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의 출현으로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말이 다가오면 사이버대학들은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 유치에 힘을 기울이게 되는데, 과연 장애인 단체들과 언론에 입학을 홍보하는 만큼 웹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이버대학들은 장애인이 입학하면 수업료의 30% 정도를 감면해 주기도 하고, 장애인들에게 특별히 장학금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장애인단체나 기관과 협약을 맺어 장애인들에게 사회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지도자를 양성하여 장애인의 역량강화와 인재양성에 힘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수업료의 일부를 장애인단체가 지원해주기도 하고, 위탁교육 방식으로 추천자 전원을 입학시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위탁교육의 경우 활동가나 회원이 아닌 장애인단체에 고용된 자라야 한다.

이는 위탁교육 제도를 이용한 무분별한 학사운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나 입학전형 없이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체가 추천하여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을 굳이 종사자로 한정하는 것은 종사자의 역량강화일뿐 장애인 인재의 양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교까지 가서 수업을 받는 것은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으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장학습관 등을 운영할 수도 있으나, 교육장의 확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사이버대학을 이용하는 것은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이버대학의 사이트에 웹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애인도 이용이 어렵고, 대학 당국으로서도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이념을 실천하기에는 언행의 일치를 의심하게 한다.

영진사이버대학의 사이트 주 메뉴. ⓒ서인환

위 사이트를 살펴보면, 주메뉴 영역의 '입학안내' 메뉴에서 '2015-2학기 시간제 모집'이 기간과 함께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음성으로 들어 확인하려고 하면 이미지는 읽을 수 없어 대체텍스트에서는 입학 페이지로 이동한다는 내용만 음성으로 나오고 있다.

모든 하위 페이지에 페이지 제목을 상세하게 구분하지 않고 메인페이지와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은 메뉴의 체계를 알 수 없다.

모든 페이지의 본문 바로가기 링크가 화면에 보이지 않아 뇌병변장애인이나 상지장애인은 필요한 정보 페이지로 이동하기가 어렵다.

모든 하위 페이지에서 본문 바로가기 다음으로 이동 시 초점이 튀어 브라우저의 URL주소 표시줄로 이동되므로, 시각장애인이나 뇌병변 장애인이 이동할 수가 없다.

이동과 본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이트 화면. ⓒ서인환

위 사이트 메인페이지에서 YCC 캠퍼스 중 서울학습관을 선택한 후 해당 페이지로 이동해 보았다. 접속 시 레이어팝업에서 '든든학자금'을 제외한 모든 내용에 대한 대체텍스트가 불충분하여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가 없다.

시각장애인은 마우스를 사용할 수가 없는데, 레이어팝업 닫기 버튼에 키보드를 이용해서는 진입이 불가하며, 레이어팝업을 닫기 전까지는 레이어팝업 내에서만 초점 이동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배너 이전/다음/정지 링크로 이동하면 함정에 빠져 이전 또는 다음 항목으로 이동이 불가하였다. '서울학습관'을 두 번 이상을 눌러야 해당 페이지로 이동이 가능했다.

홈> 대학소개> 대학홍보센터> 학교광고 페이지로 이동하여 39번 게시물의 본문 내용을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본 페이지로의 초점이 적용되지 않았다. 게시물 페이지에서 이나 summary를 인식할 수 없었다.

홈> sitemap에서 FAQ를 찾아 이동하여 대학생활에서 '졸업 후 사회에서 인정을 해주나요?'의 답변 내용을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본문 바로가기 및 키보드 진입이 불가능했다.

홈> 계열학과> 컴퓨터정보통신학과 페이지로 이동하여 교육과정 중 전공과목의 필수 학점수를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 현재 내용이 어느 탭에 속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홈> 학생지원센터> 학습도우미> 대학생활엿보기 페이지로 이동하여 캠퍼스 영상 중 46번 게시물의 내용을 확인해 보고자 시도하였다. 대학생활 엿보기 페이지에서 현재 내용이 어느 탭에 속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게시물 페이지에서 표의 이나 summary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동영상 리스트와 상세 페이지에서 본문 바로가기가 제공되지 않음에 앞서 HTML문서 시작점에서 진입하지 못하고 브라우저 URL 표시줄로 이동되어 더 이상 HTML문서로 진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상세페이지에서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았다.

홈> 대학생활> 대학뉴스> 학우인터뷰 페이지로 이동하여 71번 게시물의 본문 내용을 확인하고자 시도해 보았다. 게시물 페이지에서 표의 캡션이나 summary를 인식할 수 없었다. 본문 바로가기 및 초점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우리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장애인은 갈 수 없는 사이버 나라이다. 이런 차별적 세상 속에서 장애인의 학습을 한다고 하니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고층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들어야 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중세 시절 노예로 팔려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든 생활과 향수와 인간으로서 차별을 받음에 대하여 기도하고 싶으나 교회에 진입이 허가되지 않아 교회 밖에서 울부짖고 있다가 흑인음악이 만들어졌듯이, 사이버 세상에서 장애인의 울부짖는 저항 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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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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