더없이 기쁜 얼굴로 아이와 만나,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얼마나 멋지고 의젓하게 잘 지내 주었는지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따뜻한 봄날을 한껏 만끽하기 위해 산책을 하기도 하고, 멋진 형아가 된 의젓한 아이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차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도넛이나 예쁜 조각 케이크를 사 먹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의 원 생활을 위해 필요한 양치컵, 낮잠이불, 수저 등 여러 가지 생활 용품들을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직접 고르게 하여 앞으로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인터넷으로 사면 더 쌀 수도 있고, 아이와 쇼핑하는 것이 더 귀찮기도 하겠지만…)

그렇다. 어떤 이유로든, 기왕 아이가 기관 생활을 해야 한다면, 안타까워하며 엄마의 자책감과 죄책감을 아이의 새로운 시작에 투사하기 보다는,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를, 아이의 성장을 기뻐하며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축제 같은 이벤트로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 그 당시 나의 지향점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마음 아프고 불안하면 아이도 마음 아프고 불안한 건 당연하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느끼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마련이니까.

그러니, 우리 엄마들도 아이가 앞으로 겪게 될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어려움, 엄마와 처음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가 이만큼 성장해서 이제 나와 떨어져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 사실, 아이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시간, 소중한 아이의 어린이집 첫 입소를 고군분투하며 겪어 가고 계신 모든 엄마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해 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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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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