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각장애인 10명은 대한항공사를 상대로 하여 법원에 웹접근성을 갖추지 않아 피해를 보았다며, 1인당 500만원씩 손해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을 경우, 웹접근성을 갖추어야 하는 기준이 지침의 준수를 얼마나 잘 했는가인데, 이를 증명하는 논쟁을 해야 하고, 어차피 그러한 논쟁을 할 바에야 바로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경우 그러한 논쟁을 국가인권위원회가 하겠지만, 직접 소송을 할 경우에는 그 논쟁을 당사자가 직접 할 수 있어 충분한 피해자의 주장을 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러한 소송을 무상지원하고 함께 해 준 것은 참여연대였고, 소송의 경험이나 법체계, 주장을 펴기 위한 논리의 전개나 문서의 양식 등의 어려움이 많았는데, 참여연대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재판 과정에서 대한항공측에서는 직접 피해를 구체적 금액으로 증명하라는 것이었고, 제소자들은 왜 장애인에게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느냐는 주장이었다.

대한항공측에서는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고 하였고, 시각장애인들은 비용부담이 회사 운영에 악영향을 줄만큼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시각장애인들 중 대한항공을 많이 이용한 사람은 500회 가까이 이용한 사람도 있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수 없어 직접 회사를 방문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적 낭비를 금액으로 제시하고자 준비를 하였는데, 이것을 재판부에 제출할 경우 손해액의 가감은 있을지 몰라도 손해가 있음은 분명해지고 그럴 경우 대한항공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형편에 이르렀다.

전화예약을 시각장애인이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전화는 매우 많은 시간을 기다리게 하거나 통화중이 될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재는 반드시 사전에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에약만이 아니라 다른 정보의 습득은 어렵다.

재판부에서는 조정합의를 통하여 대한항공의 웹페이지를 개선하는 것으로 하고, 장애인들은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도출하였다. 이는 재판에 패소할 경우 제2, 제3의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소를 제기할 것이었고, 장애인들은 돈을 받기 위함보다는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소의 의도였으므로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사실 대한항공은 예약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거나 완전 새로이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국내 장애인의 소송이 아니라 국제적 기업으로서 당연히 웹접근성은 하여야 함을 인지하게 된 것이 합의를 이끌어 낸 이유가 아닌가 한다.

대한항공에서는 2014년 5월말까지 웹접근성을 완전히 구현할 것이며, 장애인 당사자의 평가를 받아 2014년 말까지는 수정까지 마치겠다고 합의한 터라,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으나, 새로이 개발된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합의문도 판결문의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기한 내 개발을 마치지 못하면 합의를 지키지 않은 셈이 된다. 하지만 시간을 더 주고 기다려서라도 웹접근성을 갖추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그리고 대한항공의 노력함을 감안하여 더 기다리기로 했다.

대한항공 사이트의 개발사는 아이파터너즈였고, 웹접근성 인증기관은 웹와치였는데, 2015년 7월 1일자로 WA인증마크를 획득하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국민정보화기본법에서 웹접근성을 갖추라고는 되어 있으나, 인증마크를 획득하라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지침을 얼마나 준수하여야 접근성을 갖추었다고 판단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데, 이는 대한항공에서도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100%를 달성하지 않으면 다시 개발해야 한다면 대한민국 어느 사이트도 완전한 만족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 수정을 요구할 경우 대한항공은 난감한 사태가 생긴다.

또한 장애인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접근성이 갖추어졌음에도 계속 요구하기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계속 논쟁만 발생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이는 양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법에서는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인증마크는 양자에게 타협점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그래서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을 기준으로 서로 합의하였다. 하지만 사용자가 불편한 것이 있어 지적하면 수정해야 하는 것은 유효한 합의 내용이다. 그래서 인증마크는 획득하였다 하더라도 시각장애인 원고들은 나름으로 평가를 할 것이고, 완전 해결이 아닌 전문가 평가에서의 세모로 표기된 것이 수정불가능한가도 재평가해 볼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추가적 요구를 할 것이다.

최근 웹접근성 인증심사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심사가 규제라 하여 국무조정실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에 의해 두 제도는 존속하게 되었지만, 아직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국무조정실은 웹접근성의 인증심사에 대해 심사비용이 기업에 부담이 되므로 낮추라는 주문을 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인증심사의 샘플량이 적고 심사인력이 적으므로 인력도 늘리고 심사샘플 페이지도 늘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는 비용은 적게 받고 일은 더 많이 하라는 것인데, 업무는 3배로 늘면서 금액은 줄이거나 현상 유지, 또는 일양에 따른 비용증가가 아니면 인증기관은 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다.

심사제도가 규제가 아니라 심사를 너무 엄격하게 하거나 비용이 과도하게 인상될 원인을 만드는 것이 규제가 아닌가 한다.

인증심사는 유효기간이 1년으로 다시 재검을 받으므로 필요 이상의 절차는 과감히 없애거나 동일한 유사한 페이지의 검사는 생략하는 정도의 수정을 통하여 새로운 비용발생의 원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욱 심사를 강화해야만 웹접근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고, 비용을 되도록 저렴하게 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방향에 대하여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않고 모두 충족하도록 강요만 한다면 정부는 조정능력이 없고, 인증심사 기관에 책임만 전가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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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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