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업의 교재로 보조공학에서의 윤리문제를 다룬 외국서적을 읽게 되었다.

윤리문제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요즘 학문영역에서도 인문과학 분야에서는 ‘연구윤리’, 자연과학분야에서는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임상시험심사위원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피시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가 대표적인 연구윤리 문제의 큰 이슈(issue)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보조공학( 補助工學, assistive technology)에서의 윤리문제는 필자의 견해로 인문학적인 연구윤리 문제와 자연과학 또는 공학적인 연구윤리 문제를 모두 포함하는 다면적(多面的)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이 특성상 장애인, 노령자 등 인간에게 적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인권적인 의미와 사회복지학, 심리학 등 인문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학문적 특성, 그리고 이러한 배경 하에 의학, 인간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정보 통신공학 등 여러 최첨단의 자연과학과 공학 등이 융합한 형태의 학문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보조공학 제공의 대상자가 장애인, 노령자 등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단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을 배우는 학생이나 연구자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늘 함께 하는 우리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데 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몇 가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단 소개하는 내용은 외국의 사례임을 미리 밝혀둔다.

자신의 발 역활을 하는 전동휠체어의 속도조절은 누구의 몫일까? ⓒ김경식

첫 번째 사례는 시설 등에서의 비디오 모니터링(video monitoring)문제이다.

흔히 장애인 거주시설, 작업장 등에서 CCTV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 한 TV 뉴스에서 일반적으로 개인이 하루 평균 약 80번 정도 CCTV에 노출이 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CCTV는 원하든 원치안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문제는 화장실, 침실, 욕실 등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대한 비디오 모니터링(video monitoring)문제이다.

물론 보안과 관리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문제는 개인 생활공간에서의 사생활 보호 측면과 또 이렇게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수집되어진 비디오 모니터링(video monitoring) 데이터의 보관 및 처리에 관한 문제이다.

외부로의 유출 또는 보안과 관리 등의 원래 용도 이외로 악용(惡用)되었을 때 그에 대한 문제는 심각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는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의 ‘사생활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음성인식소프트웨어 활용과 근로지원인 활용에 대한 문제이다.

이 문제에 등장하는 사례자의 경우에는 음성인식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권장 받았으나 음성인식소프트웨어 활용을 위한 교육의 어려움과 개인적인 의사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근로지원인에 의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장기적인 자립생활을 위해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음성인식소프트웨어를 배워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을 존중하여 지금처럼 근로지원인에 의존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교 부분에 음성인식소프트웨어와 근로지원인에 대한 비용(費用)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을 조언(助言)하고 있다.

마지막 사례는 체험홈 생활을 하는 사례자로, 체험홈에서 생활할 때 전동휠체어의 최고속도와 외부 활동 시 전동휠체어의 최고속도 조절의 결정권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례자의 경우 체험홈 내에서의 전동휠체어 이용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부 활동 시에는 전동휠체어의 최고속도가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어 불편을 느낀다고 한다.

사고의 위험 등을 고려하여 전동휠체어의 최고속도를 제한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경우와 자신의 발과 같은 전동휠체어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고 위험 없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조공학기기의 활용에 있어서 먼저 장애당사자 개개인의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에 따라 여러 가지 보조기구들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한 가지의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의족스프린터로 관심을 가졌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Oscar Pistorius가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그의 경쟁이 공정한 것인가? 아니면, 탄소섬유 등 최첨단의 과학의 혜택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Oscar Pistorius의 보철물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서 차별을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보이지 않는 곳에 인공관절을 지니고 있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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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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