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장애는 ‘다름’ 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봐야한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이것은 진리다. 발달장애인에게도 그 명제는 해당된다.

오죽하면 어느 손해보험회사도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똑같은 손해보험은 없다면서 자신들의 손해보험 상품을 선전할 정도니까 말이다.

지체장애만 해도 팔에 장애를 가질 수도 있고, 다리에 장애를 가질 수도 있고, 목 아랫부분에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발달장애의 한 축인 자폐성 장애의 공식적인 표현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스펙트럼은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다. 내 친구 중에도 자폐성 장애인들이 몇몇 있는데, 관심사나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한국판 템플 그랜딘(주: 자폐성 장애를 가진 유명한 미국인 학자. 클레어 데인즈가 주연한 영화 템플 그랜딘의 템플 그랜딘이 바로 이 사람이다.)이라고 볼 수 있고, 하나는 디자이너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있고 거기에 역사와 사진에 일가견이 있다.

거기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까지 생각한다면 발달장애인들도 놀랍게도 똑같이 다르다. 나는 장애인개발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지적장애인들이 일하는 보호작업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과 라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나 말하는 스타일(예를 들어 억양)도 천양지차였음을 느꼈다.

우리 발달장애인들은 그렇게 ‘똑같이’ 다른데도, 일반 대중들은 발달장애인하면 똑같이 생각을 한다. ‘순수한 사람‘같은 이미지가 대중들이 발달장애인들을 생각하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나는 장애인 관련 소식을 수집하는 업무로 직장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발달장애인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된 소식들이 더 많지만 가끔 저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사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대한 보도도 간혹 수집되어 놀라기도 한다.

즉, 발달장애인들은 무조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쁜 발달장애인도 있다. 사람은 영악한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런 것이다. 사실 나도 순수하지 않고 본심이 뻔히 드러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우리는 그렇게 다르다.

또 많은 이들은 발달장애인에게 감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맨날 같은 모습을 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오해했으리라.

그러나 발달장애인도 감정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대로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에 친구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짜증이 났었다. 그 친구가 신경을 건드린 것이 아니라,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가했던 가해자들의 잔당이 예의 없이 전화를 걸어와서 신경질이 나고 짜증이 났다.

그렇다. 우리들도 짜증이 나기도 하고, 기쁨을 누리며, 개그를 보면 웃으며, 일본정치인들의 과거사나 독도 관련 망언 같이 모두가 분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이 분노한다. 우리는 그렇게 같다.

발달장애인의 일부인 셔번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아마 영화 ‘레인 맨’ 등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발달장애인 찾기는 정말 어렵다. 그런 발달장애인은 극히 일부며, 그들도 나름대로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전공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는 다른 발달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수학을 매우 힘들어 해서, 직장에서 엑셀과 계산기가 있음에 대해 매우 기쁘게 여긴다. 물론 엑셀은 공식만 입력하고 나서 숫자가 바뀌면 바로 알아서 처리해주긴 하지만.

그리고 유명한 말인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라는 말은 발달장애인에게도 적용되는 표현이다. 그래서 셔번트라 해도 ‘똑같이 다르다’.

발달장애인들이 성(性)에 대해 모를까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아마 비장애인들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처럼 성에 대해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으려니 해서 그런 것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여자 친구를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으며,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조사한대로 발달장애인도 이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인식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자세한 것이 알고 싶으신 독자 분들은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에서 “발달장애인 관점에서 바라본 이성관계의 의미와 실제” 라는 연구보고서를 다운로드하여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영국의 작가 다니엘 테멋(Daniel Tammet)은 성 소수자임을 공개한 발달장애인이다. 즉, 발달장애인의 성적 지향과 행동이라는 것은 ‘똑같이 다르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보겠지만, 발달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글을 쓰고 사무실에서 일 한다.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다. 또 다른 하나는 방송 모니터 일을 보고 있다. 일단 열거한 몇 가지만 봐도 발달장애인이 진출한 일자리는 ‘똑같이 다르다’.

내가 이렇게 다르다는 점만 이야기하다보니, 똑같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다. 똑같은 것도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징 중에는 발달장애 고유의 특성이라 똑같은 것도 있고, 소수자이기에 똑같은 것도 있고, 제일 중요한 사실이지만 ‘사람이기에 똑같은 것’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발달장애인이 이 진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아직 세상에 드러난 발달장애인이 몇 안되다보니(공교롭게도 나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의 이미지에 맞춰서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똑같고 다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발달장애인을 만나보면서 하나씩 ‘퍼즐’을 채워나가기를 원한다. 위키백과의 로고도 다 완성되지 않은 공 모양의 퍼즐(그들은 ‘퍼즐 지구’라고 부르고 있다)이다.

어찌 보면, 발달장애인은 ‘퍼즐 사람’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칼럼들도 하나의 퍼즐조각이 될 수 있도록 필자인 나도 여러분들께 좋은 글을 쓸 것임도 다시금 약속한다.

끝으로 잊지 말자, 우리 발달장애인도 엄연히 인간이다.

추신: 발달장애 중 자폐성장애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들어오다 보니 지적장애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나 스스로 산다’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는 것에 유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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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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