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선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정서와 생활이 그 중심을 벗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새삼 '국민행복시대'라는 말이 매우 의미 깊게 들려온다. 아마도 그 말의 완성이 사회복지의 최종 목표이며, 최대 지향점이기 때문에 국민의 귀와 눈이 강하게 집중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실현도 반드시 이루어져야겠지만 모두가 바라는 “국민행복시대”는 꼭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현장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행복을 찾는 실천가들이 곳곳에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 가장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았던 장애인보호사업을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보듬어주었던 1세대 사회복지 선배들이 바로 그 장본인들이다.

그들은 6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양적·질적 성장과 발전을 있게 해 준 뿌리와도 같은 존재들이며, 또한 국가와 행정 주체들에게 기본 정신과 정책의 방향을 일깨워 준 스승과도 같은 소중한 역사의 증인들이다.

‘수용시설’이 ‘생활시설’로 생활시설이 ‘거주시설’로 명칭을 변경하고, 개인사업이 법인사업의 형태로, 비예산 사업이 정부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운영에 탄력을 기하고 시설 수도 증가하는 등 큰 성장을 가져 온 것도 사실이다.

더 나아가서 여러 형태의 장애인복지시설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설치될 수 있었던 근거를 꼼꼼히 따져보면, 1세대 선배들이 정신과 노력으로 척박한 토양을 일구어 놓은 것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싶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전역에 일명 ‘도가니사태’라는 큼직한 사건 때문에 장애인거주시설이 도덕성과 투명성에서 저평가 받기 시작했고, 특히 인권문제에서 심하게 공격을 받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어 신성한 가치와 이념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발생한 점은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반성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거주시설이 도매금으로, 헐값에 넘어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최저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운영비와 종사자 인건비, 비현실적인 행정전달체계, 공공부분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 등에 의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오직 거주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사람들이 바로 거주시설의 운영주체들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사회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는 마치 등산 장비를 갖출 여유도 주지 않고 위험한 산에 오르라며 밖으로 무작정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그 후에 사고가 일어나면 장비없이 산에 오른 사람이 온갖 책임을 다 져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싶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며 거주인과 생활해야 하는 생활지원교사들, 치솟는 물가와 산적한 노무문제, 이해가 부족한 공공부분을 설득하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힘겨운 노력을 계속하는 시설장들이 도가니사태로 땅에 떨어진 위상을 품에 안고 속울음을 울고 있음을 세상은 많이 모르고 있다.

정책과 제도, 법률과 예산이라는 경화된 재료를 가지고 사랑과 행복을 빚어내야 하며, ‘자립생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순응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모형을 만들어야 하는 고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얼른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복지 예산 중앙 환원을 촉구하는 임성현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유석영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부천혜림원 임성현 원장을 제11대 회장으로 맞이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 주·단기보호시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등 약 1,700여개의 시설, 3만6천명에 달하는 이용인들에게 안정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일과 특히, 1만6천명의 종사자들에게는 건강한 근로 조건과 적정한 대우를 위해 확실한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지난 3월 14일 취임식을 가졌다.

신임 회장은 출마 당시 내세운 11개의 공약을 성실히 지켜가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취임사에서 밝혔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난 2005년 1월 1일 지방으로 이양된 장애인복지시설 예산을 조속히 중앙으로 환원하는 일을 대다수 회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임 회장도 그에 대한 실천 의지를 천명했고, 참석한 국회의원과 정부측 관계자도 협력할 뜻을 내비췄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1세대 선배들이 국가에 부여해준 의무를 다시금 회복시킨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은 장애인복지의 역사성과 숭고한 정신을 잘 모른다. 오직 소요되는 예산이 많다는 생각과 장애인복지시설이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성이 낮다고 단정해 버린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가 책임을 외면하고 재정적 부담을 그들에게 무작정 떠넘겼기 때문에 초래된 불합리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장애인복지 예산을 중앙으로 환원시켜 금과옥조와 같은 정통성도 되찾고, 아울러 아름다운 자유와 행복을 지켜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내빈들과 함께 장애인복지시설 미래를 이야기하는 임상현 회장. ⓒ유석영

우리 선배들은 땀과 눈물과 사명감으로 장애인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우리는 그 위에 강한 열정과 지식과 전문성을 보태며 어떠한 경우라도 흔들리거나 훼손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찾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을 세상이 바로 알도록 문을 더욱 넓게 열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들과 지역사회와의 쌍방향 소통을 계속해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설의 모형도 선보여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제11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임성현 회장이 가슴으로 장애인복지 현장에 행복을 되찾아 줄 것을 약속했으니, 새 정부는 통 크게 손을 내밀어 그 행복을 함께 찾는 일에 동반자로 나서줄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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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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