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장애인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사회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주저하는, 정의롭지 않은 사회이다.

또한 정보에 취약한 우리 장애인들은 그나마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이런 사회에 장애인이 적응을 하려면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이다.

하지만 철저히 준비하기 보다는 미리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해보지도 않고 국가의 시혜적인 정책 속으로 몸을 숨겨서 나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조차 권리이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저항 없는 순응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장애라는 맨몸으로 사회를 대면하기에는 얼마나 나약한가? 그러나 도전을 회피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기회만 보는 자세는 그리 좋아보이지가 않는다.

척수장애인은 커밍아웃에 소극적이다. 장애를 수용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몸은 장애인인데 마음은 비장애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는 사회복귀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자에서 벗어나 당당한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하루빨리 갖추어야 한다.

척수장애인은 경계성 장애이다. 뭐라도 열심히 하려면 욕창이니 방광염이니 꼭 몸에 무리가 가서 주저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우리는 무기력하게 된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척수장애인은 사고 이후에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살아간다. 받는 혜택에 따라 삶의 무대가 달라진다. 보훈과 산재는 그들만의 무리에서 장애사회를 관망한다. 나름 여유있는 삶을 누린다. 각종 의료혜택과 연금은 힘든 현실에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교통장애인도 다는 아니지만 보상금으로 안정을 누린다. 수급권자들은 노동은 할 수 없지만 정부의 시책에 몸집을 줄여가며 적응한다. 이도저도 아닌 MH(맨땅이 헤딩)들은 살아보려고 애를 쓴다.

이것이 척수장애인의 현실이다. 이렇듯 다양한 환경 속에 있는 무리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에는 에너지가 분산이 된다. 이런 현실들도 척수장애인들의 사회복귀에 걸림돌이 된다.

같은 장애를 입었는데 삶의 결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외부인들의 시선 또한 왜곡되어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척수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저해하는 요인 중에 가족의 문제도 있다. 가족은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가족을 애처러워 하는 마음에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서로 간에 급속한 소진을 낳고 오히려 사회복귀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랑과 연민으로 장애인을 대하지만 나중에는 군림하고 조정하는 단계로도 간다. 뭐라도 하려고 하면 ‘그 몸으로 무엇을 하겠니?’ ‘차라리 내가 하마’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부양 책임을 오롯이 가족만이 안아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지만 가능하면 가족은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해 한 발자국 거리를 두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이 때 장애인 당사자는 가족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자립적인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협회에 들어와서 많은 척수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미래가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은 무지함에 가깝다.

사람의 목숨은 쉽게 어찌할 수 없다. 5년 후를 준비하고 10년 후도 준비를 해야 한다. 아니 80살 이후의 삶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신을 바로 차려야 하고 시간을 헛되이 버릴 수 없다.

노동의 숭고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유분방한 삶으로 장애에 대한 위안을 받기보다는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반적인 삶에 대한 동경이 있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학업에 매진하여 스스로의 값어치를 높이는 방법도 좋다, 늦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뭔가 하려는 그 정신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복지대학은 기숙사도 있고 미래를 꿈꾸어 볼만하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몸값을 올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 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참여이다. 장애와 복지정책에 대하여 관련 조문도 공부하고 입법예고에 의견도 제시하는 등의 대한민국의 장애계와 같이 숨 쉬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애써 모르는 척 할뿐이다. 장애의 몸이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이고, 도전해 볼만하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세상의 주인이 되자. 이것이 사회복귀의 결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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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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