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한명숙 의원 대표발의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이윤석, 안규백, 서영교, 김우남, 김경협, 유기홍, 이원욱, 이상직, 최동익, 정성호, 한정애, 박지원, 박남춘, 강창일 등 15인이 발의에 동의하였다.

민주당에서는 주로 최동익 의원이 장애인관련 법안을 발의해 왔는데, 이번 법은 공동 발의자 명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한명숙 의원이 대표로 한 것으로, 당 차원에서 보다 힘을 많이 실어보자는 의미도 있을 수 있고, 최동익 의원의 이름을 직접 드러내는 것을 기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가 있다.

최동익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장애인고용공단의 비상근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사람으로, 이사 선임에 대하여 직접 법개정에 나서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 개정 내용을 보면, 현행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이사 3분의 1 이상을 장애인으로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2분의 1 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현행 이사 중 이사장이 장애인이고, 고용촉진 이사가 장애인으로 비상근 이사가 2명이나 장애인이고 보면, 장애인단체 대표 중에서 2~3명을 비상근으로 정하면 상근과 비상근을 포함하여 3분의 1 이상이 된다.

장애인이 아닌 이사로서는 대학교수나 노동계에 몸담고 있거나 기업의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한 기업의 대표자격으로 그 돈은 기업이 낸 것이므로 기업에 돌아가도록 써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노동계 역시 공단의 노조의 힘을 인정해 주면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공단 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교수들은 대부분 노동분야의 교수들로 사회복지나 특수교육, 직업재활 교수가 아니다. 노둥부와 인연이 있거나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강의를 하는 사람들로 공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나, 장애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족할 수 있다.

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공단도 노동부의 한 소속기관으로 관련자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사 구조 속에서 장애인들이 상임이사 2명이 있어 실무를 맡고 있다고는 하나, 장애인계의 대표성은 갖고 있지 않다. 현행 이사장이나 이사가 장애인 대표단체의 추천이나 출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노동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을 한다지만, 그 외 상근이사는 이사장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비상근이사보다 임명 절차도 간단하다.

오히려 실무이고 상근이라 더욱 엄격해야 할 것 같은데 비상근 이사의 임명 절차가 더욱 복잡하다. 비상근 이사는 장관이 임명자이고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사장의 역할이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장애인 당사자의 비율을 과반수 이상으로 높이자는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장애인당사자 비상근이사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이 자리는 대부분 장애인 단체장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단 의사결정의 최고결정기구에 장애인단체장들의 모임화가 되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정부 어느 부처든 간에 장애인관련 회의를 보면, 위원회격은 단체장들의 모임이고, 실무자회의는 사무총장들의 모임이며, 축소된 회의나 교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한국장총과 장총련 사무총장이 전 장애인의 대표자로 참여하니 이런 패턴은 조금은 식상하다.

장애인단체 대표자들은 평소 각자 장애인단체의 운영에는 정치력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겠으나, 평소 고용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비상근 이사가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지는 않은가 염려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의 과반수 이상은 현행 비장애인의 비전문성에 비하면 더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법 개정안에서는 각 장애 종류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장애 종류별 대표단체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5개 장애유형 중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등’이라 꼭 찍어서 예를 들고 있다.

법안 조문을 보면 ‘비상근 이사 중 장애인 3명은 장애 종류별 대표 단체에서 추천하는 장애인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 3명은 지·농·맹이 될 것이 뻔하다.

‘보다 효율적인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하여’라는 목적 아래, 대표성을 가진 사람과 대표단체가 추천한 사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공단은 장애유형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으므로 장애 유형별 비상근이사를 배정하면 고용촉진이 효율적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져 있다.

과거는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지체장애는 필수적으로 비상근이사 역할을 해 왔는데, 장애인대표단체 대표 중에서 국회의원이 되면서 사임하여 이 균형이 깨어져 현재만 사실 이러한 것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국회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의원의 겸직이 금지되도록 되었는데, ‘법률에 정한 이사직은 예외’로 하고 있으므로 고용촉진법을 개정하여 의무적으로 장애 종류별 대표자가 이사가 되도록 함으로써 겸직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제안 이유에서는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여 장애 종류별 대표 단체의 대표자를 의미하는 듯한데, 실제 법 조문에서는 ‘대표 단체가 추천하는 자’로 되어 있어 물론 단체가 해당 단체의 장을 추천하면 그만이지만 다른 사람을 추천할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 놓고 있다.

이에 대하여 두 가지 고려할 문제가 있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이면 되지 단체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단체의 당연직화는 단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여 공단이 단체의 눈치를 보거나 끌려다닐 수 있다. 반면에 장애인 당사자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 무늬만 장애인이지 장애인의 감수성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단체의 의견을 묵살하는 인사가 당사자라고 자리잡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우리는 개방직에서 당사자가 대표성이나 장애인들의 의견의 가교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태만과 역행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둘째로, 장애인 대표성으로 단체장이 이사로 들어가고, 또 그 이사는 추천을 하는 사람을 넣을 수 있다면 이사를 상당히 좌지우지하고 자기 단체와의 이익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한 서로 추천해 주기나, 자신을 스스로 추천하면 공단은 그대로 따라야 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능가하는 이상한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이사는 힘이 없는데, 장애인 종류별 대표단체의 대표는 인사권에서 다른 이사와 권력의 형평성이 맞지 않게 더 큰 힘을 가진다.

그리고 장애인 이사가 더 늘어났으므로 장애 종류별 규모가 크지 않은 소수 단체도 이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고, 오히려 더욱 더 메이저 단체들의 독무대로 공단은 단체장들의 입김 아래에 놓이게 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앞으로 공단의 정책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하려면 공단 앞에서가 아니라 메이저 단체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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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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