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자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9월 23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처 공포하려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의 의견수렴 과정이 상당히 폐쇄적이다. 다른 부처의 경우 국민권익위원회 사이트를 통하여 의견수렴을 하거나 부처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 그 내용을 국민 누구나 볼 수가 있는데 반해 고용노동부의 의견수렴 방식은 우편이나 개인 메일로 받아서 누가 어떤 의견을 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 3.0%를 2017년에 3.2%, 2019년에 3.4%로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비공무원으로 고용된 장애인 고용비율도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적용에서 공기관 의무적용률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최종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5.0%로 한다는 법 조항이 있는데, 장애인계에서는 상향조정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이번 개정에서 최소한 3.5%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장애인 고용 상승이 실제 장애인 고용의 증가보다는 중증장애인 더불카운트제 적용의 효과라는 점에서 고용 없는 고용률 증가라는 비판도 있다.

5년 후의 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렇게 더디게 목표를 설정하면 언제 장애인 노동복지와 소득보장이 이루어지겠는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또한 법 개정안은 장애인 의무고용 분담금 감면 대상을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표준사업장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직업재활시설은 복지부, 표준사업장은 노동부 허가권으로 장애인의 일터다.

이 두 곳은 장애인이 많이 고용된 시설로 고용분담금 감면을 받을 일이 없다. 분담금 감면을 받을 일이 전혀 없는 장애인시설과 표준사업장에 한정하여 다른 곳은 감면이 없도록 한 것이 잘 한 것이라면, 필요 없는 조항을 굳이 만들지 말고 아예 예외가 없도록 삭제를 해야 맞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압력을 가할 방법은 아무것도 개정안에는 담지 못한 점도 아쉽다. 의무고용 이상을 지키고 있는 표준사업장을 분담금 감면대상으로 정한 개정안은 혹 대기업이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장애인을 몰아놓으면 혜택을 주려는 얕은 수작이 숨어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개정안에서 분담금의 가산금은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한하도록 한 것은 기업에 부담을 덜어주는 완화규정이다. 분담금을 연체할 경우 연체금만을 내도록 하여 가산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해 주었다.

처벌이 완화되더라도 분담금은 잘 징수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준조세적 성격인 분담금은 조세와 같이 가산금이 존재하는 것이 강력한 드라이브인데 스스로가 그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정안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있으나마나한 사족의 분담금 감면 조항을 만들었으며, 가산금 적용을 완화하여 기업의 손을 들어준 법안이다.

이제 장애인고용 분담금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이 사용하고 남은 금액이 2천억 원이나 쌓여 있으니 배가 부른 것 같다.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돈으로 때우고 있는 현실을 해결할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동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현행 2.7%에서 2017년 2.9%, 2019년 3.1%로 상향하도록 하였다. 이 또한 장애인단체들의 최소 요구 하한선인 3.2%에 미치지 못했다. 0.1%의 조정은 분담금 120억원의 효과와 장애인 7천명의 고용효과가 있는데, 기업의 반발에 정부가 백기를 들은 결과이다.

모법에서는 공공기간 의무고용률을 정하고, 시행령에서는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정하고 있는데, 민간은 왜 하위법인지를 생각해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은 국회에서 정해주면 바꾸고, 민간은 장관령으로 쉽게 개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민간기업은 보다 자유롭게 조정한다는 것이 좀 씁쓸하다. 모두 같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인데 말이다.

시행령에서 장애인직업재활상담원을 고용 장애인 10인당 1인을 두던 것을 20인당 1인을 두도록 완화하였는데, 10명을 지원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애인 20명을 상대로 지원하라고 하면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만약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과도한 조건을 요구한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제 완화가 되면 장애인의 직업생활에서 안정된 고용유지에 필요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상담원을 줄이면 공단의 인력지원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장애인 다수고용 기업들이 한 부서업무나 자회사를 통한 장애인고용 집단화를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만큼 장애인 근로생활의 환경이 악화될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고용 계획 및 실시상황보고서 징수 업무를 고용노동부에서 공단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공포 되면 이 업무는 고용노동부에서 공단으로 갔다가, 다시 노동부로 왔다가, 이제 다시 공단으로 가게 되는 역사적 반복 변화를 겪게 된다.

먼저 10년 전 노동부에서 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된 배경을 알아보면 이 업무는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한 기업에게 장애인 고용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그 계획을 잘 지키고 있는지 보고를 받는 것인데, 이는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도록 압박하고 지도하는 수단이고, 필요한 장애인 인력을 미리 파악하여 취업알선을 하는 빅데이터 역할을 한다.

이 업무는 고용노동부가 맡아 하다가 분담금 징수 등을 고용노동부 산하 공무원이 하던 것을 공단으로 이관하면서 함께 공단으로 이관되었다.

국가 예산으로 징수하던 업무가 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에 사용되어야 할 분담금으로 징수업무비와 인건비로 나가게 된 것이다.

당시 비장애인 고용상담원 1300명 전원을 공무원화하였는데, 반대로 장애인 고용업무는 공무원에서 밀려난 셈이고, 국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장애인 직업재활 기금(고용촉진기금)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2년 전 이 업무는 다시 노동부로 환원되었다. 최소한 고용노동부가 고용계획 및 실시상황보고서 징수를 직접 지원하여야 고용노동부도 장애인을 위해 강력한 힘을 보태었다는 명분도 있고, 또한 강력한 행정력이 있어야 고용촉진 효과도 높으며, 고용노동부도 공단에게만 맡기지 않고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업무 성격상 공단이 아닌 고용노동부의 소관이 맞다는 판단이 다시 서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시행해 보지 않고 다시 공단으로 고용게획과 실시상황보고서 징수 업무(각 기업에서 제출받는 업무)를 공단으로 이관한다는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무슨 업무가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서로 주고받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업무조정이라기보다는 떠넘겼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복지법의 개정 예를 보면, 손바닥 뒤집던 할 수 없어, 한번 바뀐 법은 합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정부 채면상 바로 다시 바꿀 수 없다는 선례가 있다.

복지법 제44조에서 장애인단체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삭제되면서 정부의 일방적 행동과 장애인단체의 존치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정부 행정이 금방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답답하면 직업재활시설을 갖추어 수익사업을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여 마음대로 왔가갔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노동사무소에서 각 기업에 고용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공단 지사가 실제 이 업무를 지원하는 이중적 추진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기업에서도 고용노동부와 공단에서 연락이 오니 불편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단은 독자적인 힘을 갖고도 싶었을 것이다. 공단 직원들이 일을 의욕적으로 하고 싶으나 고용노동부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고용노동부가 가장 고리타분하다거나 꽉 막혔다고도 하고, 고용노동부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도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어차피 공단이 하고 있는 업무이고, 고용계획서와 고용장려금, 고용분담금 업무를 각각 처리하기보다는 한 문서에 담아 처리할 수 있으므로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공단으로 이관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복지부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처럼 법령에서 위임조항을 두어 업무를 산하 기관이나 전문기관에 위임하면 된다.

위임의 방법이 있음에도 이관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나면 고용노동부는 이 업무의 소관 책임이 전혀 없게 되며, 물론 감독권을 행사한다고는 하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관심이 멀어지고,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을 위한 힘든 고생을 면하게 된다. 공단은 이관을 요청했을 것이고, 고용노동부는 기회다 하고 이관하는 개정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복지부 장애인 관련 부서에 근무하던 출신들이 이제 고용노동부나 공단으로 몰려와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휘둘러버리는 것을 우리는 앞으로 계속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장애인 의무고용률 최저하선인 1.3% 이하 기업이 1567개가 있고, 공공기관에서는 국회가 가장 저조한 대표기관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고용계획을 세우고 더 많은 장애인고용을 유도해야 하는 것을 공단에다 아예 이관해버리겠다니 이는 직무유기이고, 장애인의 문제를 외면하는 행위이다.

공단을 잘 모르는 기업에서는 공단을 장애인단체 정도로 생각하고 장애인고용이나 고용게획서 제출을 성가시게 생각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나친 규제로 분리되어 일몰 대상의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업에서 장애인고용보다는 분담금이나 물고 말자, 왜 장애인고용을 의무적으로 하라고 간섭하느냐는 분위기에 정부 기관이 아닌 산하 기관이 지도하는 것에는 힘의 강도가 다르다.

복지부나 문광부에는 장애인 개방직이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공단으로 몰아놓고 장애인업무에 당사자 개방직은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여기서부터 고용노동부가 장애인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장애인단체와의 소통보다는 절교를 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위임을 하여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장애인판정을 복지부에서 위임하던 것을 법 개정을 통하여 국민연금으로 위임하는 것으로 법에다 못 박자는 최근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관이 아니라 위임이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업무의 효율성과 업무의 중요성,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왜 2년 전 고용노동부로 고용계획 징수업무를 중앙부처로 환원했는지 알 것이다.

이제 이관하고 나면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에 대해 모든 것을 공단에 맡기고 도대체 장애인 관련 무슨 업무를 하겠다는 것인가? 법 개정 업무 하나 남게 되고, 장애인고용과는 다시 업무가 별로 없으니 노인고용과 등과 통합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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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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