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장애인 비례대표 신청이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에 28명, 더민주당과 국민당에도 각각 10여명이 신청서를 접수하여 50명 정도가 출사표를 내었다.

19대 국회에서 장애인 비례대표를 지낸 각 당의 국회의원들은 비례대표를 연속으로는 공천을 하지 않는 원칙에 의해 지역구에 도전을 하였으나, 공천을 받는 것에 모두 실패하였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중 대구북구을 장애인·청년 우선공천지역으로 정하고, 양명모(지체장애 4급) 한의사를 공천했다. 하지만 대구광역시의원 활동이나 한의사협회의 양력으로 보아 장애인당사자 대표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한 이종명 예비역 대령은 DMZ에서 살신성인으로 부하를 구하고 장애인이 되어 다리가 절단된 분이라고는 하나, 이는 의인으로서 사회의 귀감인물로 선정된 것이지 장애인과는 무관하며, 장애인단체나 장애인계 활동경력은 전혀 없다.

17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비례대표에서의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대표로 주어지던 자리는 20대에 와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는 장애인 약자를 배려하는 이벤트로는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거나 당의 체면을 살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약발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비례대표의 자리가 줄어들어 이제 당권자들이 먹을 것도 없으니 장애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새누리당 공관위의 한 사람은 장애인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맡긴 결과 장애인단체장으로서는 문제가 없으나 국회의원으로서는 좀 부족한 점이 많아 공천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앞에서 국회의원을 먼저 한 사람이 일을 잘 하지 못해서 후배를 키우지 못한 것일까? 만약 일을 잘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 한 사람으로서의 문제이지 장애인이기에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하면서 당에서 비례대표에서 장애인의 몫을 지키도록 당에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잘못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장애인계에서 대거 출사표를 낸 것이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고, 인물들이 풍성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각자 잘났지, 서로 뭉쳐서 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애인단체의 회장으로서 출사표를 내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직함을 가진 자들은 신청하는 분위기여서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는 소명의식이 있는 것인지, 출세를 위해 거쳐 가는 것이 회장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당에서는 비례대표를 직능대표들로 구성하여 국민의 지역대표와 어울리게 하여 국민의 소리를 내고자 한 취지인데, 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연예인을 뽑는 것으로 변하여 상품가치와 홍보효과를 보고 감동을 줄 인물로 뽑고 있다. 이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식상하여 상품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장애인자리는 폐기처분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모아 장애인의 몫을 주장하고, 각 당에 장애인 공약을 협상할 단체가 필요한데, 직접 출사표를 내는 준비에 바빠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단체가 없었다는 것도 뼈아픈 비판을 받아야 한다.

비례대표 명단 발표를 기다려 장애인 비례대표가 전혀 없으면 즉각 항의집회라도 하는 단체조차 없으니 스스로 자기 밥그릇을 찾고자 하는 단체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장애인에게 비례대표 앞자리는 줄 것이라는 기대에 서로 자리다툼을 하다가 자리가 사실은 없음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결국 각 당에 비례대표 심사비와 특별당비 등 정당에 장애인들이 돈을 보태어 준 셈이다.

당헌당규에 여성, 장애인 등 약자를 우선 배정한다는 규정을 지역구 하나 주었으니 지켰다고 하는 새누리당이나 비례대표 당선권 내에 준다는 규정은 아니라는 더민주당을 보면서, 정치는 원칙이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세삼 떠오른다.

여성은 그나마 힘을 무시할 수 없어 마음은 내키지 않으나 홀수번호에 배정하되, 60%를 공천한다는 약속 때문에 나머지는 당선권 밖에 여성들을 줄줄이 나열하는 식이나, 각계 배려해야 할 영역이 너무나 많고, 당권자들이 챙겨야 할 인물도 많고, 장애인들은 역량도 부족하니 이제 몫이 없다는 슬픈 현실에서 각 당을 욕해야 할지, 선배 국회의원을 원망해야 할지, 역할을 못한 장애인단체들을 욕해야 할지 혼란스러우면서 그냥 무기력감을 느끼며 마음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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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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