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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가을 하늘에 빠졌어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0-05 14:52:43
오늘은 고등부가 양평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한 녀석이 울고 소리 지르고 뛰며 도망을 간다. 늘 보는 모습이지만 학교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걱정이 다소 밀려온다.

새로운 상황의 인정이 어려운 자폐장애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몸부림은 다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녹아내려주어야 한다.

"그럴수록 접하게 해야지. 자꾸 접하다보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겠지!"

시작만하면 되는데 한 발자국을 떼어 놓는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천근만근의 일이다.

태민이는 자신이 아침저녁으로 애용하는 2호차의 학교버스를 타야지 왜 관광버스를 타야 하는지에 대한 저항과 폐쇄가 심하다. 차는 출발이 어려웠고 씨름 끝에 담임교사는 태민이를 번쩍 얼싸안고 차에 올랐고 차 속에서도 태민이의 낯설음은 여전했다.

불안함에 차 내부를 두리번두리번 관찰하고 창 밖에 지나가는 도시의 건물을 보더니 어느 사이 고음의 소리에서 낮은 숨소리로 바뀌었다. 체념을 하기도 했고 적응도 한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다오 태민아. 네가 좋아하는 가을 하늘이 너를 기다린단다."

양평에 도착했을 때는 어제 온 가을비로 쌀쌀한 새벽 기운이 멀어지고 동그막하게 올라온 태양이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열기를 보내고 있었다. 역시 우리아이들은 천사다. 하늘도 알아주고 비를 그치고 가을 하늘을 단 번에 보여주니 말이다.

이제 되었다. 할 수 있겠다. 강가에 어우러진 단풍과 함께 뗏목타기를 한판 해보자. 내심으로는 다소 걱정이 되었다. 일반 아이들은 뗏목타기보다는 아예 물속에 들어가 신나게 물고기들과 노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리 넓지 않아 보이는 강에서 뗏목타기가 즐거울 수 있을까? 해서다.

우리 선생님들께서는 한 명의 아이들도 놓치지 않았다. 마구 뛰기도 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기도 하고, 시간 간격을 두고 큰 소리를 내어 주변에 놀라움을 주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무게 중심을 못 잡고 물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는데...

벌써 처음 팀의 아이들 엉덩이는 물에 젖어서 소변을 본 듯한 모습으로 뗏목은 출발을 했다. 안내 선생님은 뗏목을 밀기 시작했고 어느 새 아이들은 반전의 모습을 보였다.

휠체어를 타는 작은 체구의 영수는 아버지와 생활하며 아버지를 하늘처럼 좋아한다. 늘 아버지를 찾고 아버지를 찾을 때의 얼굴 표정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영수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아버지와 영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라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한 쌍의 애인이다.

그렇게 영수는 아버지를 찾곤 하는데, 그 영수가 뗏목에서 똑바로 눕더니 가을 하늘을 쳐다본다. 휠체어에서 볼 수 없었던 하늘이다. 하얀 구름과 파아란 하늘 속에 엄마 얼굴을 그리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이내 뗏목에서 뒹굴기를 한다. 뗏목 사이로 올라오는 물방울을 만나기도 하고 이제는 엎드려서 뗏목에 얼굴을 대고 강물을 내다본다. 물속의 물고기를 본 듯 손을 휘젓는다. 만나서 반갑다고...

아마도 나는 영수의 그렇게 기쁜 얼굴을, 환한 웃음과 미소를 처음 본 것 같다. 항상 미소가 아름다운 영수이지만 오늘의 미소와 웃음은 달랐다. 우리 선생님들 모두는 영수를 바라보았고 영수를 통해 얻는 힐링은 가슴 구석구석까지 전해져 영수의 기쁨과 하나가 되었다.

"영수야 고맙다. 네가 그렇게 기뻐하고 행복해하니 말이다. 자주 기회를 만들어볼게."

얼굴에 환한 미소를 억누르지 못하여 이리 저리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는 녀석이 누구인가 보았더니 태민이다. 아니 벌써 아침의 격랑은 잊어버리고 가을에 푹 빠져버렸구나.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고 항아리에 물을 담기 위하여 물속에 빠져 들어갔다. 그 물 속에서는 달고 맛있는 물맛과 가득 차오른 물 속에서 물의 감촉을 느끼며 마냥 즐겼다.

오후 프로그램으로 인절미 만들기를 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잔뜩이다. 저것을 어찌하려나? 맛있는 떡을 만든다고 하는데 무언가 덩어리를 뭉치고 큰 방망이가 두 개 놓여있다. 드디어 살살 떡 방망이로 찹쌀 덩어리를 치기 시작한다. 열기가 올랐다. 두 명씩 한 조가 되어 두드리기 시작했다. 태민이도 방망이를 잡고 힘껏 내려쳤다.

방망이는 구석이 맞기도 하고 옆으로 도망가서 돌을 때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철썩’ 소리가 나며 정확하게 겨냥하여 쳤다. 응원하는 아이들이 잘했다고 함성을 올렸고 태민이는 신이 나서 어깨가 들먹인다.

우와 해냈다. 자신이 힘들게 쳐서 만든 인절미를 먹어보니 꿀맛인지 금방 접시는 바닥을 보인다. 손수 만들었으니 그 맛은 만들어본 자만이 알 것이다.

아이들은 새롭고 값진 경험을 했다. 뗏목에서는 뛰면 물에 빠지고, 어떻게 앉아야지 무게 중심이 잡혀서 뗏목이 물에 빠지지 않을 것인지를, 떡 방망이를 어떻게 잡고 어는 정도의 힘으로 쳐야지 중심이 힘 있게 맞을 것인지를, 강가에 단풍이 든 잎 새와 속삭이고, 물속의 물고기와도 대화하고, 구절초의 향기를 기억할 것이고, 영그는 곡식을 만져보기도 하며 가을에 흠뻑 몸을 담구었다.

우리는 다시 체험했다. 우리 아이들도 물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어려움을 최소로 하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실제 체험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다.

여행을 해봐야지만 사람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교감이 되면서 아이들과 접할 시간이 부족함에 갈증이 났던 나에게는 아이들을 만나서 각자의 예쁜 색깔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배우게 된 산 경험을 우리 재산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더욱 깊이 있는 교육을 하고자 다짐한다. 내 재산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준 아이들을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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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황윤의 (hwang92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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