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중증장애인 사회복귀프로그램 ‘일상홈’의 해외연구를 위하여 16명의 단원이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8박 9일간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0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최근 장애인건강권법과 관련되어 ‘재활운동 및 체육’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하여 장애인이 스스로 건강관리의 주도권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인 스스로가 건강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이념에 의료계와 장애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다녀온 스웨덴에서 활동적인 재활을 목표로 하는 RG라는 곳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된 운동과 체육, 사회참여를 동시에 이룰 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담당자인 엘린(Ellin)은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어 스포츠우먼 같았다. 11년간 근무를 했고 국제 코디네이팅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비영리 단체인 RG는 척수손상 또는 비슷한 장애유형을 모두 관리하고 있는데 다양한 연령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1976년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병원 관계자, 스피날리스재단, 휠체어 만드는 회사 등이 다 모여서 미팅을 하고 만든 목표는 장애인들을 모아서 운동을 하게 하여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1978년부터 장애인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막상 불러 보니 옷도 혼자 못 입고, 대소변관리도 못하고 휠체어도 밀지 못하는 상태여서, 그렇다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운동을 통해서 재활을 시키자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런 영향으로 지금도 운동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서 재활을 시키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장애인올림픽에 나가는 경우가 생겼다고 했다. 장애인이 재활과 스포츠를 통해서 최대한 자립적인 생활을 하고 직장이나 학교로 돌아가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이 단체의 목표이다.

RG가 제일 중요시하는 컨셉이 롤모델이다. 재활코치(RI)처럼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경험이 많은 장애인을 지도자라고 하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병원에 가서 처음 다쳤을 때 상담해주고 휠체어를 타고도 괜찮은 삶을 살수 있다고 보여주는 역할이다.

RG에서는 롤모델이 될 만한 장애인들의 명단을 가지고 병원에 있는 환자(장애인)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해놓았고, 멀리 있는 곳의 병원에 있어도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네트워크 형성을 하여 롤모델들이 병원이나 단체에서 하는 캠프참가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RG에서는 다양한 코스의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캠프라는 용어를 쓴다고 한다. 척수재활센터에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외래에 참여하면서 코스에 참가를 한다. RG의 직원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가 아니라 일반 비장애인들이다. 장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은 그 환경을 병원이 아닌 일반 사회로 조성한다.

캠프나 코스를 하면서 잠잘 때도 병원과 같은 환경을 최대한 배제한다. 그 이유는 장애를 입고 사회활동이 두렵지만 병원과 같은 시설이 없어도 호텔이나 모텔에 가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이유이다.

‘스텝 1 코스’는 스톡홀롬 시내에 있는 올림픽센터에서 1주일 정도 열린다. 그곳에서 제일 기본적인 것 즉 일상 생활하는 것(일어나서 옷 입고 밥 먹고 씻고 트랜스퍼하고 제일 기초적인 것)을 한다. 일주일 동안에 다양한 스포츠도 하고, 다양한 활동들도 같이 한다. 휠체어를 조작하는 것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을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불완전마비에게는 걷는 것도 매우 중요하므로 레벨상태에 따라서 걷는 것도 같이 한다. 트랜스퍼(이동)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테크닉이므로 근력 강화 같은 운동도 같이 한다. 이곳에서 롤모델은 지도자이고 리더이다. 강사라고 볼 수도 있다. 캠프를 갈 때 롤모델과 같이 방을 쓰는데 참가자 두 명 중에 한 명은 롤모델로 방을 배정해준다.

스텝2의 프로그램, 다양한 야외활동을 통해서 사회생활의 자신감을 회복한다. ⓒ이찬우

스텝2의 프로그램, 다양한 야외활동을 통해서 사회생활의 자신감을 회복한다. ⓒ이찬우

‘스텝 2 코스’는 급성기를 지나고 어느 정도 재활이 된 사람들을 모아서 남쪽에 최남단지역에서 캠프를 한다. 초창기부터 자주 왔던 사람들하고 계속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후관리를 하는 단계이다. 초기코스와는 다르게 좀 더 도전전인 활동을 하고 더 많은 힘과 더 많은 노하우들을 요구한다. 수상스키나 말 타기 등 좀 더 도전을 요구하는 활동을 한다. 스텝 1 코스가 7일이었다면 스텝 2 코스는 7일~14일 정도로 기간이 좀 길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캠프라는 용어를 쓰는데 어린이들이지만 2-3세 유아들도 부모님이랑 캠프에 참가한다. 8~13살이 주로 오는데 몇 번 참가하다보면 처음에는 부모님을 데려오지만 그 다음부터는 부모님 없이 오기 시작한다. 부모님을 놓고 혼자 오는 것이 어린 장애학생들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립심이다.

이 캠프 또한 롤 모델 리더들이 주관을 하고, 어린이 캠프 때에는 젊은 롤모델들이 진행을 한다. 어린아이들을 먼저 보내놓고 중간쯤에 언니오빠 형제와 부모님들이 와서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단다. 장애인의 가족들과 형제들만의 또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여름에는 성인캠프, 아동캠프, 패밀리캠프 세 개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고 100명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13~18세의 청소년들은 어드벤쳐라는 단어를 붙여서 보트타기, 음식 구워먹기 등의 캠프활동도 한다. 여성 장애인들만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7일 정도의 일정으로 건강을 위한 활동도 있지만 성, 동거, 여자들끼리 하는 잡다한 이야기들을 통해 친밀감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장애를 입은 지 10년 이상이 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코스(Retro course)도 있는데, 어깨가 아프거나 뭔가 다르다고 느꼈을 때 의사나 간호사가 같이 개입을 해서 불편한 것을 케어해주고 있다. 고혈압에 뚱뚱하고 어깨도 아픈 장애인이 왔을 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4~5달 후에 다시 만나서 잘 이뤄졌는지 검사하는 코스도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 어릴 때부터 자립심과 협동심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이찬우

어드벤쳐 프로그램. 다양한 레저 활동으로 사회활동의 자신감을 북돋게 한다. ⓒ이찬우

어드벤쳐 프로그램. 다양한 레저활동과 캠프활동을 통해 자립심을 키운다. ⓒ이찬우

10년 이상의 장애인들을 위한 Retro 프로그램. 어깨와 비만 등의 모니터링 해준다. ⓒ이찬우

‘RG Boson’이라는 프로그램은 체육센터 개념으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RG에서 3~4명의 롤모델과 체육지도자들을 배치해놓고 장애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았으며 시간 관계없이 그룹이나 개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RG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를 통해 롤모델과 지도자들을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네트워크 형성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 형성하는 이유가 활동적인 재활을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고 스웨덴 단체와 상대방 단체가 결연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벨라루스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고, 그리스, 리투아니아 등과 교류를 한다.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가깝기 때문에 캠프를 할 때 같이 하기도 한단다.

RG에서는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들이 오면 4~5일 동안 휠체어를 태우고 휠체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주기도 한다. RG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민간업체나 큰 대기업을 통한 모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참가비는 5,000-6,000크로나(65만원~78만원)를 낸다. 본인이 지불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롤모델로 핵심적인 컨셉이다. 어느 단체에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하면 근처에 사는 장애인(롤모델)을 파견하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프로그램의 참가자로 시작을 해서 롤모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재활운동 및 체육의 개념을 병원 안에서만 찾지 말고 스웨덴의 RG프로그램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장애인을 위한 재활과 운동은 병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활은 단번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 중에 장애인 당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척수협회의 일상홈 코치와 정보메신저 등 당사자의 참여가 재활의 완성을 가지고 온다는 것은 잊으면 안 된다. 최근의 장애인과 관련된 많은 제도와 시행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함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의 변화, 관념의 변화. 틀을 깨는 시도... 이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지역사회에서 하는 RG boson 프로그램. 언제 어디서나 운동을 접할 수가 있다.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