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토요일에 대학로의 이음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가용을 대신하여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음센터는 자체 주차장도 없고(외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함) 운전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기도 했다.

3호선 대화역을 이용하여 대학로가 있는 혜화역까지는 충무로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만 하면 되는 간단한 코스이다. 충무로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하여 환승을 하기위해서는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애석하게도 아직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충무로역에서 발생하였다. 리프트가 고장이 났고 고장난지도 3주가 지났을 뿐만 아니라 10월 28일에 수리가 완료된다고 한다. 역에 전화를 하니 담당자가 나와서 당연하다는 듯이 지하철 3가역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여 동대문역으로 갔다가 7호선으로 환승하여 혜화역으로 가라고 한다.

뭐 이런 안내가 있는지 화가 났다. 3주 전에 고장이 났으면 미리 전동차에서 안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무로 리프트가 고장이 났으니 미리 을지로 3가역에서 내려서 환승을 하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고장 났는데 어쩔 것이냐고 하는 그런 자세는 운송서비스를 하는 자들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하철 안내 어플에 미리 공지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전화로 확인한 결과 30일 오후에 수리를 완료하여 현재는 정상가동 중이라고 한다)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의 환승을 위한 유일한 수단인 리프트고장 안내문. 현장에 도착하기 전 안내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찬우

사건은 계속된다. 뒤늦게 행사장에 도착하여 일을 보고 다시 대화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또한 우여곡절이 많았다. 혜화역에서 동대문역사로 가는 방향의 엘리베이터가 교체 공사 중이라고 한다.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는 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안내가 보이지를 않는다.

시각장애인들의 안내를 도와주시는 도우미들이 잠시 기다리라며 승무원을 데리고 왔다. 승무원의 설명은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라 사용이 안 되니 한성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곳에서 동대문역사방향을 타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다시 한 번 공사현장을 보니 눈에 잘 띠지 않는 공사칸막이 아랫부분에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위쪽의 빈칸에 눈에 잘 띠게 부착을 해 놓았다면 바쁜 일과에 그것 설명하려고 오고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한성대 역에서 동대문역으로 갈아타고 을지로 3가역에서 3호선 을지로 3가역으로 가기위해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는 방법을 인지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분명히 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은 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을지로 3가역에서 3호선의 을지로 3가역으로 가려면 개찰구를 지나 반대편 개찰구로 나가야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는 정확한 설명이 부족했다. 제대로 설명만 되어있으면 좋은 운송수단인데 2%가 아닌 10%가 부족한 현상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안내사인의 대대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당사자의 시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내(사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하철 안내시스템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점검과 개선이 있어야 한다.

각종 안내문으로 누더기가 된 엘리베이터. 깔끔한 정비가 필요하다. ⓒ이찬우

각종 픽토그램도 눈에 확 띠고 통일되게 부착이 되어야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덕지덕지 광고용지 붙여 놓듯이 하니 지저분하고 가독성이 너무나 떨어진다.

그리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장애인마크가 크게 붙어 있어서 타고 보니 휠체어 전용공간이 없는 객차여서 당황하였다. 안내 문구에 전용공간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보기 했지만 픽토그램(사인)은 약속인데 그런 경우는 빠른 시간 안에 줄여야 한다.

픽토그램은 약속이다. ⓒ이찬우

지하철은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고 일반 시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가장 수월하게 장애인식개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의 사용에 있어서도 휠체어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배려를 하라고 하지는 않아도 순서대로 타는 매너는 알아야겠다.

오이도역 리프트 사망사고 이후 장애인단체들의 피와 눈물의 투쟁으로 만들어 낸 엘리베이터가 정작 장애인들은 사용에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사용하는 분들이 그 역사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또한 장애인들에게 먼저 양보를 하는 계몽도 같이 이루어져야겠다.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하는 안내시스템과 고장과 공사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좀 더 명확하게 한다면 장애인당사자도 편하고 승무원들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지 않아도 되고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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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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