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들이 사고 후에 일상의 삶으로 복귀를 하여 멋지게 사회생활(직업생활)을 하는 직업복귀 사례집인 ‘일상의 삶으로’(좌), 척수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북인 ‘Back on Track-일상의 삶으로’(우)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2013년 12월, 50명의 척수장애인들이 사고 후에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여 멋지게 사회생활(직업생활)을 하는 직업복귀 사례집인 ‘일상의 삶으로’라는 책을 발간했다.

한국사회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멋지게 세상의 편견을 깨고 ‘중증장애인도 저런 일을 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 사례집에 소개된 50명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약사, 의사, 검사, 교수, 교사, 건축가, 디자이너, 방송국PD 등 전문직업도 있고, 무용가, 화가, 서예가 등의 예술관련 직업, 양봉가, 노점상, 웨딩사진 편집, 택시운전사 등 생활형 직업과 정보검색사, e스포츠심판관, 컴퓨터 프로그래머, 운동선수, 장애계에서 일하는 IL센터소장 등 실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일을 하다 장애를 입고 다시 사고 전의 삶을 사는 것이 말로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척수장애인들은 중도에 장애를 입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다시 사회로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외국의 경우는 하지마비는 3개월, 사지마비는 6개월 정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그의 2~4배,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보다 몇 배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면서도 정작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고 어려운 일일까?

이 것은 우리나라 재활시스템의 문제이다.

손상된 부분의 외과적인 치료를 마치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재활훈련에 집중을 해야 된다. 심리치료, 재활체육, 직업상담, 동료상담, 가정복귀준비, 보조기기체험, 스포츠 활동, 레저 활동 등등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것들을 충분히 경험해보지도 못한 채 퇴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병원의 인식과 준비가 부족하고 또한 수가산정이 되어 있지 않으니 당연히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와 단순치료에만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니 장애인들도 용기를 가지고 병원 밖으로 박차고 나와야 되는데 주저하게 되고, 게다가 집이나 사회에 여러 편의시설이 되어 있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용기를 주어도 부족할 판에 자꾸 뒷걸음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협회 설립 초기부터 척수장애인들이 긴 병원생활과 준비되지 않는 사회복귀의 개선을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오고 있다.

퇴원 후 전문적으로 사회복귀 훈련을 하는 척수센터 건립을 목표로 선진국의 여러 척수재활시스템을 견학하고 왔다.

영국, 스위스, 미국, 일본 그리고 2011년도에는 뉴질랜드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을 기획하신 분을 초청해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여 정보교환과 인적교류를 하였으며, 2012년도에는 뉴질랜드 척수협회에서 발행한 ‘척수장애인을 위한 가이드 북‘인 [Back on Track-일상의 삶으로]라는 책을 번역을 해서 국내에 배포도 했다.

뉴질랜드의 시스템이 한국의 상황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작년에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뉴질랜드의 관련 기관을 연수차 다녀왔다.

병원 내의 사회복귀전문 시설인 호스텔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을 선두에서 지원하는 당사자로 구성된 코디네이터, 척수협회와 병원간의 상호보완적인 관계형성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그 중에서도 뉴질랜드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직업재활이었다. 다치기 전의 일상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상담과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

그 결과 어부도 있고, 경비행기로 농약을 살포하는 분도 계시고, 크레인 기사 등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한국사회에서 편견을 깨고 직업활동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들을 널리 소개를 해보자고 기획을 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싶었다.

척수장애인은 고학력과 다양한 사회경험이 풍부한 재원들이 많다. 이들이 단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이는 국가적인 손해일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도 못하고 사회의 통념이나 인식의 틀에 갇혀서 아무런 저항없이 나라의 수혜에 의존하여 남은 여생을 수동적으로 살게 만든다면 이 또한 죄악인 것이다.

개인적인 노력과 열정만으로 사회복귀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이다.

손상 후 입원 초기부터 체계적인 상담과 교육,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퇴원 전 일상 복귀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회경험이 풍부한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 대부분은 사회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척수장애인이 사회로 진출하여 제몫을 다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는 당당히 세금을 내는 중증장애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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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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