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은 지적 능력이 불충분하여 인지력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단지 인지력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뿐, 사회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지역주민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더구나 직업재활을 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정도의 장애인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적절한 발달과 원활한 사회통합을 촉진하고, 장애를 완화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복지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장애로 인하여 차별을 받는 등 권리가 침해받지 아니하도록 권익옹호에 필요한 지원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여기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하며, 국민이 발달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별을 하지 않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건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바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인 것입니다.

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발달장애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하여 발달장애인의 복지향상에 협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국민의 책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25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 지자체에 장애인 직업훈련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어느 지자체이든 의무인 것입니다.

동대문구에 소재한 성일중학교는 학생 수가 반 이상이 줄어 이것만으로도 발전의 생기가 아닌 점점 낙후되어가는 어려움이 있는 곳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건립하고자 하는 건물은 현재 비어 있습니다. 한때 학생발명과학관으로 운영하였으나, 이 또한 운영이 여의치 않아 도서관 옆 건물로 이전하였습니다.

운동장을 중앙에 두고 디귿자 모양으로 하여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정문 우편에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 건물이 있으나 이 역시 상당 부분 비어 있는 상황입니다. 중앙에는 도서관 등 부대시설이 있으며, 좌측 편에는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가칭 서울커리어월드) 건립 예정지 건물이 있습니다.

학교 주변을 보면, 하천이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으며, 그 위에는 내부순환도로가 있습니다. 주로 지역주민들의 주택들이 들어 서 있는 지역으로 낙후되어 재개발이 필요할 정도의 도심 속의 변두리 같은 지역이면서, 하천의 공원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매우 열약한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동대문구 주민들은 이런데다가 발달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시설은 오히려 건물을 새로이 건립하여 활력소를 제공할 것입니다. 주변에 빈 건물이 있으면 그 주위 전체가 어둡고 흉한 모습으로 개발이 지연됩니다. 어떤 재원이든 끌어들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장기간 빈 건물로 두고,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교 운영조차 어렵게 되어버린 동대문구를 발전시키려면 빈 건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을 해야 합니다.

재개발은 좋은데, 왜 하필 장애인시설이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면 땅값이 내릴 것이라고 걱정도 되실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시설은 전국에 2천개가 넘으며 어디에도 있는 시설이라 일상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시설이 들어서서 땅값이 내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오히려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이 활성화되고 개발이 시작된 곳은 많습니다. 그리고 주민 모두가 장애인시설을 환영하고,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에서는 땅값을 깎으려는 사람이 이상해져 감히 땅값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이 장애인시설이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땅값을 깎으려 들 것이고, 그러면 점점 땅값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땅값을 올리는 방법은 바로 장애인시설을 주민 모두가 환영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할 때 가능하며, 시설이 아니라 주민의 의식이 땅값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강남이나 여러 곳을 보더라도 주민이 적극적일 때에 오히려 장애인시설이 있음에도 땅값은 올랐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차 별로 없고, 서로 같이 생활해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장애인시설이 들어오면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의 교문을 별도로 내고, 운동장과 건물 사이에 담을 쌓아 성일중학교의 면학 분위기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겠다는 마당에,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사고가 날까봐 반대한다는 것은 명문이 되지 못합니다.

심지어 담까지 새로 하는 마당에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은 운동장 사용권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조기축구회까지 커리어월드 건립을 반대한다고 하니 이는 편견에 의한 차별 외에 그 무엇도 아닌 것입니다.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교육목표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의 인간상’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우리 후손들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발전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러한 인간상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반대를 하면 어찌 그러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으며, 명문학교로 발전하겠습니까? 오히려 장애인과 어울리는 실천을 학생들이 할 때에 그러한 교육의 모범이 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성일중학교를 졸업한 사람 가운데 사회지도층 인사가 많이 나오기를 바랄 것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되려면 리더로서의 소양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덕목 중에서 약자를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국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에 오르려다가 국민의 비난 속에 낙마하는 인간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리더는 모두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우리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생각하고 이를 해결할 용기와 지혜를 갖춘 인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체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덕목은 갖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의 한 장애인의 자녀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을 할 당시, 논술시험 제목이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자녀는 아버지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그 어려움을 경험삼아 다른 어려운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사시기에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썼습니다.

그 글을 읽고 감동하여 대학 총장이 직접 아버지에게 합격통지 전화를 하여 “당신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런데 그 훌륭함을 알고 있는 당신 아들은 더욱 훌륭합니다.”라고 하면서 “그런 학생을 우리가 찾은 것은 영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자녀는 한인으로 백악관 대통령 정책 보좌관을 하고 있습니다.

흉물로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여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과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발전시키는 것 어느 것이 땅값에 영향을 미칠까요? 그리고 훌륭한 교육이 지식 외우기가 아니라 참된 심성과 인류 사랑을 가르쳐 사회의 지도자로 키우고 싶다면 장애인 시설건립의 반대가 맞을까요?

사회건설이나 경제발전은 인권을 누구나 누리는 사회기반 없이는 잠시의 영화에 불과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개발이 아닙니다. 우리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였으나, 배분에 있어 균형을 잃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 속에 국민들이 살아가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동대문구가 서울 한가운데 있고, 소통의 상징인 동대문이 자랑스러운 곳임에도 충분한 발전을 하지 못한 것을 이제 재점검하고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사랑과 인권에 기반한 이웃의 마음으로 인재를 키우고 지역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위험하니 하천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달라, 제기동의 낙후된 시설들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고 쾌적하고 안전한 사회 환경을 구축하려면 수용하는 마음과 더불어함께 하는 마음이 먼저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동대문구를 갈등의 지역으로 만들지 마시고 아름다운 지역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절대로 재산상의 불이익도 자녀 교육에서의 손실도 없을 것이며, 오히려 개발이나 교육에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동대문시장 근처의 화려한 상권도,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국제적 감각의 새로운 발전도 그저 동대문구 초입의 화려함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골목골목 모든 주민들이 갈등 없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장애인은 국민의 10%나 되며, 이는 하나의 도를 능가하는 경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시설의 유치는 주민들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동대문구 커리어월드 건립은 요즘의 부처 간 이기주의의 벽을 허물고 서로 협력하고 지역 활성화를 한 좋은 사례로 정부로부터 상까지 받은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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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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