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복지 정책 제안서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서. ⓒ서인환

발달장애인 부모단체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는 지난달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정책 수립을 요구하기 위하여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아 시청 입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시에서는 시장이 아닌 국장과의 면담을 주선하여 농성은 일단 풀었다.

지난 4일 국장과의 면담에서 부모들은 사전에 제출한 공동 정책 제안서에 대한 답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첫째 요구안은 지역사회 중심 주거모델을 개발하여 주거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이었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공동생활가정인 클러스터하우스 도입에 대하여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시는 현재 탈시설 정책으로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되는 장애인이 있으면 탈시설한 장애인 수만큼 시설의 이용자를 줄여 시설을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탈시설 운동단체에서 아무리 탈시설을 하는 장애인이 늘어나도 새로이 시설에 입소하는 장애인이 있어 탈시설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거주시설의 정원을 탈시시설을 통해 점차 줄여나가자는 상호 약속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이용자 85%가 발달장애인으로, 탈시설이 되어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주거지원이 없어 탈시설을 제대로 할 수 없으므로 주거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에 반영하여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문서로 답하였고, 구두로는 공동생활가정 10가구를 늘려서 최대 40명을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현재 거주시설 이용자 3만 명 중 지역사회 시설이 아닌 거주시설의 서울시 이용자 3천여 명이 있으며, 재가발달장애인은 2만명인데 겨우 40명에 대한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며 부모들은 반발했다.

거주시설이 지방이양 지자체사업에서 올해부터 중앙정부로 사업이 환원되었다. 그러나 지역사회 소규모 거주시설인 주간보호센터나 공동생활가정 등은 장애인 거주시설이 지방 이양될 당시 이러한 시설이 없었으므로, 지역사회 거주시설 운영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이양된 것이 아니라 주거시설 운영사업이 중앙정부로 사업이 환원되면서도 지역사회 주거시설들은 지방 사업으로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결과 재정적으로 약하거나 복지 의지가 약한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재활이나 탈시설을 하면 할수록 지자체 부담만 늘어나므로 탈시설에 관심이 없거나, 대규모 거주시설만을 더 지으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탈시설을 하여도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주거복지 등 대책은 나몰라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겉으로는 탈시설화 정책을 하고, 속으로는 시설화 정책을 하고 있는 결과를 만든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부여하고, 지역사회의 접촉이 부족하여 탈시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선배치 후훈련의 지역사회 적응훈련을 하자는 부모들의 요구에 대하여 발달장애인은 환경변화에 민감하므로 곤란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는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로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선배치하여 기회를 균등하게 얻고자 한 것에 대하여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곤란하다는 답변은 기회를 영원히 가질 수 없거나 발달장애인은 안 되거나 다르다는 차별적 말로 들린다.

‘장애인·노인 주거지원법’에 따라 임대아파트 등에 장애인이 우선임대하고 있으나, 발달장애인은 임대신청에서 결격자가 되어 아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달라는 요구에 대하여 서울시는 다른 장애 유형과 형평성이 있어 곤란하다고 답하였다. 발달장애인이 불이익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말에 부모들은 화가 났다.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하여 서울시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키움통장사업 등을 통하여 장애인이 저축을 하면 서울시가 장애인 등이 저축한 만큼 추가로 지원을 해 목돈을 마련하는 자립생활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이 정책을 대폭 축소하였고, 서비스 대상이 4대 보험이 들어가는 직장에 근무하는 자로 한정하여 발달장애인은 도저히 이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이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복지부와 협의하거나 추후 검토해 보겠다는 밋밋한 답변만 들어야 했다.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인턴제의 확대를 요구하는 부모들의 말에 서울시는 현재 직업훈련과 인턴제는 하고 있고, 확대는 추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사업들을 부모들도 잘 알고 있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단계로 계획을 수립하여 어느 시기에 몇 명을 인턴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 있어야 자녀들의 미래 대책을 준비할 수 있어 구체화된 계획수립을 요구한 것인데, 서울시의 답변은 상호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자로서 추후 검토를 해 보겠다는 것이 너무나 무성의하고 희망 없는 답변으로 들렸을 것이다.

자조단체 육성을 위하여 발달장애인의 단체에 연간 1천만원의 운영비 정도라도 지원해 줄 것과 피플 퍼스트(발달장애인 당사자 운동) 운동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하여, 단체의 지원은 형평성 문제로 곤란하며, 피플 퍼스트 운동은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통해서 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산하 조직이나 사업단체에서 당사자 운동을 하면 된다는 답변은 국토부 공무원들이 직접 교통장애인 동료상담을 하겠다는 말과 같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원의 확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서울시는 구의 지자체가 할 사업으로, 구청이 지원을 요청해 오면 검토해 보겠으나, 올해 3개의 센터 설립 외에 어떤 추가적인 확대도 약속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지난해 25개 구마다 설치할 것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부모들의 반문에 장애인시의원이 문서로 약속한 것이지 서울시는 책임이 없다고 답하였다. 지난해 서울시가 직접 약속하는 것은 시의회 동의 없이 할 수 없으니 시의원이 약속하는 것으로 하고 시가 책임을 지겠다고 한 구두의 말을 뒤엎은 것이다. 말바꾸기에 부모들은 당황했다.

발달장애인 프로그램 확충과 정책결정에서의 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에 대하여 프로그램을 확충을 할 계획이나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으며, 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나 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약속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자문단의 몇 퍼센트로 부모를 참여시키겠다거나, ‘부모들의 참여가 보장된 자문단 운영’ 정도의 답변을 기대한 것에 비해 ‘자문단 구성 계획’이라는 마치 무엇인가 반영한 것 같기도 하고, 참여를 보장한 말은 결코 아닌 동문서답과 같은 답변을 듣고 부모들은 시청 로비를 점거하기로 하였다.

서울시장은 장애인의 날에 이미 하고 있는 사업만을 장애인의 날에 맞추어 생색내기 홍보전을 하고, 실제로 추가적인 어떤 약속도 없이, 당사자들의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장애인 부모들은 침묵 농성을 시작하였다.

장애인과 부모들을 강제로 끌고 나가는 청원경찰과 방호과 직원들(사진 좌). 강제로 끌로 나온 후 시청 로비 후문 입구 인도에 모인 장애인과 부모들. ⓒ서인환

이에 서울시에서는 부모들이 무리한 떼를 쓰는 조직이라며, 방호팀에 지시하여 청원경찰들로 하여금 강제 해산을 집행하였다. ‘들어 내’라는 무전기 명령이 전해지자 먼저 장애아이들을 휠체어에서 내려 끌어안고 시청 밖으로 끌고 나갔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청원경찰들은 부모들을 가로막으며 장애아이들을 빼앗아 밖으로 보냈다.

다음으로 장애부모들을 바닥에서 질질 끌면서 발버둥치는 것을 직원 4명이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밖으로 내 보냈다. 이 과정에서 어깨인대가 파열되는 등 다치는 부모들도 있었다. 장애아이들과 부모들을 함께 강제로 내보내기가 어려워 분리철거를 강제집행한 결과였다.

밖으로 나온 부모들이 장애아이들을 찾아보았더니 두 명이 사라지고 없었다. 두 시간 동안 아이를 찾아 헤매다가 행방불명 신고를 하여 경찰의 도움으로 아이를 겨우 찾는 소동도 있었다.

장애부모들의 요구에 대하여 구체적 대책을 강구하고, 정책결정에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하면 서울시가 야만적이고 비인격적이라 볼 수 있고, 서울시가 업무를 방해받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농성을 제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강제해산을 선택한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일 수는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장애 부모들은 아동을 강제로 이동시켜 미아로 두 시간 방임하게 된 책임과 강제로 끌고 나간 것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천막농성 등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장애 부모들은 모호한 ‘확대 계획’이란 답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답변이나 함께 정책을 만들어갈 약속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어떤 사업은 구의 사업이고, 어떤 사업은 복지부의 사업이라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법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지 사업별로 나누어서 정부의 책임과 지자체의 책임으로 구분하고 있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전문가들의 자리를 늘리는 결과를 만들기는 하였으나, 지원센터 등 기관만 늘어났지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의 안정이나 자립생활에는 아무런 기능도 못 한다며 부모들은 한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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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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