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활병원 내에서 오픈한 척수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전경. ⓒ이찬우

참으로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되었다. 민간 재활병원에서 카페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중증의 척수장애인으로 구성된 자립생활센터에서 직접 운영을 하며,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직업훈련 교육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사람人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정락현)는 2013년 말에 설립되었다. 정 소장은 국가대표 상비군 수영선수 출신으로 해외여행 중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굳은 의지로 재활을 하였고 현재 휠체어럭비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늘 척수장애인의 직업재활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손이 부자유스러운 중증장애인이 할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2년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실시한 바리스타교육을 받고 대한민국 최초로 사지마비 바리스타 1호의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중증장애인의 준비된 사회복귀와 직업재활을 구상하던 중 자립생활센터와 직업재활을 연결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작년 말에 자립생활센터를 시작하였고, 준비 끝에 전공(?)을 살려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사실 손이 불편한 바리스타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직접 커피를 뽑기는 어려운 바리스타일 수도 있지만 매장의 오너나 매니저라면 충분히 가능하며, 중도척수장애인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어려움이 있었다. 매장을 구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고 휠체어가 왕래하고 상주해야 하는, 편의시설이 준비된 시설을 찾는 것이 어려웠으며, 막상 찾아도 가격이 비싸고 상가주인의 인식부족으로 장애인에게 선 듯 임대를 해주지를 않았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중증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에 관심과 애정이 있었던 일산동국사랑병원(원장 장병홍)에서 현재의 장소를 제공하고 카페를 위탁관리하게 해주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동국사랑병원은 척수장애인 재활전문 병원이고 그간 협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진행이 순조로웠다. 특히 병원의 김상인 간호부장은 작년에 협회가 뉴질랜드 척수재활병원을 방문할 때 자비로 참가를 할 정도로 열정이 있고, 척수장애인을 사회복지사로 채용을 할 정도로 헌신적인 실천하는 사람이다. 물론 병원장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전에도 척수장애인의 직업개발에 연구도 많이 하고 척수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직업(원격강사, e-sport심판관 등)을 개발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원장 최병호)의 이효성 차장이 바리스터 직업교육 지원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였다. 바리스터 교육이후에 전문 메니저 교육도 함께 구상 할 예정이다.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 좌로부터 일산동국사랑병원 원장, 사람人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이찬우

오픈을 축하하는 축하 떡케익 촛불 끄기. 힘찬 출발이 시작되었다. ⓒ이찬우

이러한 경과를 배경으로 퍼슨 커피(person coffee)의 오픈식이 지난 5월 21일 현장에서 열렸다. 이날 위의 세 기관장들은 협약식을 갖고 대한민국 중증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직업재활을 위하여 상호협력하기로 하였다.

협회의 임직원들과 직업능력개발원 직원, 병원의 환자들, 동료 등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특별히 대한장애인럭비협회 윤세완 전무가 축하차 방문해 초기 척수손상환자의 체육활동에 대한 좋은 의견도 나누었다. 그는 사지마비 경수장애인에게 적합한 체육종목이 없던 차에 한국에 휠체어럭비종목을 도입하고 육성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 종목을 통해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도 땀을 흘리고 일상의 삶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척수장애인과 생활체육은 아주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으며 생활 체력은 곧 사회복귀의 원동력이고 직업 유지를 위한 에너지라 생각되고, 앞으로 재활병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에 아주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人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병원과 사회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할 호스텔프로그램을 척수협회와 함께 시도할 것이다.

호스텔은 병원(hospital)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뉴질랜드 척수장애인재활병원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종의 체험홈 프로그램인데, 퇴원 전에 충분하게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척수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코치(일상코치)의 지도 아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준비하여 사회로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퇴원을 앞 둔 환자나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척수장애인들이 이런 훈련을 통하여 사회복귀의 동기와 에너지를 확보하게 된다. 또 다른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게 되어 직장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학업복귀, 운동, 예술활동 등 다양한 분야로 시너지가 발생하게 되며, 당연히 가족관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중도장애인의 초기재활에 대한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손상 초기에 집중적인 투자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팀 접근방식과 원스톱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효율적이며 복지 재정의 예산을 절감 할 수 있다.

향기로운 커피 향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으로 시작된 이 여정은 서로를 격려하고 중증장애인들의 사회복귀와 직업재활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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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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