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인이 꾸준히 문화·체육시설에서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행위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있다.

그분은 여성장애인으로, 장애인단체를 이끄시는 리더다. 이를 통하여 가장 강제성이 약하고,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미약한 문화·체육 시설의 장애인 차별금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2010년 진정0375400 사건에 의하면, 시각장애인이 서울시가 지원하는 한 청소년수련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으며, 편의제공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다.

진정인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니 당연히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이 되리라 믿었으나 음성유도기와 점자촉지도가 없었으며, 엘리베이터에 점자표지판도 없었다고 했다. 이는 확인 결과 시각장애인이라 찾지 못한 것이었다.

또한 수영강좌를 신청하려 하였는데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없고, 안전사고의 우려 등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게 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수련관이므로 서울시장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과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수련관장에게도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권고하였다.

서울시와 청소년수련관에서는 출입구에 점자촉지도도 설치되어 있으며, 엘리베이터에 점자도 붙어 있는 등 편의증진법에 의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통합하는 수영 프로그램은 안전사고의 우려 등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을 뿐 지적장애인 프로그램 등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강습자 10명의 수익은 35만원이나 운영비와 강사비 등을 지급하고 나면 적자운영이 된다고 하였다.

장차법 제25조에는 “체육활동을 주최·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 체육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체육활동의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운영또는 지원하는 체육프로그램이 장애인의 성별, 장애인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의 참여를 위하여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 제1항은 “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해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다음 각호와 같다”고 규정하면서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체육활동프로그램 운영”, “장애인이나 장애인의 보조인이 요구하는 경우 체육지도사 및 체육활동 보조인력의 배치” 등을 정당한 편의의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장애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신청을 하면 받아들여야만 하고, 장애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하여야 하며, 요구가 있을 시 전문인력을 배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피진정인은 시각장애인 수영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전문인력도 확충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였다.

다른 장애 유형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수영장내 입수를 위한 장치와 출입구 이동식 리프트로만 입장이 가능한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한 사건이 있었는데, 건물구조상 설치가 어렵다는 수영장 운영자의 주장에 대하여 현장방문 기술조사 결과 이유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로 시정을 권고하였다.

또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공공도서관에서 자료실과 열람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며 진정한 사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승강기 설치를 권고하였다.

12진정0636400 사건에 의하면, 세종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시각장애인이 박물관을 이용함에 있어 정당한 편의제공인 점자안내책자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는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점자안내책자와 음성바코드가 있는 안내책자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점자안내 책자의 제작비용은 100만원 내외이며, 음성변환 바코드 프로그램을 장애인단체 등은 무료이나 출판사나 정부기관의 경우 1500만원에서 3500만원이 소요되므로 과도한 부담이라 볼 수 없다고 하였다.

12진정0617700 사건에 의하면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서 점자안내책자와 음성바코드 책자의 미제공, 장애인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하였다.

배드민턴과 탁구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배드민턴을 시각장애인이 하기 어려우므로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은 운영하기 어렵다는 피진정인의 주장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탁구교실도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탁구도 있으므로 구청의 예산이 3천억이 넘는 점과 시설관리공단의 예산이 9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부담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진정인은 이를 받아들여 시각장애인 탁구교실과 수영교실을 실시하고, 점자안내책자도 구매하여 비치하였다.

진정0643900 사건에 의하면, 강남구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강남도시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문화센터, 체육시설 등을 장애인 등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조인력과 수화통역사를 배치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

피진정기관은 예산상의 문제로 수화통역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기에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편의제공을 하겠다고 주장하였으나 수화통역과 시각장애인 보조인력은 의무사항인데 자원봉사로 해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 받자 공익요원 1명과 담당직원 1명을 배치하였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다고 다시 지적을 받아 3개 시설당 전담직원 각 2명을 배치하고, 직원 16명에게 장애인 편의제공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사건번호를 제시한 위 네 건은 모두 한 사람이 진정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각각 달라서 실제 문화체육시설 이용을 신청하였으나 불편을 겪은 실제 피해자들이다.

진정을 할 경우에는 실제 피해자를 찾아 피해사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며, 피해자를 도와 진정을 대리해 주는 활동가도 필요하다. 실제 피해자가 인권활동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화체육 시설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은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필요로 하지 않으나, 장애인이 이용할 프로그램에 대하여는 요구가 있어야 한다.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차별이 성립하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차별의 성립 요건은 요구가 먼저 있어야 한다.

공통적으로 피진정인은 그 동안 장애인 신청자가 없었다. 지금 신청자 1인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모집에 대한 정보제공과 홍보도 피진정인의 의무사항인 것이지, 신청을 하지 않은 장애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에 상당한 투자를 하여 엘리베이터나 장애인화장실, 점자안내책자 등을 비치하고 나서 아무도 이용하는 장애인이 없다면 피진정인은 돈을 들여 노력을 해도 이용하는 이가 없으니 낭비인 것 아니냐는 불만스러운 소리를 할 수 있다.

실제 어느 세미나에서 청각장애인 1인이 참가신청을 하여 40만원을 들여 수화통역사를 배치하였는데, 청각장애인은 결석을 하여 수화통역 서비스가 의무이지만 헛돈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낭비이고, 부담이라는 불만을 말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즉 이러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고 장애인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장애인의 많은 이용이 있어야 하고, 이로써 차별금지도 발전할 것이다.

점자안내책자나 수화통역 서비스 신청은 수익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기획진정을 통하여 압박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거나 호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장애인의 권리를 폄하하는 악행이다.

진정은 기획진정이 아니라 생활진정이 되어야 하고,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시설을 이용하는 기회를 스스로 늘려야 한다.

차별금지나 편의시설 실태조사 설문에서 ‘이용이 불편하여 이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소극적인 것이다. 시정을 요구하거나 진정을 해 보았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실제로 지역사회 참여의지가 부족하여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요구만 하고 이용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용자를 위한 홍보와 적극적 이용을 권하는 활동을 권고에 포함하고 있다. 장애인이 오지 않은 것은 접근성의 문제로 장애인이 포기한 것이지, 결코 장애인이 실제 이용 빈도가 거의 없는 것을 부담스럽게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화체육 시설의 경우 활동가의 꾸준한 노력으로 시설 하나하나가 개선되어 갈 것이다. 보험상품처럼 빈도수가 높은 차별금지 사례도 아니고, 시설은 지자체나 민간으로 흩어져 있어 장애인 스스로가 이용함에 있어 불편한 사항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사건화가 되고 시정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 시정을 위해 활동한만큼 환경은 변화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문제의 진정이 있으면 다른 장애 유형의 차별문제도 검토하는 게기가 되고, 다른 장애 유형의 진정사건과 서로 교류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닌 청각장애인의 문제도 함께 다루기도 하는 등 한 장애 유형의 문제는 다른 장애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티브를 제공하고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렇게 진정한 문구에 한정하여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기관 이용자의 모든 장애 유형과 차별금지, 그리고 이용의 홍보와 편의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