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스마트폰 바탕화면 ⓒ장지용

지금 저는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한 야구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155이라는 숫자가 있는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 돌아왔지만 바탕화면 속의 그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긴 공백기간을 어쩔 수 없이 가져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는 확실한 능력이 있음을 야구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그 선수는 KBO 리그(2015년부터 한국프로야구의 공식명칭이 ‘KBO 리그’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 필자 주) NC 다이노스 팀 투수 원종현 선수입니다.

이런 화면이 나오게 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14 시즌 NC 다이노스는 뛰어난 활약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와 맞붙었습니다. 그 중 제3차전 경기(2014년 10월 24일, 잠실야구장) 도중 등판한 원종현 선수는 155km/h의 무서운 강속구를 던졌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투수도 던지기 힘든 속도입니다.

그 전까지 사실 저는 원종현 선수가 많은 경기에 나온 것이 역설적으로 화났습니다. 중계만 보면 맨날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고 저도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중계진들도 많이 놀라워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 날 경기는 NC 다이노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는 패배했습니다.

그렇긴 해도 그러한 활약을 보면 많은 이들은 당연지사 다음 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였고, 그들도 저와 같은 많은 이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하여 가을 훈련이나 이국에서의 스프링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원종현 선수의 마음도 그랬습니다.

그들의 미국 스프링 캠프 도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종현 선수의 몸이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심상치 않은 팀 책임자들은 급히 원종현 선수를 한국으로 후송하였으나 완쾌는커녕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대장암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종양 제거 후 지금도 투병 중입니다.

그리고 이 배경화면을 NC 다이노스가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회복을 기원하면서 말이죠. 저도 공개되자 바로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삼았습니다.

갑자기 야구 선수 이야기를 한 것은, 제가 가족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완전 남남일뿐더러, 일반 대중들하고는 그라운드 밖에서는 만나기 힘든 대상인데도 그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여기에는 우리와 같이 웃고, 울고, 감격하고, 더 이상은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이 엮여있습니다.

단지 한 선수를 응원을 한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그가 활약하는 모습과 그를 압축하는 숫자가 걸린 이미지를 깔아 놓은 것은 삶의 즐거움을 주는 한 존재의 아픔을 대신 감당할 수는 없어도 마음 속으로 그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그리고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런 마음들이 중계 화면이나 먼발치에서만 봤음에도 그런 행동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사실 비장애인들이 흔히 갖는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저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감정에 쓸려서 웃고 우는 일도 있습니다. 삐칠 수도 있고, 특정한 문제가 터지면 인사불성이 되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도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가 만난 모든 발달장애인들은 그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발달장애인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오해는 비장애인들이 맨날 바라봤던 발달장애인의 모습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이죠.

발달장애인들이 그 감정 표현해도 읽어내는 것이 어려웠을 지도 모릅니다. 제경우에도 나름대로의 감정이 드러냈을 때 “쟤 미친것 아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그저 감정이 드러났을 뿐인데도 말이죠.

그러한 오해를 받을 때마다 감정이 솟구치면서 마음 속에 분노가 치밀었고, 그때 쌓인 분노는 오해를 받는 문제가 끝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가시지 않고 아직 남아있습니다. 제 입에서 그 때의 분노를 상징하는 단어가 입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노래 중에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우리가 힘들잖아요!~”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는 제게 두 가지 불편한 진실과 만나게 합니다.

하나는 원래 노동운동 노래였다는 사실과(실제로 원래 가사에는 ‘친구’가 ‘동지’로 불러야 하는 등 노동운동과 관련된 표현이 있었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발달장애인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노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서 얼굴 찌푸리는 것이 나쁜 것인지, 웃고 살라는 것을 강제하는 것인지는 조금 헷갈리지만 저에게는 감정을 억압하라는 의미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도 나름대로의 감정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발달장애인들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기 조금 힘들거나 표현해도 읽어내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저도 그런 섬세한 감정이 없었다면 중계 화면에서 보거나 야구장에 가더라도 멀리 관중석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만봐야하는 존재인 야구선수가 아프다고(물론 암이라는 것 자체는 매우 크나큰 고통이긴 하지만) 그의 사진을 스마트폰에 배경화면으로 저장하겠습니까?

타인의 고통을 대신 할 수 없어도 그 타인을 공감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런 감정은 발달장애인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아! 그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어도 기억해야 하는 또 다른 사건이 있네요. 이제 며칠만 있으면 다가오네요. 바로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4월 16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원종현 선수의 빠른 그라운드 복귀와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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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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