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리브가 재활치료를 받았던,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오렌지의 케슬러 재활병원. ⓒ이광원

그동안 칼럼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 프로그램들과 관련된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나라별로 보건의료제도가 각기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 국가보건의료제도들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뉜다.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영국식 국가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제도,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금이 주 재원인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건강보험(NHI: National Health Insurance) 제도, 그리고 민간보험 중심의 소비자 주권 모델(Consumer Sovereignty Model)이다.

국가보건서비스 방식은, 국가가 세금을 거둬서 전반적인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여러 나라로 파급되었고, 호주, 뉴질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방식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로서, 국가가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국민건강보험료를 걷어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 주권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계층만을 위한 공적보건의료제도가 있을 뿐이다.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메디케어(Medicare)와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의 제도를 국가차원에서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국민들은 사보험(private insurance)에 가입하거나 의료보험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미국과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계층에 대해서만 공적 보건의료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반해, 스위스는 모든 국민들에 대한 공적보건의료제도로서, 강제 가입방식의 기초건강보험(Basic Health Insurance)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이 기초건강보험이 매우 제한적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머지를 사보험이나, 비영리 민간보험자 등이 운영하는 임의보충건강보험(Voluntary Health Insurance, 반-사보험)에서 해결해야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척수전문센터, 스위스 패러프리직센터의 병원동 입구 모습. ⓒ이광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영국 등의 무상의료제도 국가보건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스위스 패러프리직스 재단과 같은 재단이 생겨서, 본인부담금을 전액 후원금으로 충당해준다면 너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하기 때문에, 중도장애인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의 비용 부담에 대한 대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기준으로 62.7%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고액의 초기 치료비와 장기간의 재활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중도장애인들에게는, 재활치료의 자부담액과 사회복귀 프로그램의 비용 등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세금을 더 걷어서,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와 같은 전 국민 무상의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방식이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 방식과 같은 제도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고, 또 자부담분을 대납해주는 스위스 같은 후원회 방식 역시도, 꿈같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 하에서의 대안밖에는 생각해볼 수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80% 정도까지의 달성을 목표로 점차 늘려 나가겠다고 밝혀왔으나, 아직도 6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국민건강보험 제도에만 의지한 채 중도장애인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의 비용 부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보험이 아닌 사회복지서비스 차원에서 적은 부담으로 사회복귀지원사업의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호에서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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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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