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복합통증 증후군을 가진 여성장애인 k씨(37세)가 자신이 살고 있던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래로 투신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인은 산재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되었는데, 신경장애가 생겨 손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마비가 왔다. 그러나 산재의 치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료가 되므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치료 기간이 지나서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강체로 치료가 종료되자 자신의 치료의 필요성이 마치 보험금을 축내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취급받는 데에 대하여 누명을 쓴 것 같은 억울함을 절감해야 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장애인등록이라도 하여 장애인으로 살고자 하였는데, 장애인판정에서 등급 외로 판정이 되어 장애인이 될 수도 없었다.

손을 전혀 쓸 수 없는 마비가 있으니 당연히 장애인등록이 될 것이라 믿었으나 장애인등록이 거부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재활전문의를 찾아다니며 왜 장애인이 될 수 없는가를 알아보았는데, 재활전문의들은 통증의 감각은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녀는 통증이 있어 고통스럽고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비는 통증만으로 온 결과가 아니라 신경장애로 인한 마비이니 그것만은 진단서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진단서조차 장애인등록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비란 사용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충격에 대하여 전혀 근육이 반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 즉 근육의 문제로 인한 결과로 움직일 수 없어야 한다. 관절이나 근육의 장애가 아닌 신경의 장애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장애판정에서 장애의 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로 장애가 발생한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으나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장애판정을 맡은 의사들은 통증장애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 외의 장애에 대하여 또는 통증 자체가 아닌 통증으로 인한 결과에서 나타난 마비는 인정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한다.

산재라는 신체적 손상을 입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가 치료도 일정 기간만 지나면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장애인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자 그녀는 이제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상심하고 말았다.

어차피 세 번 죽임을 당하여 사실상 죽은 자로 숨만 쉬느니 모두가 죽은 자로 취급하는 것은 죽어 달라는 주문과 같은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남동생에게 마지막 문자로 유서를 남기고는 아득한 땅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남양주시에서는 2013년 4월 24일 신변을 비관한 한 여성이 투신하려 하는 신고를 받고 신속하게 대처하여 구조했다고 언론에 보도한 바 있고, 2012년에도 남편의 외도를 비관한 50대 여성이 투진자살하려는 것을 구조했다고 활동실적이 뉴스에 나오는데, 복합통증 장애인 누나의 유언 문자 메시지를 받은 남동생은 가족조차 보호하지 못하였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하여 사회적 장애가 너무나 심한데, 그 사회적 장애를 없애자고 만든 장애인관렴법이 바로 장애가 되어 장애를 장애로 인정도 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정의에서도 육체적 손상으로 인한 사회적 장애를 가진 자가 장애인이라고 하였는데, 김씨는 장애인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법이 바로 사회적 장애가 아니냐는 말을 남겼다.

장애인이 되고자 하는 희망조차 짓밟힌 이 사회에서 그녀는 숨을 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숨을 쉬는 것이 단순하고 무의미한 생명유지 장치에 불과했다.

육체적 통증은 고문의 한 수단이다. 그녀는 살아 있는 것이 자신에 대한 고문이라고 생각했다. 극심한 통증은 생명과 가치관, 존재감 모두를 갉아먹는다. 그 끔찍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치료가 중단되고 장애인등록조차 되지 않은 가운데 그녀가 이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비정하고 냉혹한 인본주의다.

근육의 움직임은 뇌의 명령과 신경의 전달과 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 뇌의 문제이면 뇌병변이나 뇌성마비가 되는 것이고, 근육에 문제가 있으면 지체장애가 되지만 신경장애는 장애로 인정되지 못한다.

이는 인체를 그토록 잘 아는 불가침 특권계층인 의학이 사람을 살리는 본분을 잊고 사람을 죽인 것이다. 통증이 아닌 신경장애조차도 무시되고, 장애로 인하여 손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고 호소해 보았지만 그녀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장애 외 판정’이라는 종이 한 장만이 돌아온 답이었다.

그녀가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애등록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었다. 장애로 인정받으려면 차라리 산재로 절단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한이고 차마 지금 스스로 절단을 할 수가 없으니 그러한 용기로 투신을 선택한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장애로 인정하려고 검토한 바 있고, 국민연금에서도 복합통증장애(CRPS)는 장애4급 하나로만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언어장애는 3급과 4급만이 있듯이 장애정도가 키재기로 둔갑하고 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 다른 장애4급과 같은 사회적 장애를 경험하고 있을까?

장애판정을 맡은 의사들이 통증은 장애가 아니라고 하고, 다른 원인의 장애조차 지나쳐 버린 것이 그녀에게는 생을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생을 포기한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등급을 포기한 무수한 장애인들과 개별화된 욕구를 포기한 무수한 장애인들의 고통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기계적 판정을 직업으로만 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한 통증장애는 남의 통증조차 모르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싶다.

몸과 마음을 모두 붕괴시킨 진도 100의 통증과 사회적 보호를 위한 장애등록 제도가 오히려 삶을 포기하도록 한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닌 가 행정가와 전문가는 깊은 고민을 지금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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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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