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부사장의 비인권적 행동과 항공법 위반과 관련해 매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국민들에게 거대기업 오너들이 보여준 것은 마치 한 집안의 개인적 회사처럼 인식하고 군림해 왔다는 것으로, 국민들은 적지 않게 실망을 하고 있다.

직원에 대한 막말과 폭행, 오너로서 기분대로 무엇이든 지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생각, 고객의 불편이나 법을 무시하고 비행기를 후진시켜 직원을 타국에 내려놓고와 버린 행동 등의 진실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술 취한 상태라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존중의식 없이 군림을 했다는 것은 누구든지 약자이면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비행기는 후진을 못한다. 후진엔진 자체가 없다. 그래서 비행기가 후진을 하려면 토치카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비행기 앞에서 밀어서 후진시킨다. 그냥 버스나 지하철처럼 문만 열면 내리는 것이 아니다.

3년 전 10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웹 사이트가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아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로써 차별을 받았다며 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여 실제 경제적 손실이 얼마인지 증명하는 것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비행기 예약 등에서의 웹 접근성 미비로 인하여 직접 전화로 문의하거나 택시를 타고 항공사로 가서 예약을 하는 교통비 등 구체적 금액과 횟수의 증명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실제 그러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목적으로 한 소송이 아니라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나 웹접근성 개선을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으므로 결국 대한항공과 상호 합의하여 소송을 종결지었다.

원고인들은 이런 식의 소송이면 차별을 아무리 받아도 증명되는 실제 금액상 손해액에 한해서만 소송을 통해 배상을 요청할 수 있다면 너무나 실효성이 없다고 실망을 하기도 하였고, 실제 수 년 간 탑승횟수가 500회 가까이나 되는 원고인도 있어 상당한 금액을 보상하라는 명분을 가진 사람이 있기도 했다.

어쨌든 손해배상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대신 2014년 4월말까지 웹접근성 개선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개선된 웹 사이트가 원고인이 사용해 보고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수정을 요청하여 최소한 2014년 연말까지는 완전하게 개선하겠다고 합의한 것이었다.

2014년 5월이 되어도 대한항공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고 홈 페이지에 들어가 시험을 해 보면 웹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아니어서 원고가 대한항공에 연락을 먼저 하여 합의 내용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프로그램을 완전히 새로이 만들고 있어 웹접근성을 위해 과거 프로그램을 수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새로 개발하는 계약서에 웹접근성 지침도 준수하기로 계약조건에 넣었으므로 프로그램 개발이 지연되어 다소 늦어지지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어떤 이유이든 1차 약속은 지키지 못한 것이다.

올해 10월이 되어 새로 만들어진 웹 사이트가 일반에게 공개되었고, 이를 업무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은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대한항공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문의를 하였더니 프로그램 개발사와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12월이 되자 대한항공에서는 원고인을 찾아와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아직 웹접근성 보장을 위한 개선업체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곧 계약을 해서 내년 6월까지는 웹접근성 개선을 하겠다는 일정표 한 장을 내밀었다.

연말까지 불편사항을 피드백 받아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한 합의약속은 시작도 못하고 시작 준비에 대한 보고로 끝이 나고 말았다.

원고인은 먼저 정말로 수정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합의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른 제재에 대한 조항도 없고, 어쩌면 합의서도 시간이 일정 기간 흐르면 무효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왜 좀 더 서둘러 진지하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개선하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으니 이왕 기다린 것인데 좀더 시간을 주고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대한항공 전부사장이 된 분이 국토해양부 조사를 받으면서 임원진을 대동하고 조사를 받았다거나, 피해자 직원이 국토부에 조사를 받을 때에 그곳에 대한항공 직원이 같이 있어 조사과정의 진술에 개입하여 압박을 가했다거나, 부사장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대한항공 임원진을 대동하여 의전하듯이 나타나기도 하고, 머리를 풀어 엉킨 모습으로 죄송하다며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두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진정성 없이 기획 차원의 회사 대응에 불과한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혹 웹접근성의 개선 문제도 시간을 더 달라고 한 것은 이미 두 번이나 어긴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원고인들이 순진한 사람들이니 얼마든지 시간을 끌면서 넘어가도 될 사람으로 이미 취급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현재 웹접근성 개선을 마무리하고 검수까지 끝나야 하는 시점에 취한 조치로는 아직 업체 선정도 하지 못하였고, 다만 할 계획이라고 보여준 종이 한 장의 진도 계획서만 보고 다시 시간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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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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