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가 최동익 의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이슈와 사람들’이라는 꼭지에서 상하 두 편으로 게재했다.

상편에서 장애인연금을 28만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는데, 장애인 단체들이 별로 호응도 하지 않았다며, 단체들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발언을 보았다.

하편에서는 장애인단체들은 자기 단체의 이익사업성 민원을 주로 제기하여 장애대중을 위한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지적을 해 주었다.

정부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언론도, 장애인단체들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하였다. 국회에서 일을 제대로 해 보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힘든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들은 국회를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는 당부를 하면서 국회의원 신분이 KTX외에 특권도 없으면서 국민들에게 오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리고 장애인단체장의 겸직에 대하여는 단체에도 도움이 되는 일로, 회원들의 선택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의 통합을 장애대중들은 원하고 있고, 최 의원도 노력을 하였으며, 큰 단체들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작은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술회, 이는 단체의 이기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최 의원은 정부에서 단체 통합을 하지 않을 경우 예산지원을 중지하려는 계획까지 있었으나, 단체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그것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으며, 만약 통합이 된다면 더욱 많은 예산과 권한을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장애인단체의 실무를 맡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먼저 책임감을 느낀다. 아직 국회에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법을 발의한 경우, 이를 환영하거나 국회와 공동으로 노력하는 파트너로서 역할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정책개발이나 현장의 목소리도 제대로 전달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깊이 반성한다.

국회가 장애인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책이나 법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기고, 법안 발의가 되면 이제 국회에서 논의하여 처리해 주기를 기대하고, 다른 현안문제를 주장하여 또 다른 영역에서의 정책을 구하고자 하여온 것이 단체이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많은 토론이나 집회에서 연금의 현실화를 주장하였고, 개발 공약에도 포함시켜주기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 대하여 즉각적인 호응 즉, 지지성명이나 집회 등은 하지 않았다.

의원 입장에서 장애인의 요구를 반영하여 행동을 취해 주었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반응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이고, 이를 반영한 것인데, 법안 발의에 대하여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의원과 짜고친다거나, 의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결집을 보이는 것 같아 사실상 낮간지럽다고 생각한 태만이 있었다. 그리고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없는 단체이지만, 정치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도 싶은 태도도 있었다.

반응이 없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는 아마 그러한 태만을 꾸짖는 것이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장애인 정책개발에서 단체가 항상 선두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의 장애인 개인이 훨씬 감수성있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단체는 자기 단체의 문제만 우선하여 강조하는 경향도 사실이다. 특히 단체가 장애인 개인 문제의 대변을 제대로 못하는 점은 깊이 반성할 문제이다.

장애인 단체의 통합 문제는 최 의원이 한 단체의 대표로서 추진한 일이다.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착잡하다. 장애인 단체가 하나가 되지 못함이 분열을 의미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본다.

한국노총이 있고 민주노총이 있는데, 두 단체는 왜 하나로 합치지 못하는가? 삼성과 LG가 하나로 합치면 국제경쟁력도 높아지고, 시장점유율도 좋아지는데 왜 합치지 않는 것인가? 단체도 각자 독립된 조직이다.

장애인 단체는 각자가 법인이다. 법적 인간으로서 하나로 합치는 것은 2000년도에 한 번 시도되었다가 다시 나누어지는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 법적 인간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사명인가를 먼저 생각해 본다.

다음으로 의견소통의 일원화와 사업의 확대, 단체의 위상제고 등 많은 이점이 있음에도 합치는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의무감으로 합칠 수 있는 것인가, 이점을 생각해서 합쳐야 하는 것인가? 성향과 고유성으로 다양성이 필요한 것인가? 부모연대와 부모회는 왜 합치지 않으며, 한자연과 한자협은 왜 합치지 않는 것인가?

다른 단체가 합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대적 사명이면 합쳐야 할 것이다. 이익이나 사명감이라는 명분으로 합쳐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각자의 성향이나 고유성을 초월할 경우 합칠 수 있고, 성숙된 시대적 분위기와 합의로서 이루어져야 한다.

합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자연스러움이라야 한다. 전체적 합의가 없으면 통합은 어렵다. 물론 통합을 추진한 사람으로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소회를 발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기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의 공식적 입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합치는 것이 과연 물을 먹이려 양떼를 물가로 데라가는 행위인지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더구나 스스로가 아닌 몰이로서 물가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 의원이 단체의 겸직에 대하여는 회원의 선택권을 주장하면서 단체의 통합에서는 선택권을 존중해 줄 수 없었는가를 조심스럽게 여쭙고 싶다. 통합은 회원 단체들의 투표에 의해 보류된 사항이다. 장애대중이 원하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회원의 선택권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칸트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고 하였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다루는 수학조차도 자유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이 인간이 죄 짓지 않도록 기계적 장치를 하지 않은 것도 자유의지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KBS 스페셜 드라마 “이유”가 생각난다. 주인공이 염색체 이상의 유전 인자를 가진 애인의 아이를 두려움에 의해 낙태를 하고, 그날 교통사고로 애인이 식물인간이 되자,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밤마다 간호를 한다.

그리고 또 한 여인이 등장한다. 어느 여교수가 부모에서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모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였으나, 사랑이 없어 이혼을 결심한다. 탈출이 자유가 아님을 알고 이혼을 위하여 고의로 바람을 피운다. 그 남편이 사고로 와상장애인이 되자 더욱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갇힌다.

주인공이 이 집안에 요양도우미로 들어가 그 교수가 자유를 찾아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이제는 떠나세요. 떠나야 하는 이유로 인하여 떠나지 못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여교수는 남편이 죽고 외국으로 떠나는 마당에도 본인은 그 굴레를 벗어나 함께 떠나지 못한다. 여교수는 여주인공이 낙태에 대한 벌을 애인이 준 것이라고 여기는 것에 대하여 “아무도 벌을 주지 않아. 스스로가 벌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굴레를 씌운 거야”라고 말하며 “떠날 이유를 달지 말고 그냥 떠나면 돼”라고 말하지만 결국 여주인공은 떠나지 못함을 여운으로 남긴다.

통합의 이유가 오히려 통합을 못하게 한 것은 아닌가? 통합은 결혼처럼 서로 마음이 맞아 의기투합될 때 가능하며, 그 전단계로 정책개발 등 협력을 강화하면서 신뢰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일 뿐, 포기하거나 단절한 것은 아니다.

기간을 정해 놓고 통합을 하지 않으면 예산상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오히려 통합을 막는 억압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통합을 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씀은 야속한 생각이 든다. 장애인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조건없이 단체를 지원하고 육성해야지, 말을 듣는가가 지원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장애인을 위한 이야기일테지만 말이다.

권력자의 통 큰, 진정한 사랑을 기대한다. 통합 주장이 또 하나의 이기주의가 아님을 실천으로 보여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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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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