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C(삼육재활센터) 건물 조감도. ⓒ서인환

사회복지법인 삼육재활원이 SRC(삼육재활센터)로 이름을 바꾼 것과 삼육재활학교가 새롬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것은 그 법인의 사업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52년 설립 당시에는 6·25 직후 많은 장애인들이 거리를 방황할 당시 설립자는 장애인들을 위한 거룩한 일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사업이 아들에게 물려졌고, 그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 다른 형제에게 맡겨지면서 설립 당시의 사명감이나 취지가 변색한 것은 아닌가 한번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3년 서울 봉천동 소재 삼육학교를 경기도 광주로 이전하면서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어 현재 SRC는 서울남부장애인복지관 위탁 운영, 재활학교(새롬학교) 운영, 직업재활센터 운영, 재활체육관 운영, 요양병원 운영, 요양원(베네라이프 암치료센터) 운영, SRC 보듬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 언어심리상담센터 운영, 재활병원 운영, 건강증진센터 운영 등 많은 시설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출발하여 학교운영사업을 하다가 이제는 의료시설로 발전하여 가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을 열거해 놓고 보면 SRC는 장애인시설에서 병원시설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롬학교는 서울시 봉천동에 본교를 두고, 경기도 광주에 분교가 있는데 광주분교는 12학급으로 학생수는 약 80명 정도이다. 본교는 중학교 과정까지 있고, 광주 분교는 SRC타운 14000평 부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실상 규모로 보면 여기가 본교인 셈이다.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면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하여야 하지만, 특수학교의 경우 복지법인의 시설을 학교시설과 분리하지 않고 중복신고하여 학교인가를 받다보니 서류상은 학교시설이지만 사실상은 복지시설과 같이 공동으로 이용하여야 하므로 어느 것이 학교의 소유이고, 어느 것이 복지시설의 시설인지가 불명확하고 학교에서도 학교시설 전체를 오로지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학교 설립기준은 별 의미가 없고, 최소한의 기준적 교육환경도 지켜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롬학교는 광주로 이전하면서 서울시 소재 법인이라 서울시교육청에서 건축비를 지원했는데, 현재는 법인의 각종 사업을 위한 사무실들이 학교 건물에 들어서 있어 노인요양병원, 암센터가 학교 건물에 들어 있다.

학교를 지으라고 교육청이 지원한 건물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건물 유지에 들어가는 건물 관리비가 법인의 수익사업용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1년 7월 SRC는 수해를 입어 지하와 1층이 물에 잠겼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수해복구비로 9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수해현장을 방문한 교육청 관계자의 입에서 학교가 외진 곳에 있고 사실상 경기도에서 지원해야 하는 것인데 서울의 장애학생들이 위장전입하여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있었다. 다음해인 2012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아 현재는 유치부와 초등부 3학년까지는 학생이 없다.

학교를 운영하라고 지원을 했는데, 새롬학교는 바로 점진적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폐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말하면 학교측에서는 현재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폐교하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니 대신 딴지를 걸지 말라고 했단다.

재단사무실이 새롬학교 내에 있으면서 서울시 법인으로 해야 지원이 용이하므로 서울시 법인처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서울에서부터 운행하던 스쿨버스 운행을 중지하여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거하고, 서울시 거주 학생은 입학할 수 없도록 규정을 적용하여 폐교를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삼육출신이나 SRC 법인을 잘 알고 있는 장애인들의 말에 의하면, 장애인들이 돈이 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전환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황은 곳곳에서 보인다. 2년 전 어느 기업의 후원으로 만든 학교 엘리베이터 2대 중 1대는 지체장애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통로가 되는 문을 폐쇄하고 요양원의 노인들 전용으로 사용하며,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학생들은 램프로 돌아서 다니게 하고 있다. 이는 기부자의 목적 외 사용이 되어 병원의 재산증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스쿨버스는 작년부터 등교시간 이후 요양원 노인들의 등산용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으로 학부모들의 항의도 무시한 채 학교 뒤편에서 매일 노인들을 태우고 있다.

장애인학교가 같은 건물 안에 암환자 치료센터가 있다는 것에 부모들이 반대를 하자,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아픈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니 SRC는 장애인을 아픈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재활론적 관점의 대표적 발언이다. 죽음을 앞두고 암투병을 하는 사람들을 매일 마주치면서 장애학생들이 과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학습을 꿈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보듬터는 장애인의 자립을 추구하고 법인은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 사랑을 주고자 한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법인 홈페이지에는 새롬학교가 아닌 재활학교로 명기되어 있다.

특수학교를 재활학교로 부르는 유일한 법인, 상업적 척도로 사업화되어가고 있는 병원의 성장, 세계 최대 재활과 노인성 질환을 치료하는 법인으로 성장하고 싶다지만 결국에는 비영리법인으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장 검은 손을 가진 법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복지법인이 운영자의 욕심충족의 최적화된 만능물이고, 무슨 사업이든 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이용되는 것은 이제 마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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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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