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수어로 공존하는 사회”라는 주제의 토크콘서트가 있었다. 농인, 코다(농인의 자녀), 수화통역사들이 연사로 나서 각자의 위치에서 경험한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그 중 코다 김진유 연사는 “높이뛰기”라는 단편영화를 출품한 영화감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본인이 제작한 영화 “높이뛰기”의 일부를 같이 보는 시간을 준비하였다. 단편영화 “높이뛰기”는 코다인 김진유 감독이 어린 시절 실재 경험한 내용을 영화에 담았다.

농인인 김진유 감독의 엄마와 어린 시절 김진유가 옷가게에 들러 옷을 고르는 장면이 나오고 옷가게 직원 둘이 대화를 나눈다. 옷가게 직원 둘은 농인인 엄마와 같이 오는 아들 김진유 또한 농인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엄마가 고른 옷 값을 치루려고 하자 22,000원인 옷 가격을 5,000원을 더 올려 27,000원으로 부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30,000원을 내게 되고 옷가게 직원은 양심이 찔린 것인지 4,000원을 거스름 돈으로 내준다.

가게를 나선 엄마는 거스름 돈을 보다가 1,000원을 더 돌려받았다고 생각하고 아들에게 1,000원을 쥐어주며 옷가게 직원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어린 코다 김진유의 모습이 화면에 담긴다.

비단 이러한 경험이 김진유 감독에게만 있지는 않다. 필자가 석사논문을 준비할 당시 농인 자녀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여러 명의 코다들이 이와 유사한 경험들을 이야기 하였다.

자신의 부모를 벙어리, 귀머거리라고 비하하는 청인들을 말없이 지켜보아야 하고, 부모와 다른 청인의 갈등 구조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었던 기억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수화통역에 대한 경험들도 털어놓았다.

남들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를 수용하고 이해하기까지 누구도 이해하고 알아주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어린 시절부터 안고 살아가야 했던 코다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한 순간이 많다.

2014년 12월, 이러한 코다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코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난후 연사로 나섰던 코다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우리 농사회는 이러한 코다들의 작은 모임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한다. 코다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다른 코다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다른 관점을 발견하고, 때로는 치열한 토론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코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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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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