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스마트 폰 활용 현실에 대해 우연한 기회에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의 아침 출근길부터 따라가 보자.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스마트 폰을 들고 이동하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도 없다.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위해 스마트 폰 기기 자체에 ‘접근성 항목’으로 내장된 ‘VoiceOver’와 같은 기능이 있긴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이용하는 스마트 폰 제품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TTS( text-to-speech)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한국어 TTS를 별도의 ’내려 받기‘ 과정과 설치과정을 거쳐야 겨우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내려 받기’와 ‘설치 과정’ 자체도 크나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TTS를 필요로 해서 ‘내려 받기’를 하려면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을 배포, 판매 하는 ‘앱 스토어’에서 ‘TTS 어플리케이션’ 항목을 찾아야 하고,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찾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찾은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이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그나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거의 없었던 데다, 기존에 출시된 앱들도 음성검색 기능이 없어 콘텐츠를 찾으려면 한참을 더듬으며 키보드를 눌러야 하는 또 다른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책과 영화, 음악, 신문, 잡지, 온라인강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개념이 바로 ‘모바일 접근성’ 이다.

시각장애인들의 검색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단지 스마트 폰 화면이나 메시지의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을 넘어 음성검색 기능을 추가한다면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은 다소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의 스마트 폰 활용에 직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는 시작은 바로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전환’이다.

예를 들어 직접 시각 장애인들을 찾아 스마트 폰에 필요한 기능이나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듣고 적극 반영하는 등의 바람직한 변화가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 얼마 전 국내 모 기업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해 글을 읽는 음성 속도와 높낮이를 5가지 옵션과 시각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분석해 단축키 등의 편의성, 다시 말해 ‘모바일 접근성’을 크게 높인 스마트 폰 제품이 출시됐다.

거기에 시각 장애인 도서관 접속을 통해 음성도서를 내려 받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했는데, 이를 통해 기존의 개인도서 보관함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보유한 개인 도서를 책 읽어주는 도서관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면 휴대폰에서도 청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매년 각종 정보통신 분야의 통계조사가 발표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발표된 내용이 있는데 그것이 ‘스마트 정보화 지수’이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을 끄는 내용이 ‘장애인 대상 스마트 정보화 점수’ 항목이다.

장애인 대상 스마트 정보화 점수는 49.2점으로 비장애인의 경우를 100으로 놓았을 때 비교 점수다. 개인용 컴퓨터(PC) 기반에서 장애인의 정보화 지수가 83.8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기존 PC 환경에서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었으나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격차가 다시 크게 벌어지는 양상인 셈이다.

장애의 유무, 장애의 유형에 상관없이 평등한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서비스의 접근기회 보장과 활용이 첨단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시되는 항목 중 하나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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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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