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지난해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주최한 촛불집회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세월호 침몰 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인명구조지시·조치가 없었던 점, 재벌기업들이 출연해 만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민간인 최순실이 관여한 국정농단 등의 헌법유린행위에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분노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등과 관련, 특검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 했지만 특검조사 장소·시기 공개를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국정농단 증거 및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방해하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증언하겠다는 약속도 어겼다. 헌재 심판일정을 연기해 탄핵기각을 위한 심산도 보였다.

이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 헌재가 탄핵인용결정을 할 것을 요구했고, 마침내 3월 10일 오전 11시로 탄핵 선고 일정이 확정됐다.

드디어 3월 10일 오전 11시, 탄핵선고를 시작했고, 21분 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다음과 같이 주문을 발표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이 사실로 인정되었고, 청와대 압수수색 및 특검수사 등의 거부로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대통령의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등이 탄핵사유로 인정되었다.

몰론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가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한 것,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 파면사유로 인정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진실을 숨기기 급급하고 법을 무시한 대통령을 파면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의는 아직 살아있음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권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한 점도 생각하며 나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기에 만세를 불렀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었기에, 헌법 제69조 2항에 따라 탄핵 후 60일 이내로 우리나라는 후임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월 9일을 제19대 대통령 선거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헌재 탄핵인용 축하 집회 때의 모습들 ⓒ이원무

그동안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등은 발달장애인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지시적 표현과 말에 익숙하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선거의 필요성과 참여 이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시설에 살 시 선생님이 찍으라는 대로 찍는 등 내 선택 없는 것이 선거였다고 증언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각 후보 선거공약 등에 나오는 말이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약과 그 내용이 무엇이고 이를 말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정보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법 시행 후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선거과정 홍보물을 만들었다. 홍보물에는 선거의 의미와 필요성도 포함돼 있다.

시·도 및 시·군·구 선관위에서는 이 홍보물을 발달장애인에게 보여주고 실제 선거 전 모의 투표 체험소도 운영하는 등 발달장애인 선거권 행사를 위한 지원을 했다.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행사를 위한 첫 번째 시도인 점에 의미 있었으며, 전보다 진일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각 후보 선거공약이 담긴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은 제공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약과 그 내용, 국회의원 후보 등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워 발달장애인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권 행사에 상당한 한계를 느껴야만 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국회의원 선거와 투표안내 동영상 시작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그리고 선거 당일 날 선거용지에 각 후보 이름 옆에 후보사진도 없어 역시 발달장애인이 제대로 선거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았다. 정당에서는 얼굴이 잘 생긴 사람에게 투표할까봐 이름 옆에 후보사진을 붙이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선관위는 선거방식이나 도구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을 만들고 장애계 단체, 직업재활시설, 복지관 등에서 공보물 내용을 알려주며, 발달장애인으로 하여금 누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약을 했는지 알게 하는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얼굴보다 공약을 통해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 정도의 판단력은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선거용지에서 후보 이름과 함께 후보사진을 넣는 것은 후보 선택을 쉽게 만들기에 발달장애인에게는 권리이며 선거권 행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각 대통령 후보 공약이 담긴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각 후보 이름과 후보사진이 함께 담긴 선거용지의 제작을 정당들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아울러 이에 대한 정당들의 합의도 요구한다. 합의가 이루어질 시 중앙선관위는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선거용지를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 선거권이 보장되는 계기를 가지게 될 것이기에 그렇다.

국회의원선거 발달장애인용 알기 쉬운 선거용지의 좋은 예, 후보이름과 함께 후보사진과 정당그림이 실려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발달장애인법 제10조 1항에 국가와 지자체가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정책정보를 알기 쉬운 형태로 작성·배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등으로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 계기를 갖는 것은 발달장애인법 10조 1항을 실행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외에도 공직선거법 제65조에 발달장애인이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조항, 동법 70조에 선거후보자 방송광고 등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내용 방영 등도 추가·명시해야 한다고 본다.

장애인복지기관과 장애계 단체 등에서 선거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 등을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에 했던 알기 쉬운 선거과정을 동영상, 그림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면,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선거용지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보장 계기를 가짐은 보편적 선거권으로 향하는 촉매제라 본다. 왜냐면 선거권 행사가 발달장애인에게 쉬우면 모든 사람들에게 쉽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성인이면 모두에게 부여되는 선거권을 발달장애인도 제대로 누려 보편적 선거권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정당, 선관위, 장애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합심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촛불집회 때 불렀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에 나온 국민 주권정신이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한 번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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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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