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정치적 행위이다. 미래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과 행복한 국민이 되기 위한 정치적 철학이 교육과정에 담기게 되어 있다.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보면,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간상과 창의 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인간상을 보면, 자주적인 인간, 창의적인 인간, 교양 있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는 창의 융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해야 하는 시점이고, 더불어 사는 것이 강조되어야 하는 사회가 되었음을 교육과정에서 말하고 있다. 여기서 창의와 융합은 장애인에게는 더욱 교육적 장벽을 느끼게 할 것이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일반 교육과정을 발표하고 나서 후속 조치로 만들어지다 보니, 한 단계 늦어져,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이번에는 동시에 발표를 한다고 한다.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을 것이다.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원칙 아래 장애특성과 역량,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일반교과를 따르며 동일한 인간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특수성을 고려하되 일반화한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교육접근성은 중도장애인에게는 어려워 현장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교육과정 개편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큰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기본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직업교육의 효과성을 높여 장애인의 자주적인 생활을 향상시킬 필요성도 개정방향 중의 하나로 삼았다.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직업군의 교육과정은 폐기하고 직업군이 아닌 통합적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특수교육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치료교육이 사라졌고, 재활과 복지 교과목이 이를 충분히 해결해 주지 못하였으며,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이를 떠맡기에도 어려움이나 한계가 있었다.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편안의 방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통교육과정과 선택교육과정에 적응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본교육 과정의 개편을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한다고 하였다. 여기에도 중증장애인이 공통교육과정의 적용이 어렵다는 고민이 담겨져 있다.

별도로 장애인에 맞춘 교육과정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일반교육과정을 기분으로 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일반교육과정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해 교육역량을 강화한다는 선언을 개정교육과정에 넣는다는 것이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가 있을까?

일반교육과정에 특수교육이 포함된다는 의미,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의미 등이 있겠으나 개정 전에는 장애인의 통합교육 안에 특수교육 대상은 배제되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교육과정에서 특수교육 대상이라는 낙인을 만들지는 않을까도 염려된다. 통합을 위한 비통합적 방법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교육은 교육과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인력의 부족과 교육환경의 문제일 수 있다. 개별적 특성과 개별적 수준을 평가하고 평가에서의 현 수준에서 다음 수준이 교육목표가 되고, 이를 위한 지도방법과 자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여러 학생의 개별화를 한 교사에게 맡기고, 그 책임을 교사에게 전담시킬 경우 할당되는 시간과 개별화를 위한 노력에서 분명 한계를 보일 것은 뻔한 일이다.

문해교육이 되지 않는 학생에게 문해교육을 목표로 세우거나 기초수학이 학습되지 않는 중증장애인에게 그것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그 수업은 실패로 끝날 것이고, 장애 학생은 교육의 실패경험으로 교육목표인 행복교육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기본교육과정에서 국어, 영어, 체육은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교재를 개발한다고 한다. 점자익히기 등이나 장애인체육은 분명 장애를 고려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나 언어훈련 등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미술교육은 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을까?

창의융합이란 다학제간 교육이나 인문교육 등이 필요할 것인데, 특수교육과정에서의 창의적 체험활동은 일종의 장애보충학습처럼 운영되거나 방치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이 창의적 체험인가? 교사의 재량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재량이 교사에게만 일임될 경우 방임의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적으로 보행이나 수화 등은 별도의 교과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번 개정을 기회로 이러한 것을 만들지 못한다면 오히려 2005년 이전의 요육교과가 있을 때보다 후퇴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사실 보행은 치료교육 즉, 요육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일일이 만들지 못하니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퉁치고 대충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은 이료교과를 두어 안마업 직업교육을 하고, 그 외는 직업교과를 두고 있다. 여기에서 시각장애인은 안마라는 관련교과로 되어 있고, 그 외는 직업준비, 정보처리, 외식서비스, 사무지원 등 직종 같기도 하고, 기본직무교육 같기도 하다. 집중화된 직종교육이 아닌 기본교육이 안 되어서 장애인의 취업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취업의 핵심문제는 아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기본교육과정은 공통교과와 선택교과의 적응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하는 대안교육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대안이라는 단어만 삭제한 것이 개정안이다. 대안이란 단어가 삐지면 대안이 아닌 지위를 얻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대안이라는 단어는 계속 사용하고 있다.

경도장애인은 일반교과를 시행하되, 교육내용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하고, 중증 장애인의 경우 기본교육과정을 시행하여 별도의 교재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특수교육이 대상이 특수한 것이 아니라 교육방법이 특수한 것인데, 도구를 특수화한다고 하고는 실제적으로는 교육내용의 전면 수정을 통한 수준낮추기로 일관하고 있다. 개별화라면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것이므로, 경도와 중증의 구분이 개별이 아닌 그룹형이고, 또한 경도와 중도를 기준으로 이렇게 양분된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인지학습장애 학생의 경우 일반교과를 학습하기는 어렵다. 언어(의사소통), 인지, 사회성, 운동, 대체감각 등 발달단계의 향상을 교과로 하고 있는 것이 외국의 경우인데, 우리는 일반교과의 교육역량을 목표로 하면서 내용만 기초생활로 낮추고 있다.

일반교육과정에서 교육현장에서 학생 참여를 통한 교육역량강화에는 자기관리역할, 지식정보처리의 역량, 창의 융합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직업능력 하나를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기본교과로 한다는 것이다.

자기결정, 신변처리, 일상생활기술, 공기관 이용, 관계형성, 즐거움과 아름다운 생활, 직업탐색 등 하위요소를 보면, 수준별 교육으로 하여 수준만 낮추었을 뿐, 일반교육과정의 교육역량에 맞추었다는 것이고, 하위요소는 교사의 힘만으로 하기 어려운 수준을 낮춘 교육에 불과하다. 이것이 방임교육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일반교육과정에서 사용하는 창의라는 의미가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는 말하기에서 유창성, 독창성, 융통성으로 숙련된 심화라는 의미로 변질하고 있다.

전문교과의 교육역량으로는 의사소통 능력, 자기관리능력, 창의적 사고능력, 정보처리능력 등 4가지는 같지만, 문제해결 능력, 시민의식, 대인관계 능력이 추가되어 7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 행인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 대인관계 모두 사용된 능력인데, 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중복되거나 구분의 의미가 약하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왜 전문교과에서만 나타나야 하는지 설득력이 없다.

종합하면 일반교과와 발맞추어 동일한 목표와 영역을 따르고 있지만, 통합교육도 아니고 개별교육도 아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무책임하고 어정쩡한 말이 아닌가 한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개정되는 것이 없다. 포장지만 바뀐 것이다. 아니라면 먼저 교육환경 개선과 인력확보, 교재교구의 지원 등 더 시급한 데에 예산배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새 교육과정은 장애인에게 더 효과적일까? 더 즐거움을 줄까? 시행에 차질이 없이 혼선 없이 시민사회인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앞으로 학부모가 장애 학생이 취학할 경우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적용하는지 검토하고 입학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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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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