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기대하면서 상과 벌을 줄 때, 벌보다 상이 더 효과적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상과 칭찬이 확실히 벌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벌을 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벌을 주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꼭 벌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벌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도록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하자.

첫째, 벌은 ‘주는 것, 가해지는 것’보다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벌을 ‘준다’고 하면 이미 벌을 주는 쪽이 벌을 받는 쪽 위에 서는 것이다. 아이와 같은 눈높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자로서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벌을 주는 쪽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벌을 받는 쪽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 그 책임은 아이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눈높이를 맞춘다고 어른이 아이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옆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 좋다.

둘째, 벌은 ‘면죄’가 아니라는 원칙을 알려줘야 한다. 자칫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 책임만 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의 결과는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식으로든 완전하게 되돌려 줄 수 없다. 스스로 책임을 지되, 그것으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셋째, 과거의 일을 떠올려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현재 아이가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드러났을 때에는 아이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가 보이지 않는데 기억을 더듬어 책임을 묻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에게 같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건 부당한 벌이 된다.

넷째, 내버려 두는 것은 벌이 아니다. 가끔 울고 떼쓰는 아이를 계속 방치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 울기 시작했던 동기를 잊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에 남는 것은 처음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아무리 울어도 아무도 곁에 오지 않는다는 배신감과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뿐이다.

일정 시간 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나이에 따라 그 시간은 다르다. 어리면 어릴수록 짧아야 한다. 어린 아이가 울 때 장시간 방치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부당한 벌이 된다.

발달 장애가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할 때는 ‘벌’이 조금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

우선 가장 하기 쉬운 실수는 ‘고의성’이 없는 아동의 잘못에 대해 벌을 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그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인데, 중증의 장애 아동일수록 이건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심한 중증의 장애 아동이라 해도 잘못을 알려주지 않고 벌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셋째, 금지된 행동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을 이해하려면 언어 수준이 상당히 높아야 한다. 장애가 없는 아동이라도 열 살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벌’을 통해 행동을 ‘금지’할 때에는 기준선을 정해 두고 항상 그 선을 지켜서 아이가 기준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상과 벌을 통해 행동수정을 할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먼저 계획을 설계한 후에 시작하여야 한다. 행동수정은 짧은 기간에 목표 행동 하나만을 두어야 하고, 기간 동안 다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기간에 끝내지 못하면 자칫 문제 행동을 더 고착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아이가 너무 많은 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장애가 있는 아동은 성취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실패는 그 자체로도 이미 벌이 될 수 있다. 하루 중 아이가 칭찬 받는 횟수와 야단맞는 횟수를 세어서 칭찬의 경험이 늘어나도록 상황을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

칭찬을 하는 것, 상을 주는 것도 쉽지 않다. 적절한 상황, 정도에 맞는 칭찬과 상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벌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고민 없이 감정에 치우쳐 벌하는 것은 단순한 ‘보복’일 뿐이다. 정말 교육적인 벌이라면,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는 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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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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