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나는 간헐적으로 작고하신 어머니의 한숨소리를 듣는다. 내 나이 이십 중반을 넘어 설 즈음에 한동네 사는 나의 친구들이 명절 때 사귀는 여자친구를 데려오면 무척 부러워하셨다. 당신 자식이 장애를 가졌기에
결혼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관념 때문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마치 중죄인이 된 기분이었고, 어머니의 한숨소리는 밤공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언제나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셨고 조그만 일도 크게 자랑하기를 좋아하셨던 분이기에.
그 후 몇 년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게 되고 사회활동을 넓게 하면서 어머니의 어깨에는 힘이 들어갔고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나는 크게 효도했다는 자신감과 나름의 성취감으로 좀 더 당당하게 삶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 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결혼에 성공하여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렸다는 점이라는 강한 신념을 나는 가지고 있다.
삼십 년 세월 동안 라디오 방송이나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수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만나왔는데, 일반적인 내용은 예측이나 방향설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나
결혼의 욕구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부분에서는 원론적인 내용과 형식적인 논의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이라는 장르는 상대가 있어야 하고 환경과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당사자들끼리도 궁합이 맞아야 하지만, 양가의 이해와 허락이 있을 때에 혼인이 성사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당사자들의 의지와 집념에 의해 어지간한 장벽과 형식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고, 색다른 풍습이나 방법으로
결혼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요즘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결혼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속 뜻이나 사연에 관계없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사례도 많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기 자식이 좀 더 풍요롭고 안정적인 상대에게 혼인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장애와 생활 조건이 첫 번째 걸림돌이 될 것이고 경제활동이 불안정한 상황도 큰 저해 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결혼상대자 선택의 폭을 편협하게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장애 당사자들끼리 상호
결혼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게 된다.
오늘 필자는 약간의 욕심을 가져 본다.
혼인 적령기에 도달한
장애인 모두에게 꿈을 크게 갖고 시야를 넓힌 후 용기를 더해 구체적으로 배우자를 얻는 일에 나서 보았으면 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어디엔가 궁합도 맞고 사랑을 흠뻑 나눌 배필이 숨어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적극적으로 도전해 주기를 선배로서 당부 드리는 바이다.
세상의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는,
장애인도 내 며느리, 내 사위가 될 수 있다는 포용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자녀들이 진정으로 혼인 상대자를 사랑하고 있다면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이해의 폭도 넓히고 장애로 인해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은 환경을 개선하여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가도록 지지해 주기를 당부해 본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반드시
결혼이라는 장르를 포함하여 미래를 함께 설계해 주기를 촉구해 본다.
정책이나 제도 그리고 돈에 관한 상투적인 핑계로 비켜서지 말고,
장애인의
결혼이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가슴을 열어 주기를 주문해 본다.
부디 올봄에는 만발한 저 꽃들만큼
장애인의
결혼 소식이 활짝 피어나기를 마음으로 빌어 보며, 오늘 필자가 열거한 이 글이 단순한 억지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