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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사생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농인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3-05 16:13:10
농인남편이 내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농인들은 수화통역사 앞에 발가 벗겨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

생각해보면 참 뼈아픈 말이다. 지금은 각자 휴대폰을 소지하면서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휴대폰이 상용화 되기 이전에 농인들의 사생활 보호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 할 정도였다.

약속을 할 때도 수화통역사에게 전화를 부탁해서 약속을 정하게 되니 본의 아니게 언제, 어디서, 누구를, 왜 만나는지까지 노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하는데 가끔은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다. 누구나 흔히 앓는 감기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타인들에게 노출하기 싫은 질병이 있을 경우 혼자서 필담으로 병원진료가 가능한 농인이 아니라면 수화통역사와 같이 가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의사와의 문진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두 수화통역사에게 노출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된다.

그리고 그 수화통역사가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말을 하게 되면 어쩌나 불안하기까지 하다. 물론 수화통역사들은 이런 경우 비밀유지의 원칙에 의해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농인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 농인들은 필담이 가능한 친한 농인에게 부탁을 해서 병원을 가기도 한다. 청인인 수화통역사에게 노출되는 것보다 가까운 농인에게 노출되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현장에서 수화통역을 할 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농인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떤 농인이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하는 과정을 통역하게 되었는데 그 농인이 필자에게 혹시 다른 농인들이 왜 입원했냐고 물어보면 갑상선에 이상이 있어서 입원한 것으로 말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자신의 질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싶지 않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농인 개개인들도 이런 상황에 많이 처하게 되는데 특히 협회에서 활동하는 단체장들의 경우 사생활 보호가 더 어렵다.

단체장으로서 활동하면서 거의 모든 공적인 일정과 사적인 일정의 노출, 수화통역사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노출되는 정보, 심지어는 수화통역사에게 노출하지 않고 싶은 정보까지 노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언젠가 필자가 모시는 농인 단체장이 필자가 아닌 다른 수화통역사와 청인을 만났는데 옷을 두고 가는 바람에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온 수화통역사의 연락처를 몰라서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며 옷을 두고 가셨으니 찾아가라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청인에게 필자에게 전화 할 일이 아니라 농인 당사자에게 문자로 직접 연락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였다.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치는 문제지만 농인 단체장은 필자인 내가 자신이 누군가 만난 것을 아는것조차 원치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청인들이 농인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수화통역사나 가족들에게 대신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필요한 경우 업무와 연관된 연락은 직원을 통해 할 수 있지만 사적인 연락은 반드시 농인 당사자를 통해서 하는 것이 옳다.

농인의 사생활 보호는 농인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농인과 함께 하는 청인들이 농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같이 노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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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미혜 (goodlife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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