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간 살이 좀 쪄 있습니다. 그렇다고 옆으로 찐 것은 아니고, 배가 조금 나온 것 정도입니다. 그래도 건강진단을 받으면 '과체중'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결국 어머니께서 TV 홈쇼핑을 보시고 결정하셨습니다. 바로 다이어트 식품을 사기로 한 것입니다.

며칠 기다린 뒤 주문한 다이어트 식품이 택배로 도착했고, 며칠 뒤 처음으로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첫날부터 탈이 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친척들까지 함께한 ‘확대 가족’ 회식에서 그만 여러 차례 토를 하고 만 것입니다. 그날 메뉴가 제가 진짜로 사랑하는 숯불고기 구이와 냉면이었음에도 그렇습니다. 그 뒤 한동안 속이 불안정했던 것은 덤이었고요.

다시 며칠 뒤, 마침 있었던 정신과 예약 진료일에 어머니의 지시대로 그 문제의 다이어트 식품의 포장상자의 성분 표시를 의사에게 보여주고, 이것을 진짜로 먹어도 되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성분표시를 읽고 나서 “이 식품을 절대로 먹지 마세요. 장애 특성에 문제가 생깁니다.”라는 강력한 주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결국 이 다이어트 식품은 제가 아닌 누나가 먹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누나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다이어트 식품 말이야, 식욕 억제제 같은 성분이 있어. 그래서 너한테는 이것이 몸을 안 좋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참고로 제 누나는 간호조무사라서 이런 분야를 잘 안다고 합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 중에는 비만인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저조차 약간 과체중이고, 제가 아는 발달장애 당사자 친구들도 다소 과체중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아마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장애 특성이나 약물 투입 등의 영향으로 운동량은 적을 수 있는데 먹는 것은 똑같이 먹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해결하면 쉽게 풀리는 문제인 체중조절이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다이어트 식품의 핵심 요소에는 식욕 억제 요소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뭔가 발달장애 당사자에게는 상극의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봅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장애특성상 약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사실 저조차 약물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새 직장을 잡기 전까지 먹었던 약물의 양이 반 정도 더 많았고 지금에야 반으로 줄었는데 이제야 잠을 잘 잘 수 있게 된 정도이니까요. 반 더 먹어야 할 때는 잠이 들긴 해도 반응 속도가 느렸습니다. 즉, 잠을 조금 설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의사가 “지용 씨가 먹는 약은 결과적으로 뇌신경으로 가는 약이기 때문에 다른 약을 먹는 것에는 영향이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망정이지, 저번 다이어트 식품 사건은 달랐습니다.

다이어트 식품의 경우는 위나 간에서 만나는 문제가 있다 보니 약효가 섞여서 장애 특성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 누나와 의사의 설명이었습니다. 단순한 감기나 배탈 같은 약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는 발달장애 당사자치고 약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중증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건강상의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십중팔구는 장애 특성상 먹는 약일 것입니다.

그래도 걱정은 앞섭니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약물을 먹는 것인데도, 언제 약물 투입이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10년간을 내다보면서 약물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약을 2009년부터 먹었으니 2019년에서 2020년에 가서야 약물 투입을 끝내는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나요. 그러나 이것은 일단 ‘검토’의 단계일 뿐, 그때 가면 100% 약물 투입이 끝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작년 즈음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정기 정신과 예약날이고 약물을 받아오는 날 외출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의 말씀이 이상했었습니다.

저는 확실히 “나는 그것(자폐성장애)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의사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는 정상이야. 약물 먹을 필요 없어!” 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폐성 장애와 예전의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새 이름) 유사 증세 때문에 골치 아파했던 예전 일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사실 약물을 투입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조현병 유사 증세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다이어트 식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비만 해결책으로 다이어트 식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같은 발달장애 당사자로서 추천해드리기는 좀 어렵다고 봅니다.

저와 같은 토를 한다거나 속이 불안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도 하고, 식욕억제제의 성분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기능성 식품이나 약물을 먹는 것은 어찌 보면 제 사례처럼 매우 조심해야 할 이슈인 것은 분명합니다. 기능성 식품과 약물을 먹을 때에는 의사와 반드시 이야기를 해보거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배워나갑니다.

그러면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비만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뭔가 움직이면서 살거나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각자의 방법대로 잘 궁리해봅시다. 제 경우에는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최근에는 살이 조금 빠지거나 늘어나지도, 줄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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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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