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인권실태조사에서는 체크리스트에 의해 이용자로부터 시설 운영의 문제점을 인지하게 된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시설 운영자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인권실태조사가 이루어진 후 이용자나 조사자, 외부 시민단체, 조사 참여자 등은 좀 더 세부적이거나 추가적인 인권침해 정보가 정리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거나 제보된다.

ㄱ학원 역시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ㄱ학원의 직권조사를 통해 검찰총장에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였고, 도지사에게 특별지도점검과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부정사용한 보조금을 환수할 것을 권장하였다. 또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였으며, 교육감에게 종사자 인권교육과 감사를 권고하였다.

ㄱ학원은 설립자가 사망한 후 남편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가 아들에게 세습되었다. 그리고 현 이사장의 부인 역시 산하 7개 시설의 장을 두루 거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중 직원 전용 패턴은 국가에서 인건비가 지급되는 산하 시설의 직원을 법인이 무상으로 차출하여 사용하거나, 산하 시설의 행정실과 행정직원을 통합하여 운영하는데 ㄱ학원은 후자에 속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장애인시설 보조금과 인건비가 국가예산에서 보조된 것이므로 이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ㄱ학원 역시 대규모 시설이며, 종합복지시설이다. 이용자 중 교통사고, 익사사고 등으로 사망한 안전사고가 다수 있었다. 시설에서의 안전사고가 다수 있는 것은 다른 시설도 그러할 수 있으나, 시설 전체로 보면 사고가 잦기는 하지만 개인으로 보아 사고율이 더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ㄱ학원에서 지적장애인 이용자 중 밥을 흘린다거나 문제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겁을 주거나 폭행을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하였다. 과로에 시달리는 직원이 매일같이 문제행동을 대하다 보면 감수성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로 이러한 폭행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계속 시정되지 않는 문제행동은 종사자에게 약을 올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폭행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징계 이전에 사직처리로 마무리된다.

ㄱ학원은 17명의 이용자 통장에서 입소보증금이라며 2억 6천만원의 돈을 인출하여 시설 확장이나 신규 사업비로 사용하였다. 보증금은 연고자의 경우 1년치만 유치하여야 하고, 가족으로부터 입금을 받아야 하는데, 무연고자로부터 동의 없이 인출하였다가 문제가 되자 돌려주었다.

기초생활수급비나 장애인수당이 시설 이용자에게 쓰이지 않고 시설투자비로 사용된 것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보증금을 반환할 일이 생기면 또 다른 이용자의 통장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후원금은 31개의 통장으로 쪼개어 5억 5천여만원을 시설사업 확장에 사용하였다. 후원금이 이용자를 위해 준 것인지, 법인 사업 확장 등 발전전기금인지가 참으로 애매하다.

ㄱ학원은 체험홈을 마련하면서 두 배나 되는 고가로 아파트를 매입하여 이면계약이나 백마진을 의심받기도 했다. 흔히 이러한 패턴은 자부담을 실제로는 하지 않고 자부담한 것으로 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지인의 건물을 고가로 매입하였기에 의혹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어 인권위는 수사의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이사장의 텃밭을 공동생활가정에서 무상 임대하여 종사자와 이용자들이 노동을 하였고, 판매금을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았고 미지급한 것도 있다고 인권위가 판단하였으나 시설에서는 착오로 미지급한 것이라고 하였다. 시설 이사장들의 개인 시설물을 이용하여 노동을 하나 체험이라거나 생산물을 시설 이용자들이 사용하였다고 하는 것이 패턴이다.

양파 까기 등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였다고 인권위가 판단하였으나 소일거리였고, 된장공장에서 일한 것 역시 수익사업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식량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법인은 주장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사자들 중 일부가 과도한 노동이라 증언하였으나, 증언은 별 효력이 없었다. 식당 청소를 전담시킨 것 역시 노동이 아니라 자립 프로그램이라 하였다. 근로계약과 달리 월 50만원을 주고 종일 건물 전체를 청소시켰다고 하지만, 시설은 자발적이라고 주장하였고, 인권위는 지적장애 특성상 시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회계에 편입된 통장잔액이 37억인데 실제 잔액은 67억이라며 홈페이지 공지의무가 위반된 것이라 인권위는 지적하였다. 그리고 인권위는 후원금 용도외 집행금지 의무도 위반하엿다고 하였다.

이용자 중 입소비가 입금되지 않아 직원이 가족에게 통화를 하면 이미 내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회계누락으로 인한 비리도 의심되었다. 인권위 조사 당시 입소비용을 개인명의 통장으로 관리하는 것도 밝혀졌다. 사용외 집행으로 경고 받은 법인은 있으나 형사적 처벌을 받은 법인은 없으니 규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식당운영과 기능보강, 프로그램 운영이 시설에서는 수익의 기회 패턴이 되기도 한다. 산하 여러 시설이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투명하지 않게 운영하면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 직업시설에서 수익금을 이용자에게 분배하지 않고 종사자들이 잔업비로 나누어가지거나 이용자에게 다시 돌려받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ㄱ학원에서는 잔액이 있음에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조사가 시작되자 지급하였다. 인권위는 장애인을 돌보아야 하는 직원들을 수익사업에 동원한 것은 잘못이라 하였으나, 법인에서는 비영리법인인데 무슨 수익사업이냐고 발끈하였다.

인권위는 법인 숙소를 오너 일가의 사택으로 이용하고, 차량의 사적사용도 지적하였다. 심지어 직원으로부터 월세까지 받고 숙소를 제공했다고 하였다. 불투명한 회계를 지적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무원의 감독소홀이 공무원법 위반이며,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했다고 인권위는 인정하였다. 공무원의 묵인과 은폐 역시 인권침해와 사건 진행과정의 한 패턴이다.

인권위 결정에 따라 ㄱ학원과 소속시설에 대한 특별 지도점검을 마치고 위법·부당행위가 드러난 소속 7개 시설을 행정처분하고, ㄱ학원은 시정 조치하였다. 인권위 권고가 내려지면 행정 당국은 감사를 실시하여 추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적발하여 발표하는 것도 패턴이다.

행정처분 및 시정조치는 인권위에 결과를 통보하는데, 매우 성실하게 하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적발된 사안들이 대부분 회계 부정이나 기타 부당행위에 속해 있고, 최근 3년간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없어 ‘개선명령’ 수준으로 행정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개선명령이 고작인 것이 또한 패턴이다.

이 정도가 되면 시민단체가 나선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강력한 조치와 해당자 처벌을 요구한다. 이 또한 패턴이다.

인권위의 수사의뢰에 의해 경찰이 나서게 된다. ㄱ학원은 6개월 간 장기간 수사를 통해 모두 무혐의처리가 된다. 이 또한 패턴이다. 구체적 사유는 수사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첫째,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둘째, 시설이용자들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행정상의 과오에 해당할지언정 이를 범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셋째, 관련자들의 진술 및 구체적인 증거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다.

이 또한 여론이 관심을 가진 대형 사건이 아니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패턴이다. 물론 지역 호족과 비싼 변호사의 힘이 작용한다.

ㄱ학원은 해당 지자체를 대표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서 그간 장애인들의 복리증진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법인을 운영해왔으며, 수사에 단 하나의 거짓 없이 성심을 다해 임해왔고, 언젠가는 사회복지법인의 명예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 하나로 온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법인을 지켜냈으며, 수사당국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앞으로 임직원 일동은 시설이용자들의 복리증진과 장애우 인권 향상을 위해 기존과 같이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며, 그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지역사회는 물론이요 시설이용자, 시설종사자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책임자들에 대하여는 끝까지 그 법적 책임을 추궁할 것이며,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법인을 운영하지 못하여 금번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고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근심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투명하고, 더욱 정확하게, 더욱 명확하게 법인을 운영하여 전국적으로도 존경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것이 패턴의 마무리가 된다.

‘직접 편취하여 이득을 취한 것이 없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와 법인의 이득도 배임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되고, 단순 착오였고 장애인을 위해서 했다는 것과 인권침해라는 대립은 수사당국에 의해 최종 정리가 되고 법 위반은 무협의가 된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죄인이 되거나 무력감을 체감하고 행정당국은 수사기관이 무죄라고 하는 이상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지만 화장실에서 웃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살인이나 집단 성범죄가 아니면 수사기관이 칼자루를 쥔 이상 인권침해와 처리과정 패턴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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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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