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개별고용계획서 앞면. ⓒ서원선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주된 이유 중에 하나는 같은 등급의 장애인들에게도 일률적이며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개별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야 함은 물론, 장애인의 개별 욕구와 환경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장애 인구가 250만명이라면 각각의 장애인들은 그 장애의 정도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서비스를 필요로 하며, 그러한 개별화된 재활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선진국형 재활 서비스라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실로 장애인 입장에서는 재활을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해야만 진정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후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장애인들이 재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복지관을 포함한 장애인 재활시설을 방문한다. 필자 역시 직업을 찾고자 직업재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서울에 있는 복지관을 방문했다.

복지관에서는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는데 대부분의 직업재활 서비스는 직업훈련·직업분석·직업알선 등이 주류였다.

개인적으로 장애인 입장에서 직업재활 서비스가 보다 다양하고 필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원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장애인 눈으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장애인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양은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불충분한 것 같다.

우선 장애인이 받을 서비스의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기에는 그 수준도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 하여 장애인들이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맞춤형 개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장애인에게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본 칼럼에서는 미국의 서비스 전달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여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사자인 재활상담사와 장애인이 서로 협력하여 재활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계획서는 소위 개별고용계획서(Individualized Plan for Employment, IPE) 혹은 개별지원계획서라고 한다.

초등학생들도 하루 아니면 방학 생활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 계획표를 세우듯, 한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서 계획서를 작성하여 체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재활계획서에는 장애인의 법적권한·책임, 종사자의 법적권한·책임, 기관 연락처 등등 여러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찾고자하는 직업을 표시한 직업·재활목표와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종류, 서비스제공자, 서비스제공기간 등이다.

이는 미국형 재활계획서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핵심 사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내용을 작성하는지 실제 사례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A 씨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며 찾고자하는 직업, 즉 직업·재활목표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 A씨는 재활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였으며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주정부 재활기관에 서비스를 요청했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종사자와 장애인은 얼마 동안 서비스를 제공받을지 기간을 정한다. 대략 박사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4-5년 정도가 소요되며 졸업 후 직장을 찾는 기간인 1년을 추가하여 총 6년 동안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했다.

서비스 기간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A씨에게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선택한다. 기본적으로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은 대부분의 재활 서비스를 기관 내부의 인력이나 자원을 이용하여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인력이나 자원을 이용한다.

이들을 서비스 제공자 혹은 벤더라고 하며, 거의 90% 이상의 서비스를 외부 서비스 제공자(벤더)를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로 생각해보면 복지관 내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사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A 씨의 경우 재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재활상담서비스(제공자: A씨의 사례를 맡은 종사자인 재활상담사), 박사과정 대학원 학비 지원(제공자: 택사스주립대학교), 학교 통학을 위한 버스패스(재공자: CATA버스교통), 시각장애인용 화면독서프로그램(제공자: FS프로그램), 시각장애보행훈련서비스(재공자: Hooker비젼센터), 기초직업기술훈련서비스(제공자: Job Search 센터) 등이다.

이렇게 서비스의 종류와 제공자를 선정하면 장애인은 각 서비스를 해당 제공자로부터 혹은 제공기관에 방문하여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장애인의 사례를 맡은 종사자인 재활상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연계하며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지불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재활계획서는 반드시 장애인과 종사자가 각각 1부씩 소지하며, 명시된 서비스가 불충분하거나 적시에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라도 장애인은 이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지역사회의 수많은 외부 제공자들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을 주정부 재활기관에서 대신 지불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장애의 종류, 장애의 특성, 재활목표, 환경이 달라지면 제공하는 서비스도 장애인에 맞게 자연스레 달라진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소위 말하는 장애인의 특성, 재활욕구, 환경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미국에서는 장애인들이 재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미국에서는 재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간 동안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며, 재활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서비스 위주로 제공한다.

그리고 장애인이 성공적으로 재활목표를 달성했다면 이후에 드는 비용은 장애인 당사자가 자비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서비스를 다양화하여 장애인의 욕구나 환경에 맞는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미국과 같이 다양한 외부 서비스 제공자(벤더)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 개별고용계획서 뒷면. ⓒ서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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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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