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에 용종을 발견하고 제거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척수장애인들을 제법 많이 만나게 된다. 척수손상 사고 후에 처음으로 40년 만에 검사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 7개를 제거 했다고 하고, 30년 만에 검사를 한 회원은 3개를 제거했다고 한다.

필자도 건강보험의 건강검진안내에 따라 위내시경은 정기적으로 하지만 대장내시경검사는 해 본 적이 없다. 먼저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통해서 이상이 발견되면 대장내시경검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불안함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용종은 대장암으로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검사와 정기적인 검사 외에는 답이 없다고 한다. 언론에 의하면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변화가 발생율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국립암센터의 ‘2015년 암검진 수검행태 조사’에 따르면 대장암은 59.5%이고 이는 분변 검사 기준이라 한다. 특히 대장암의 검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4년(19.9%)과 비교해 증가폭이 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검진율은 얼마인지 특히 척수장애인은 얼마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장암 건강검진 안내책자 발췌. ⓒ이찬우

척수장애인은 배뇨의 문제와 함께 배변의 문제 또한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신경인성 장의 증상으로 스스로 변의에 의해 배설을 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운동부족 등으로 소화기능이 약하다. 규칙적으로 변을 제거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앉아있는 훈련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좌약의 사용과 관장을 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척수장애인들은 배변처리 때문에 사회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기도 한다. 오늘은 배변 보는 날이라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이 있고, 활동보조인들이 초기에 이 문제로 많이 당황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식사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변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면 아무래도 장내에 독소가 머무르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고 장기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대변소통이 원활한 경우보다는 대장암 발생율이 높을 수 있을 것이다.

척수장애인들도 대장암의 위협에 대해서는 잘 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하여 본인의 장 건강에 대한 확인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장내시경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절차가 있다. 장을 비우는 것인데 이 과정이 척수장애인에게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비장애인들은 검사 전에 나누어 주는 장정결제를 먹고 화장실 몇 번가서 장을 비우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나오면 된다. 변을 참을 수 있고 서둘러 변기에 앉으면 된다.

하지만 척수장애인은 변의를 느낄 수 없거니와 참을 수도 없다(항문 괄약근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장정결제를 먹는 것부터 고생의 시작이다. 최근에 여러 가지의 장정결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선호되는 4리터짜리 액을 마시는 것도 고역이다,

약 기운에 따라 그냥 지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불안한 마음에 변기에 앉아도 1~2시간 이상을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엉덩이 욕창의 위협에 떨어야 한다. 다리에 강직이라도 있는 경우는 위험요인은 배가 된다.

침대위에서 신문지나 패드위에 배설하는 경우는 그 양과 냄새로 가족들의 고생이 말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 밤새 잠도 편히 못자고 침대에서 휠체어에서 변기에서 애를 쓰다가 아침을 맞이한다.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가는 과정도 불안하다. 실변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인귀저기를 착용하고 신문지를 휠체어 위에 깔고 단단히 대비를 한다. 자가용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는 경우는 더 불안 할 것이다.

병원에 가서도 장청소가 잘 된 경우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시 장을 비워야하기도 한다. 검사가 무사히 끝나도 계속 나오는 실변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고 약품으로 인한 장내 전해질이 쓸려나가 한동안 고생을 하거나 그간의 배변시스템이 변화되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등 고생이 말이 아니다.

직장이라도 있는 경우는 대장내시경을 위해 며칠 씩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아 주말을 이용하려 하지만 예약을 얻어내려고 경쟁도 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번거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검진을 안 받느냐고 성화지만 그건 척수장애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런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는 한 척수장애인 및 중증장애인들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한 내원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장애인의 건강검진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실효성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척수장애인의 대장내시경검사를 촉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인 접근성의 개선이 요구된다. 장정결제도 척수장애인에게 적절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여야 하고, 척수장애인의 다양한 체질과 특성에 맞는 것을 권해 주도록 사전 상담도 필요하겠다.

집 보다는 병원에 입원하여 대장내시경 검사준비를 할 수 있는 검진서비스가 필요하다. 병실 화장실에 몸을 들어 줄 수 있는 안전바도 있고 쿠션이 있는 변기여서 장기간 않아 있어도 욕창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샤워시설도 있어서 청결이 유지되어야 한다.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을 위해서는 침대에 누워서 장을 비울 수 있도록 침대의 개선과 장비도 개발되어야 한다. 검진을 위해서 1박 2일의 입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현재 검진을 위한 입원은 수가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개선 없이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을 운운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처사이다. 장애의 특성을 모르고 건강을 논할 수 없다. 이참에 장애유형의 세분화를 통해 맞춤형 의료보장의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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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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