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올해 2월에 웹접근성 품질인증 심사 가이드라인과 품질인증기관 운영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하고, 현재 의견 수렴 및 협의 중으로, 4월 초에는 확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품질인증 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현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센터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웹접근성인증평가원, 그리고 웹와치 등 세 곳이다.

이러한 품질인증 기관의 감독권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있다.

지난 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품질인증 기관을 상호 크로스 체크하는 방식으로 운영기관의 실태를 파악하고 평가를 한 바 있다.

여기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품질인증 기관이 서로 다른 기관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들과 웹개발회사와 웹 사이트 운영기관으로서 품질인증 기관을 이용하면서 느낀 의견들도 반영된 것이다.

먼저 새롭게 마련된 심사기준안 초안을 보면, 심사하는 장애인의 자격 중 장애인 등급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시각장애의 경우 장애등급에 따라 전맹과 저시력인은 정보통신의 방법이 전혀 다르므로 시각장애인이기만 하면 사용자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그리고 지체 장애인의 경우 상지 장애가 없는 장애인이라면 정보통신 이용에 별 어려움이 없을 수 있는데,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 평가에 참여한다면 제대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심사를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최근 등급제를 폐지하려 하는 마당에 사용자 심사위원 자격에 등급을 명시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시각장애 1급이 아니라 음성으로 정보통신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뇌성마비 장애인 3급이라고 할 경우 현재 고용하고 있는 4급 장애인은 해고하고 새로이 직원을 채용해야 하느냐와, 3급과 4급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처음 심사를 받는 사이트는 신규 심사로 하고, 유효 기간 1년이 지나서 재심사를 할 경우 갱신심사를 받으면서 간편하게 심사를 하게 되는데, 심사비용도 보다 저렴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변경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과 업데이터된 자료만을 대상으로 해오던 웹접근성 심사를 신규심사에서는 잘 준수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된 것을 제대로 시험하지 못하여 사실 웹접근성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웹접근성 인증이 연장될 경우가 있으므로 신규처럼 엄격하게 심사하자는 내용도 새 가이드라인에 들어 있다.

이 안에 대하여, 그럼 신규와 갱신의 구분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점과, 매년 동일한 심사비를 부담하게 되므로 심사 신청자가 부담이 커져 기피하거나 미처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여 갱신을 포기하는 경우 그 동안 웹접근성을 갖추기 위해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한 노력조차 물거품이 되어버리지 않겠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심사 기관마다의 편차를 줄이고, 심사의 질을 담보하기 위하여 모든 심사 이전에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심사 예정 사실부터 진행상황을 모두 온라인에 등록하게 하여 항시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안이 있고, 타 기관이나 개발사 등 외부 심사기관에서 재차 심사하여 점수차가 크면 인증기관에 1차 경고, 2차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개발 회사가 개발한 것을 심사하는 기관이 오히려 개발사의 감독을 받는 형상으로 이는 이치에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러한 안을 제시한 곳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출신 한 직원이 개발사에 있으면서 인증기관에 대하여 불신하는 말을 하여 이를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안이 아니냐는 반발도 있다.

또한 점수차가 난다면 교육과 표준화로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정도는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취소하는 등 제재를 가한다면 서로 같은 점수가 나오도록 담합을 하라는 말이냐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지침에 준하여 심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웹페이지를 검사할 수는 없으므로 심사를 위해 샘플로 선정된 페이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이상 어느 정도의 결과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처벌까지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그리고 사실 샘플심사가 아니라 모든 페이지를 심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샘플 비율을 높일 수는 있으나, 전수조사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므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비율을 높이는 것 역시 심사비용의 증가를 가져오므로 심사신청 기피 사유가 되어 웹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유인책에 반하여 시장을 죽여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몇 페이지 이상 심사하라는 기준은 페이지가 많은 사이트의 경우 너무 적은 페이지를 검사하므로 비율제로 하자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 듯하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입장에서 웹접근성 시장을 놓고 시장점유에 유리한가에 따라 웹접근성 인증심사기관들의 입장차가 다를 수 있다.

현재 전문가 심사는 95점 이상이면 합격으로 하고, 사용자 심사의 경우 100점이 되어야만 합격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신청 건수 대비 실제 합격률은 20~30퍼센트에 불과한 상태에서 심사비를 내고 불합격되는 것이 더욱 많아지면 문제가 심각해지고 민원과 기피현상이 커질 것이 뻔한데 모두 100점을 획득해야 합격으로 하자는 안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문가 심사에서 100점은 없다. 모든 페이지에 전혀 결함이 없는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최우수에서도 찾기 어려우며, 너무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면 웹접근성 준수를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포기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품질인증 심사기관은 모두 문을 닫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물론 심사기관간의 점수 격차를 줄이고, 보다 많은 페이지를 검사하여 웹접근성 인증마크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처음 웹접근성 품질인증 심사기관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당시 인증기관의 감독기관을 별도로 두는 것에 대하여 규제라는 이유로 국무총리실로부터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모든 것을 강화만 한다면 심사비용 상승효과만 가져오는건 아닐까 싶다.

실제 현재 불과 2천여 사이트만 품질인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만 개의 모든 사이트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더 많은 사이트가 웹접근성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거나, 발주 당시 반드시 웹접근성 인증심사를 받도록 하거나, 웹접근성을 위한 개발비 지원 등의 적정 동기유발은 하지 않고, 심사기관 감독 강화 등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결국 장애인의 웹접근성의 고려를 외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심사 페이지를 늘리는 방안이나, 심사위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 강화, 정부와 위탁지정된 심사기관과의 소통 폭을 넓히는 등의 선에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목표는 웹접근성 인증마크의 권위가 아니라 보다 많은 사이트가 웹접근성 갖추도록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웹접근성 담당자가 모두 다른 부서로 이동한 가운데, 외부의 인사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 웹접근성 업무를 맡은 부서로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이와 관련된 예산이 하나도 없다는 것으로, 이 것부터 시정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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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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