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들이 장애인의 복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높으며, 여기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희생을 해 가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무연고자가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고, 장애인을 돌보려면 가족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생을 오로지 장애인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복지시설이 아닌가 한다.

현재 국내에는 2만4000여명의 장애인이 장애인의 거주시설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 이용자 중 80%가 발달장애인이다. 그리고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중복중증 장애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해 이토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에서는 복지시설이 대형화되어 개별적 서비스에 소홀해지고 단체생활로 인해 가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시설을 소형화하고, 폐쇄적 문화를 없애고 지역사회와 통합하도록 하기 위해 개방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인권지킴이단의 구성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시설의 인권문제는 여전하다.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호의 책임까지 지고 있는 복지시설의 입장에서는 노력하고 있는 것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의혹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너무나 억울할 수도 있고, 힘겨울 수도 있다.

복지시설 역시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평생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가도록 돕는 것이 서비스이며, 서비스의 목표가 바로 자립이라고 말한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복지법인이다.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시설장을 임명하는 것도 법인의 이사회가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설의 종사자의 임면이나 회계도 시설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법인의 지배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복지법인은 시설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도의 수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초기의 출원자산으로 운영되며, 후원금에 의존하게 된다.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법인에서 일부 보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설에서 일부 가져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가져와야 하는 경우는 법으로 금하고 있지만, 시설운영을 내세워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 등은 넓은 의미에서 시설에서 가져간다고 할 수 있다.

시설에서 인권침해를 하거나 부당한 예산 집행, 허위보고 등의 문제가 생기면 사회복지사업법에서는 1차로 경고를 하거나 시정명령을 하고, 2차에서는 시설장 교체를 명하고, 3차에서는 시설 폐쇄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러한 행정처분을 하는 곳은 시나 군청이다.

시정명령은 시정이 가능한 사안에서 이루어지며,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경고를 하게 된다. 시정은 고치거나 원상회복을 하는 것으로 책임을 묻는 다른 행위는 없다.

시설장의 교체는 해임이 될 수도 있는데, 법에서는 해임이라고 하지 않고 교체라고 하고 있다. 해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먼저 사표를 내어버리면 이미 사표를 내고 떠난 사람에게 해임은 무의미하므로 행정처분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설폐쇄는 이용자가 남아 있는 한 갈 곳이 없어 사실상 폐쇄가 어려우며, 이용자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하면 대부분 폐쇄를 하였을 경우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에서는 시설폐쇄를 취소하는 결정을 보이고 있어 시설폐쇄는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

반복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시설장을 교체하면 되는데, 먼저 사표를 내게 한 다음 다른 자리로 옮기면 그만이다. 시설장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경우라면 시설장을 잠시 그만 두었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맡으면 되고, 법인 이사장의 인척이나 친분관계라면 이와 유사하게 자리를 바꾸면 된다. 그러니 사실 시설장 교체나 시설폐쇄는 별로 큰 처벌이라고 하기 어렵다.

법인은 도에서 감독하고, 시설은 시에서 감독을 하다 보니 사실 시설에서의 문제가 시설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은데, 시에서 도에 보고를 하고 처리를 요청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시를 벗어난 타 지역의 시설은 지자체 제도로 인하여 감독을 하기가 어렵다.

장애인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시설의 문제로 하여 시정명령만 받으니 법인은 무리하게 시설에 편법을 요구하여도 법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법인은 허위보고나 회계의 부정이 아니면 법인이 책임을 질 일이 없는데, 법인만의 사안으로 허위보고를 하거나 부정을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니 산하 시설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시설의 문제이지 법인은 책임이 없으며, 시설의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설의 과오에 대하여 단지 시정명령이 아니라 과태료나 벌금을 강화하고, 시설의 잘못에 대하여 법인도 같이 책임을 지는 양벌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설과 법인의 관할을 한 행정기관이 맡아 일관성 있게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법인의 이사회가 서로 힘을 합쳐 방어를 할 경우 사회이사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제대로 역할을 하기란 어렵다. 그리고 이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르거나 사건을 은폐할 경우, 이사장이나 이사의 횡포를 견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이사의 직무를 정지하고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려고 하여도 이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민법에서 이사, 사원, 채권자가 선임이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원이란 종사자가 아니라 구성원이다.

사단법인은 회원이 구성원이므로 회원이면 부당한 집행부를 법으로 견제할 수 있으나, 복지법인은 이사라는 소수의 연결고리에 포함되어 있는 자가 아니면 문제 제기조차 할 수가 없다.

실제 명령권과 결재권을 가진 법인의 지배구조 속에서 산하 시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시설의 문제만으로 축소되므로, 법인은 권리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틀 속에서 인권침해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시설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법인과 시설을 분리하는 처벌규정을 유지하려면 시설장의 임면권 외의 모든 권한을 시설장에게 위임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더라도 생선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가르쳐야 한다. 시설의 과오에 대하여 실제 지배조직인 법인에 책임을 동시에 물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임을 철저히 묻는 법적 기틀이 마련되어야만 종사자도 내부 정치에 휩싸이지 않고 자신만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

법인은 법적으로 인간이기는 하지만,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인간은 아니다. 그러니 실제 행위자인 이사나 대표가 대신 처벌 받을 필요가 있고, 이사회에 대하여 이사의 독립성과 고유권한은 지키되 일부 파행운영이나 위험 리스크가 큰 경우에는 이용자나 종사자에게도 선임이사청구권을 주는 것도 고민해 볼만하다.

법인이 시설 뒤에 숨어 있고 실제적으로 지배를 하는 구조 속에서 근원을 치료하지 못하고 해열제만 투여하는 치료로는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 시설의 주인이 아닌 위탁자로서의 법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부설학교의 경우 지원은 교육청, 감독은 지방정부, 지원자산 관리는 법인이고, 학교는 장애인복지시설이 아니므로 감독을 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교는 학교법인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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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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