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발표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사용이 금지되는 무선전화기. ⓒ서인환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2007년 이전에 생산된 아날로그식 무선전화기(900MHz)의 사용이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아날로그 전화기란 가정용 유선전화기와 연동되는 무선 전화기로서 안테나가 나와 있거나 문자전송이 되지 않는 전화기면 아날로그일 가능성이 높다.

생산일자가 2006년 이전으로 구형인가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시장에서 구형이 지금도 판매되고 있으므로 구형을 기준으로 구별하기란 적절하지 않다. 디지털 무선전화기는 1.7GHz나 2.4GHz를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전화기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가 제공한 단말기나 070 무선인터넷 전화기는 디지털 전화기로서 사용해도 무방하다. 사용을 할 수 없는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는 현재 10만대 가량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2006년에 전파관리법이 개정되어 2013년 말로 사용이 중지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실생활에 미칠 영향이 큰 사안임에도 그 동안 아무런 조치나 홍보도 없이 일몰을 3달 앞두고 이제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8월에 홍보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9월 1일에 홍보용 홈페이지(http://www.spectrum.or.kr/cordlessphone/main.jsp)를 개설한 것이다.

무선전화기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인데, 불과 판매 개시 3년만에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명 무선전화기 사용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파관리법의 개정을 말하는데, 과거에는 900MHz는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하여도 되는 주파수였다.

그러다가 900MHz 등을 특정 제품 사용 주파수로 지정하면서 이 주파수 대역은 전파를 사용하기 위한 형식검증을 받을 수도 없고, 사용시 전파관리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소출력이라 사실상 사용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계속 사용하여도 단속이나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이지만, 법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된 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그러한 기술적 문제해결법은 벌써 마쳤거나 진행 중이어야 한다. 그리고 KT사의 스마트폰과 충돌하여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은 앞으로 얼마든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이웃간 다툼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선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으로만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무선 전파가 흐르고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이를 근거로 언론에서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벌금 200만원 이하’라고 보도 하였고,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장 처벌을 할 의사가 없다고 10월 12일자 보도자료를 통하여 밝혔다.

이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이지 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법에 처벌조항이 있는데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2011년 정부는 KT LTE가 광대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전파를 공매를 통하여 판매한 셈이다. 판매금은 경매와 같이 추진되어 거의 1조원 정도에 판매되었으며, 그것으로 KT는 광대역으로 속도가 빠르다며 상업적 이익을 위해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다.

다른 주파수 대역을 두고 왜 하필이면 무선전화기 주파수 소출력용을 판매한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후속 대책은 왜 수립하지 못하였는가? 등등 논란이 일고 잇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전화기 사용이 매우 불편하다. 전화기를 가지러 가거나 전화기가 있는 곳까지 빨리 이동하기가 어려워 무선전화기를 선호한다. 그러니 무선전화기는 생산되자마자 장애인용으로 생각하고 많이들 구입했다. 그것들이 대부분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장애인들은 가정용 가전제품이나 전등의 끄고 켜는 데에 이 무선전화기와 연결된 전파를 이용하여 작동하도록 하여 환경제어장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출하여 외부에서도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 장애인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이를 무선 게이트웨이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보상은 없다. 정부는 전파관리법에 보상은 전파허가나 신고절차를 받아 놓고, 취소되는 경우에는 보상 근거가 있으나 허가 받지 않고 사용하도록 한 주파수의 취소에 대하여는 보상의 근거가 없고(전파법 제7조), 외국에서도 그러한 보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소출력이라 허가를 간소화하여 생략한 것이지 사실상 허가를 모두에게 한 것인데 허가한 것이 아니니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으며, 어떤 이는 KT가 이 주파수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KT가 보상을 해야 한다며 무선전화기를 디지털로 교체하는 지원을 하라고 요구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장애인도 모든 정책결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지 않고, 늘 결과를 통보받고 당하는 것이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씁쓸하다.

감기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 실시한다고 하여도 노인은 대상에 있어도 장애인은 없는 정책을 장애인 관련 부처인 복지부가 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부처의 장애인 감수성을 요청하기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장애로 인하여 편리한 제품을 구입한 것이 죄가 되어 이제 스마트폰이라도 사용해야 할 것인데, 스마트폰이 장애인이 사용 가능하도록 접근성은 언제 마련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날로그 무선전화기 사용종료 안내문에는 분명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처벌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해명은 무엇이며, 안내문에서 '휴대전화에 혼선을 줄 수 있으므로'라고 해 놓고 해명보도에서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니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당장은 아니나 보류일 뿐이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삐삐호출기의 일몰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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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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