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국내총생산(GDP)과 노령인구, 정부부채 등 사회·경제적 여건의 나라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2015.9.2./한겨레)이기는 하지만, 21세기 들어 복지 지출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것(2012.12.26./연합뉴스)으로 파악되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복지지출의 증가에 따라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정비례해서 증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4~2018)에 의하면, ‘다양화 되는 국민의 복지 욕구에 효과적,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맞춤 제도 설계 미흡, 민간 공급자에 서비스 공급을 주로 의존하여 왜곡된 공급 행태 발생, 복지‧교육‧노동 분야 등의 각 정책이 정부조직에 따라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현안 해결 및 부분적‧단편적 해법에 치중 등’을 문제점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UN세계행복고서에서는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약 8% 정도에 불과하며, 기초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행복은 소득보다 개인의 정서적, 육체적 건강 및 가치관과 공동체의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행복은 개인의 정서적, 육체적 건강 및 가치관과 공동체의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인적 관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관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인의 정서적, 육체적 건강을 도모하고 가치관을 정립시키는 기본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체계의 최소 단위는 과연 무엇일까. 개인일까, 아니면 가정일까.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정의)를 살펴보면,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를 ‘가정’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건강가정’으로 그리고 건강가정을 저해하는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와 사업을 총칭해서 ‘건강가정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가정을 저해하는 문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복지계에서 대인복지서비스로 제공 되어지는 영역 즉, 기초적인 생활보장 외에 아동 및 청소년복지, 장애인복지, 여성복지, 근로복지 등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렇게 본다면 모든 복지의 출발점은 국민 개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개별적 사회문제에 포커스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와 같은 가족구성원 개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건강가정을 저해하는 문제의 발생으로 인하여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가정을 더 중요시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이 대인복지체계에서 가정복지체계로 전환해야 되어 질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가정은 인간이 임하는 최초의 사회적 환경으로써, 이런 가족의 통일성과 가정의 생산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인 가정생활에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 목표와 가족 전체의 공동 목표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가정에는 개인 목표와 일치하는 가족의 목표도 있을 것이고, 또는 개인 목표가 겉으로 보기에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족 전체의 공동 목표가 되기도 하므로 한 가정의 목표는 각양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정의 효과만을 목표로 하고 개인의 욕구 충족에 대해서는 공정한 배려가 결핍될 경우, 가족 구성원 개개인은 욕구 불만이 되어 가정생활에 이변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개인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다보면 가족으로서의 생활 의식은 희박해지고 한 가정으로서의 통일이 파괴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결론적으로 가정복지체계의 핵심은 ‘가족의 목표가 명확하고 거기에 대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동기 유발과 상호간 이해를 통해 가정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대해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게끔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자원 즉, 민‧관복지서비스를 활용하여 목표달성에 필요한 자원(물자·금전·노력·시간 등)의 입수가 용이할 수 있도록 도모(즉,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역량강화)한다면, 결국 ‘가족의 통일성’이 이루어져 가정의 안녕 복지는 증진될 것이고, 이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정책 또는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런 취지를 살리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이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 가정 행복설계 여행 사업’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도모’라는 슬로건 하에 2009년도부터 현재까지 대인복지서비스 제공 체계에서 가정복지서비스 제공체계로 전환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를 대표하는 사업이 바로 2014년도부터 도공동모금회 지원 하에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 가정 행복설계 여행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간, 가족, 환경 사이의 상호 교류에 관심과 초점’을 두고 ‘가족은 그들 자신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이다, 가족은 전문가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라는 신념과 ‘가족이 관심의 단위가 된다, 가족과 전문가 상호간의 협력,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가정복지실천은 가족의 선택을 중시한다, 가정복지실천은 가족의 강점을 주요하게 관찰한다.’라는 기준 하에 ‘가정별 행복계획 수립, 가족 구성원 상호간 지지체계 구축, 가정의 사회적 지지망 구축, 가정 행복증진 복지서비스 제공’이라는 4가지 사업목표를 구현하고자하는 장애인복지사업이다.

사업의 특징은 장애인 가정의 행복계획 달성을 위해 재무설계 측면에서는 꿈앤땀제작소, 국민연금공단, ㈜National FP와 함께, 건강 설계와 관련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영양사회, 제주권역재활병원과 연계 하에, 심리정서설계는 가정법률상담소(도사회복지협의회 산하), 과정을 즐기는 미술교육센터, 제주도교육청 Wee센터 등과 함께, 직업설계는 서귀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그리고 가족코칭은 서귀포시가정행복상담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총 14명의 행복설계사를 파견하면서 연중 운영되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현재는 모델화 단계로 추진되고 있지만, 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의 사전/사후 조사결과에 의한 효과성을 살펴보면, 행복인식도는 평균 3.47에서 3.76으로 8.4%향상되었고, 가족관계척도는 3.37에서 3.68로 9.2%향상되었으며, 삶의 만족척도는 3.31에서 3.55로 7.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끝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가정에서 하던 기능들을 사회에서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많아 가정의 기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의 가치가 급 하락한 것으로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정책과 제도 그리고 복지사업 등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완벽히 구현될 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에 복지정책과 제도 그리고 복지사업의 방향도 국민 개개인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국민 개개인의 사회문제를 능동적, 자율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및 조력하는 복지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복지의 책임을 가정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는 개인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강호철님은 현재 RI KOREA 정책과서비스 분과 위원이며,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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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 KOREA(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전문위원회)'는 국내·외 장애 정책과 현안에 대한 공유와 대응을 위해 1999년 결성됐다. 현재 10개 분과와 2개의 특별위원회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전략 이행,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국내외 현안에 관한 내용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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