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인사이드 아웃= 오늘은 기억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요즘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라일리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벌이는 모험을 담은 영화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감정들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활동을 합니다. 신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순간에는 기쁨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소심이, 그리고 먹기 싫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버럭이.

감정 컨드롤의 버럭, 까칠, 기쁨, 소심, 슬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캡처. ⓒ정희정

그렇게 감정과 함께 지나온 시간은 구슬이 되어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감정들은 이 구슬을 단기 기억으로 보내기도 하고 장기기억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기억 중 가장 밝게 빛나는 구슬은 ‘핵심 기억’이 됩니다. 이 핵심 기억은 그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기억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은 감정이 함께 하고 있으며 특히 그 사람을 만드는 핵심기억에는 감정이 반드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일리는 도시로 이사를 오면서 낮선 환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감정 센터에서 ‘슬픔’의 실수로 핵심기억을 기억 창고로 흘려보내면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떠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쁨과 슬픔이 없어진 라일리는 남아있는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만 라일리의 감정을 조정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까칠하고 소실하고 버럭 화를 냅니다.

슬픔과 기쁨이 도착한 곳은 라일리의 기억 구슬을 저장하고 있는 창고인데요. 어마 어마하게 많은 기억의 구슬들이 쌓여있습니다. 그곳의 구슬 청소원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기억 구슬을 무의식이라는 계속 속으로 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본부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벌이던 슬픔과 기쁨은 혼자서는 본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행복은 기쁨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어야 한단는 것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기쁨과 슬픔은 본부로 돌아오게 되고 라일리도 다시 행복을 찾게 됩니다.

■발달장애학생의 인사이드 아웃= 발달장애학생들의 머릿속도 이와 같은 감정이 관장하는 수많은 기억의 구슬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 중 누가 가장 많은 일을 할까요? 그리고 누구의 손에 핵심기억 구슬이 들려져 있을까요?

자폐 또는 지적 장애학생들은 사회에서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의 걱정과 안타까운 시선을 접하게 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또래 친구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거나 심지어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직 장애를 수용하지 못한 교사들은 장애학생들에게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올바른 기대를 주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기억의 구슬들이 장애학생들의 머릿속에 가득 쌓인다면 어떨까요. 기쁨보다는 슬픔, 까칠, 소심, 버럭이 활발히 활동을 하게 되고 이런 부정적인 기억들이 내면으로 쌓여 우울한 성격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모든 인간의 기억은 차곡 차곡 쌓입니다. 그 기억은 성격을 만들기도 하고 외롭거나 힘들 때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발달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학생이 이걸 기억이나 하겠어... 내일 되면 또 잊어버리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밝은 기억의 구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위해 여러 가지 교수전략들이 사용됩니다. 그 중 ‘또래교사’라는 전략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또래교사는 통합현장에서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1:1로 연결되어 장애학생의 학습과 생활을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FUN & KICK 여름특강(서울 대학교 발달장애학생 체육교실) ‘발달 장애 학생 수중운동’에서 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을 연결하여 이 전략을 사용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수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우성이의 또래 교사가 되어 수중활동을 가르쳤는데요. 수진이의 감정센터에 아주 밝은 빛의 기억 구슬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수업 후 수진이는 엄마에게 “너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 라고 후기를 남겼다고 합니다. 이후 수진이는 더 의젓해졌습니다.

산만한 우성이가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차근히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라고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앞에서 아쿠아 봉을 끌어주기도 하고, 수영장 밖으로 나가려는 우성이를 잡고 화 한번 내지 않고 수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가끔 “우성이가 내가 하라는 대로 안해요."라고 뾰로퉁 해지기도 하지만, 5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우성이 옆으로 갑니다.

수진이의 머릿속 감정들이 어떻게 작용 되었는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수진이가 성취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계기된 것 같습니다. 이후 수진이는 훨씬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학생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그 기억의 구슬이 모여 발달장애학생들의 핵심 기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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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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