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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마지막 순간, '임종'에 대한 생각

"가족들이 전하는 수어로 이별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5-15 11:25:07
이십여 년 전 시할머니가 위중하여 급히 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자녀들이 다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옆에 서 있던 의사가 “사람은 청력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 있습니다. 의식이 없다고 생각하고 환자 옆에서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는 것은 삼가해야 합니다. 상의할 일이 있다면 밖에 나가서 하시죠”라고 하였다.
그제서야 가족들은 시할머니가 계시는 곳에서 나와 이런 저런 상의를 하였다.

필자 또한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정 아버지가 병환으로 누워계실 때, 아버지와 서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동안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를 아버지 귓가에 대고 이야기하곤 하였다. 아버지가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농인이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을 그려 보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 눈꺼풀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그 순간 우리 농인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떤 방식으로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임종이 가까운 분들은 대부분 눈을 뜨지 못한다. 눈으로 수어를 보아야만 하는 농인이 맞이하는 임종의 순간은 어떤 것일까? 귀에 대고 하는 가족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도 없고, 눈조차 뜰 수 없을테니 정말 처연하게 혼자서 떠나게 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중에 필자가 다니던 농아인교회의 집사님 한 분이 말기암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에서도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하여 진통제로 연명을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나는 집사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때부터 고민에 휩싸였다.

청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청력이 살아 있으니 임종예배를 임종 직전에 드려도 되지만 우리 농인의 경우에는 수어를 볼 수 있을 때 임종예배를 드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의식이 있는 분을 상대로 임종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결국 필자는 담임목사님께 당사자인 농인이 수어를 볼 수 있을 때 임종예배를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건의를 하게 되었고, 목사님과 여러 집사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종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당사자인 농인 집사님도 평안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렸다. 비록 힘에 겨워 간간히 눈을 뜨기는 했지만 예배의 순간을 같이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음이 있었다. 청인이 의식이 없어 보여도 청력이 살아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농인들은 평생을 손으로 말해 온 사람들이니 의식이 없다 할지라도 손을 마주잡고 하는 촉각수어를 하면 되겠구나 하는 깨우침이었다.

살면서 가끔은 농인인 남편과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촉각수어를 연습해 보기도 한다. 이생에서 이별하는 순간에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소망한다. 우리 농인들이 이생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 침묵 속에 떠나지 않고 가족들이 전하는 수어로 이별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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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미혜 (goodlife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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