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명화해설 오디오 CD. ⓒ서인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착한 도서관 프로잭트 #03’이라는 명화해설집 CD를 제작 완료하고 보급하기 시작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명화해설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비용을 지정 기부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번이 3번째이다.

이 행사를 위해 지난 11월과 12월 두 달간 인터넷을 통해 재능기부 낭독자를 모집하였는데, 3천명 이상이 참가하였고, 1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코엑스에서 오디션을 통해 500명을 선발하였다.

낭독자야 주어진 원고를 얼마나 잘 읽느냐의 문제이지만, 해설작가가 얼마나 설명을 잘 풀어서 이해하도록 하는가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500개의 작품으로 선정된 미술품을 보면, 동서양을 망라하였으며, 그림뿐만 아니라 건축물, 조각상까지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정하였다.

‘모나리자’의 해설을 예로 들어 보자.

명화해설 스크립트

작가명: 레로나르드 다빈치

작품명: 모나리자

제작연도: 1503~1506년

크기 세로 77cm, 가로 53cm

장르: 회화

소장처: 루브르 박물관

낭독자: 황세진

작품 묘사: "모나리자는 그림의 아래 부분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초상화 구도로 되어 있고, 인물은 배경보다 높이 배치해 그렸습니다. 당시 화가들이 인물의 가슴부터 머리까지를 그리는 반면, 다빈치는 허리부터 머리까지 그림에 담았습니다. 모델은 약간 살집이 오른 후덕한 부인인데, 어깨를 덮은 긴 생머리는 앞가르마를 타 단정하게 빗어내렸고, 가슴골이 살짝 내비치는 검정색 드레스 차림입니다. 부인은 몸을 오른쪽으로 조금 돌린 채 두 손을 포갠 자세로 앉아 앞을 보며 차분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억척을 불러일으켰던 모나리자의 눈썹은 최근 발달된 과학의 힘을 빌려 그 비밀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눈썹이 그려져 있었으나, 워낙 미세한 붓터치로 표현한 부분이라 오랜 세월이 지나며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모델 뒤편에는 흐릿한 풍경이 배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멀리 봉우리가 날카롭게 솟은 산이 작게 그려져 있고, 그 산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점점 가까워질수록 폭이 넓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줄기 양쪽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바위와 구불구불 길이 나 있는 황야가 펼쳐집니다. 이런 풍경들은 모두가 안개에 감싸인 듯 흐릿하게 표현되어 있어 몽한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다빈치는 초상화의 배경에 가상의 풍경을 사용하거나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엷은 안개가 덮인 듯이 보이는 대기원근법, 즉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이탈리아어로 ‘흐릿한, 자욱한’이란 의미로 다빈치가 개발해 모나리자에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품해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현재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모나리자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모나리자의 ‘모나’는 부인 이름 앞에 붙이는 이탈리아어 경칭이고 ‘리자’는 초상화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입니다. 즉 한국어로 하면 ‘리자부인’이라는 뜻이 됩니다.

모나리자는 그림 자체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신비감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모델의 불가사의한 시선과 우울한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 모를 우아한 미소가 함께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보는 각도에 따라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림자를 보지 못하는 눈의 착각 때문입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모나리자의 입은 그림자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도록 그린 것이므로 그림을 감상할 때 모나리자의 눈을 쳐다보게 되면 입가의 미소가 확연하게 잘 보이게 됩니다.

당대의 거장 다빈치 사후, 모나리자는 그의 조수 겸 제자였던 살라이에게 인계되고, 이후 1530년 프랑스 왕실이 보관합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까지 약 260여 년간 프랑스 왕실에 있던 모나리자는 루브르 궁전이 박물관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그 후 약 100여 년 동안 잘 보관되다가 1911년에 갑자기 도난을 당합니다. 다행히 훔친 모나리자를 비싼 값으로 팔려던 도둑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되찾게 되었고, 이후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반환을 요구해 프랑스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인 경호원과 공기정화 시스템, 삼면 방탄유리로 보호된 콘크리트 박스 속에서 안전하게 보관,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말로 설명하여 눈으로 보듯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에게 설명을 통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언어유희만을 더욱 키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말로 듣는 설명은 왜곡될 수도 있고, 진정한 의미의 감상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다.

사실 그림은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여 동일하게 느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왜 가치로운지, 왜 신비한지, 전혀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감상은 각자가 다르다.

시력이 아닌 언어로 대체하여 설명을 통해 상상하도록 하는 것은 다양성의 감정을 하나로 편협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설명이 같다고 느낌이 같지는 않다. 어떤 이는 신비감을 위해 배경이 흐리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그 배경의 가려진 신비가 얼굴에도 투영되어 있으며, 인간의 미지가 바로 신비라고 표현하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설명을 듣고 옷자락 주름의 흐릿함 등 다른 요소에서의 같은 기법을 비장애인이 발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명화해설의 기법은 먼저 간단한 개요와 크기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림은 배경에서 인물로 또는 인물에서 배경으로 순서를 정해 설명하며, 색상이나 모양은 절재하면서 적절히 사용한다. 그리고 그림의 기법이나 나타난 인상 등을 설명하여 준다. 전체를 먼저 설명하고 다시 세부적으로 좌우상하 등의 방향을 가르치는 단어를 사용하여 세부적인 설명을 한다.

그리고 묘사라는 장면해설에 이어 작품해설을 통해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특성, 작품의 미적 가치 등을 소개한다. 작가론, 작품론, 미술사가 설명되면 작품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저시력인의 경우 모나리자 뒤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지 못한다. 흐릿하니 더욱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보면 관심이 간다. 그리고 이해를 하게 되며, 그러한 그림을 상상하며 감상을 하게 된다.

전맹의 경우에는 평소 사용하는 관념적 단어의 의미와 실체의 의미를 서로 연결하면서 심상을 그리게 되고, 시각적 이미지를 촉각이나 언어적 표현 기법으로 전환하여 감상하게 된다. 영화로 감상하던 것을 소설로 감상하면 새로운 창작으로 다른 느낌을 발견하기도 하고, 재미가 더해지기도 하는 것처럼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은 알 수 없거나 아무런 관계가 없는 그저 예술작품이라니 그런 게 있나보다가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로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CD에는 낭독자가 500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526명의 낭독자가 들어 있으며, 그 중 낭독자가 읽는 작품은 500점이라 중복된다. 편집 과정에서 어느 낭독자가 더 좋을까 녹음을 해 놓고 어느 것도 버리기가 아까워서 모두 실은 것이다.

낭독자의 해설은 MP3 파일로 이루어져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그 번호 순으로 정렬(소팅)이 되어 있다. 점자목록이나 CD에 첨부된 묵자 목록을 찾아 확인할 수 있으나 좀 불편한 것 같다.

그리고 낭독자 이름이 파일명에 들어 있고 작품명이 파일명에 표기되어 있으나, 작가명까지 파일명에 넣기에는 파일명이 너무 길어져 넣지 않았다.

필자는 명화해설 스크립트라는 말을 파일명에서 지우고 작가명을 추가한 다음, 컴퓨터와 스마트폰 확장메모리에 넣은 다음, 파일찾기로 찾아보니 더욱 좋았다.

감상이 아닌 필요에 의해 검색하여 알게 되는 지식으로도 매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가 있어 대화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여행지의 문화감상에서 오히려 비장애인에게 안내해 줄 수도 있을 정도다.

가끔은 시각장애인의 이러한 다양한 지식 습득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고, 존경과 신뢰로 주목을 받기도 하고, 대화의 제외자가 아닌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착한도서관 명화해설집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도서관에서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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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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