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甲午年), 2015년 을미년 (乙未年)이고 2016년인 내년은 병신년이다. 솔직히 어감이 그리 좋지는 않은 해이다. 벌써부터 SNS 등에는 우스갯소리들이 많이 올라온다. 일 년 내내 그 불쾌감을 가지고 살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특별히 장애인의 날에 ‘장애우, 장애자는 장애인으로, 일반인,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쓰자’고 바른 말 쓰기 캠페인까지 했었는데, 병신년은 어떻게 할지....

‘병신’이라는 말은 어감이 나쁘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꽤 익숙한 말이다. 1966년 발간된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라는 책도 있고, 오래전부터 매스컴에서는 이를 풍자하는 듯한 단어의 사용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신’은 신체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특히 경멸조로 일컫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명백한 욕설이다. 굳이 장애인을 지목해서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열등한 인간’에 비유되면서 그릇된 편견을 갖게 할 수 있다.

2008년 4월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 32조 <괴롭힘의 금지>에서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제처가 2014년 6월에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를 바꾸었다. 맹인을 시각장애인으로, 간질을 뇌전증으로, 정신병자를 정신질환자로, 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불구를 장애인으로, 농아를 청각장애 및 언어장애 등으로 개정을 했다.

하지만 병신년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리 집착을 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매년마다 '육십간지'를 따라 일정한 규칙으로 바뀌었다. '육십간지'란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 이다. 다른 말로 육십갑자, 육갑 이라고도 한다.

먼저 10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이고 12지는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이다.

이렇듯 10간과 12지를 모두다 한번 씩 쓰려면 60년이 걸린다. 그래서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 뜻하는 61세가 되는 생일을 환갑이라 하여 성대한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내년 병신년은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육십간지 중에 33번째 해이며 '병'은 붉은 색을 상징하고, '신'은 원숭이를 상징한다. 붉은 색은 예로부터 악귀를 쫓아내고 건강, 부귀, 영화 등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고,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하기로 알려진 동물이다.

내년에 태어날 붉은 원숭이띠의 성격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솜씨가 있으며 모방의 재주가 뛰어 나면서 타인의 시선을 모으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은 황금연휴도 많아서 이래저래 기다려지는 해이다.

또한 이 붉은 원숭이는 붉은 기운이 쏠려 있기 때문에 매우 리더십이 있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한다. 단, 불의 성향이 있으니 지나치게 성급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조심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이런 심오한 뜻이 있는 년도를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단어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 쓸 필요는 없다. 당당히 그 뜻을 알고 가르쳐주면 된다. 잘못된 뜻으로 사용하는 그들이 미안하게 말이다.

60년 만에 오는 해이다. 어쩌면 매우 귀한 해이다. 오히려 내년 일 년을 장애인식의 해로 삼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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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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