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인권도시: 인권영향평가와 지방도시-성북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공청회 장면. ⓒ서인환

서울시 성북구는 2012년 7월 인권증진조례를 제정했다. 그에 앞서 서울시는 인권조례를 제정했으며, 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해 공청회를 하는 등 성북구의 조례제정에 영향을 주었다.

보통 지자체가 제정하는 인권조례 또는 인권증진조례의 내용을 보면, 인권위원회 구성, 인권기본계획 수립, 인권증진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 개발, 공무원의 인권교육 실시, 인권실태조사 실시, 인권센터의 운영, 인권에 대한 진정과 구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증진권고안처럼 모든 복지와 권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권증진계획은 복지계획에 더해 인권교육 등이 포함되는 수준이 되기 쉽고, 인권증진 평가를 위한 지표개발은 취업률, 경제수준, 인권침해경험, 편의시설 설치율 등 너무나 포괄적인 사회적 지표들이 거의 동원되고, 지자체마다 서로 지표가 달라 비교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권위원회 구성은 인권교육 교재를 만드는 데에 내용을 검토한다거나 탈시설과 같은 계획 수립의 자문회의 식으로 운영되기 쉽고, 연간 한두 차례 회의를 하여 지자체의 사업보고 회의로 운영되는 것이 통례처럼 돼 있다.

그리고 인권센터는 인권상담을 하고 법률적 지원을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나 복지관 등에서도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있는 정도로 인권센터가 새로운 사업처럼 시도되고는 있으나 활동의 제약성이나 한계성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북구는 최근 인권증진 조례의 시행의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성공 비결로 첫째 조례 제정이 시민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조례 추진위원회에는 서울시인권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강현수 교수,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정종운 변호사 등 인권전문인사와 성북구 인권활동단체인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배미영 사무국장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가 참여해 일일이 조문을 다듬었다.

보통 조례는 시민이 제안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의원에게 전달돼 의원 주도로 추진되는데, 성북구는 의원과 공무원, 시민이 함께 추진위를 만들었다는 것은 앞으로 의회의 개방화와 민주화, 시민참여의 방안모색이라는 점에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수년간 장애인기본법 제정추진위를 구성해 운영한 것이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해 세계장애인 당사자들이 추진위를 구성한 것이 이제 지자체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성공비결은 ‘인권영향평가’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조례를 제정하거나, 행정이나 제도, 건축물 준공, 예산, 선거투표소 설치 등 전 분야에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 인권적 행정을 하며 이것을 구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성북구를 인권도시라고 선언하고 있다.

즉 인권인지적 예산과 행정, 건축 및 환경평가를 하는 것으로, 편의시설의 설치라는 형식적 준공 평가가 아니라 당사자 참여에 의한 실제 이용상의 감수성을 녹여낸 것이다.

모법의 근거가 없이도 인권인지예산 평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BF 인증제도 외에 편의시설이 아닌 접근성과 이용성의 편리성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의 제시이기도 하다.

성북구 인권영향평가의 평가방식은 먼저 사업 담당부서가 행정용어의 인권침해 가능성, 사업관련 정보의 공개여부, 주민의 참여여부, 권리 침해시 이에 대한 해소 방안 등 7개 항목을 토대로 자가진단을 내린다.

이 결과에 대해 감사담당관 인권팀이 인권영향요인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평가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의 엄청난 행정 전반을 간단하게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은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이다.

조례에서는 세출예산 단위사업, 주민이 주거 또는 사업장에서 퇴거하는 사업, 조례와 규칙의 제·개정, 3년주기 사업 등에 대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인권위원회의 운영에서 담당공무원의 배정은 상설화의 기능으로 작동돼 주기별 일시적 평가가 아닌 상시평가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했다.

부서별 자체 인권영향평가를 위한 공동 점검표, 조례 및 규칙 제정 등 사업 유형별 점검표 및 공공 건축물에 대한 점검표를 서식화했기 때문이다.

인권도시포럼이란 공청회를 통해 이 조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는 시도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노원구에서는 현재 인권지표를 개발 중이며, 마포구에서는 올해 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내년으로 미루면서 성북구의 시민참여형과 영향평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인권센터는 협력기관과의 네트워크로 지원도 하지만 지자체의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을 하면서 자체 옴브즈 역할과 시민참여와 민생해결이라는 일거삼덕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성북구의 조례는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과 영향을 주고 있어 모델이 될 것이다. 인권영향평가가 대세가 되고 장애인의 정책참여와 장애인복지의 실현이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발전할 것인지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성북구의 모델은 화석화된 현대 인권증진 정책들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늘 무엇인가 조례를 만들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다거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실효성이 없어 답답했는데, 시민참여와 인권보장의 구현의 모델을 보게 돼 많은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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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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