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리조트업계의 선두주자인 대명리조트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

전동휠체어가 통행이 가능하도록 경사로를 설치한다거나, 엘리베이터에 점자를 부착한 것 등은 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하고 이용 가능하도록 고려한 것이기도 하고, 건축법상 준공검사를 통과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필수사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직접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지 않고 리조트를 이용할 경우 단체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특성상 이용 경험이 있으면서도 편의시설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편의시설을 반드시 이용해야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러 편의시설을 점검하려 하지 않아도 편의시설이 있는지 확인하게 되고, 경사각도가 얼마나 되는지, 법을 준용한 것인지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지만 이용소감을 어느 정도 느끼게 된다.

‘경사가 좀 급한 것 같다’, ‘짐을 가진 장애인을 위해 자동문을 설치하였다’, ‘자동문 버튼을 휠체어 이용자가 누르기 편하도록 90센티미터 이상 옆으로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였다’는 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는 시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건물의 다른 부분에 설치된 편의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있다는 존재는 인식하게 된다.

항상 편의시설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으니 어디를 여행하든 그 곳에 도착하면 편의시설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미리 살펴두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중 특히 척수장애인들은 국내에서는 아무리 편의시설을 법적 요건을 갖추어 설치해 놓고 있다 하더라도 화장실이나 샤워실을 이용하는 데에는 무척 불편하거나 이용 불가능한 시설이라고 말한다.

화장실에 핸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척수장애인들은 지지대 손잡이를 잡고 일어설 수 없다는 것(객실에 이러한 시설이 있는 것도 없지만)과 턱이 없이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도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객실에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곳은 턱이 전혀 없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으며, 배수를 위하여 약간 경사가 져 있을 뿐 샤워실까지 들어가 목욕을 하거나 세수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여름 장애인활동가대회의 개최지인 태국 파타야의 호텔에서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400개가 넘는 모든 객실이 장애인용 객실로 꾸며져 있었다.

거리에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태국이지만 호텔만은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용자의 사적 욕구를 우선시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공공시설보다 우선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영업점의 시설은 업주의 사적 공간이고, 외국에서는 이 것이 공적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 어떤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불편한 숙소들뿐이니, 워크숍 참여나 여행 자체를 포기하거나 이용을 포기하고 참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바닥에서 잘 수 없고, 턱이 있으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척수장애인들은 특히 장애인전용 숙박시설이나 장애인연수원 같은 것이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의시설을 설치한 후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장애인을 초청하여 설명하고 조언을 듣는 경우도 드물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었으면 광고를 위해서라도 장애인을 초청하여 점검하고 자랑할만한데 그렇지가 못하다.

그리고 조사원들도 자신의 장애와 관련된 시설이 아니면 정확하게 점검을 할 수가 없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인식교육도 숙박이나 요식업이 가장 저조하다.

지체장애인 중점자를 읽을 수 있는 장애인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전무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참여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이 아니면 점자표지판이 있다는 사실만 알 뿐,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편의시설 존재만 가지고 통과되고 말 것이다.

국내에는 특급호텔이 많이 있다. 국제화가 되면서 국제행사도 많고 한국 방문객도 많아 고급 호텔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호텔이나 관광업 관계자들이 나서서 장애인들을 참여시켜 편의시설을 국제적 수준으로 제대로 갖추어보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아직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워드 프로세서 아래아 한글의 특수문자에서 유니코드 문자표가 8점 점자코드는 있어도 장애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6점 점자코드표가 없다는 사실과 같이, 실용성은 너무나 떨어져 대명리조트의 엘리베이터 점자는 모두 거꾸로 뒤집혀 붙어 있다. 위아래가 바뀐 것이다. 180도 회전시켜 위아래가 바뀐 글자를 읽어보라, 읽을 수 있는지.

점자는 숫자를 나타낼 경우 숫자가 뒤에 온다는 것을 알리는 전치기호가 있다. 전치기호와 숫자를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숫자를 나타내는 점자 기호들. ⓒ서인환

아래 엘리베이터 사진의 버튼 옆의 점자를 보면 좌우가 바뀐 니은자 모양의 숫자전치기호가 오른쪽에 있으면서 좌우가 바뀐 기억자 모양을 하고 있다.

점자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가면서 읽는데 이 경우는 손가락을 천정이 아닌 바닥 방향이 되도록 팔을 뒤집어 오른쪽부터 읽지 않는다면 읽을 수 없다.

읽지 못하는 점자를 붙여 둔다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을 놀리는 것과 같다.

점자관련 편의시설과 보행선을 안내하는 점자블록, 음성유도기 등 시각장애인의 편의시설은 반드시 시각장애인들을 참여시켜 점검하여야 한다.

홍천대명 비발디리조트 메이플관의 엘리베이터 점자판.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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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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